[직썰 / 안중열 기자] 시중은행이 공적연금 수급자를 끌어오기 위해 우대금리와 현금성 캐시백을 쏟아붓고 있다. 연금 수령 계좌는 개설 후 다른 은행으로 거의 옮겨가지 않는다. 은행들은 은퇴 세대의 초기 유입을 끌어내 예·적금 잔액을 채우고 자산관리(WM) 거래를 함께 늘린다.
◇국민·하나·수협, 최고 연 3.7% 금리에 5만원 캐시백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공적연금과 보훈급여 수급자를 겨냥한 입출금 통장 ‘KB골든라이프연금통장’을 출시했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수급자가 가입 대상이다. 기본금리는 연 0.1%지만 우대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3.1%를 준다.
직전 6개월간 국민은행 계좌로 공적연금을 받지 않던 신규 수급자에게 추가 혜택을 집중해 타행 거래 고객을 적극 흡수한다. 지난 7월 출시 한 달 만에 한도를 채웠던 ‘KB골든라이프연금예금’도 5000억원 규모로 다시 편성했다. 만기 1년 기준 기본금리 연 3.50%에 연금 수령 실적을 더해 최고 연 3.70% 금리를 적용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공적연금은 매달 일정한 규모로 들어오는 안정적인 자금 흐름을 지닌 만큼, 초기 진입 문턱을 낮추고 우대금리를 얹어 타행 고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이번 상품 개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플랫폼 기능과 비금융 서비스를 결합했다. 지난달 18일 모바일 앱 ‘NEW 하나원큐’에 공적연금 수급 전용 멤버십 ‘공적연금 라운지’를 개설하고 수령 상담부터 자산관리 진단까지 맞춤형 정보를 한곳에 모았다. 연금 관련 통장·적금·생활비 대출을 묶는 한편, 타행에서 연금 수령 계좌를 옮기거나 새로 등록하는 고객에게 최대 5만원 캐시백과 사이버금융범죄 보상보험 무료 가입 혜택을 제공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퇴 세대는 금리 조건뿐 아니라 모바일 이용 편의성과 금융사기 방지 같은 안전장치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다”며 “연금 계좌 유치를 시작으로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디지털 금융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협은행도 현금 보상 체계를 도입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4대 공적연금 수령 계좌를 자행으로 이전하는 고객에게 최대 5만원을 지급한다. 수협은행 계좌로 연금을 처음 받으면 3만원을 주고, 이후 3개월간 연속 수령하면 2만원을 더 지급한다. 최고 연 3.2% 금리를 제공하는 파킹통장 ‘Sh골든데이 연금통장’도 함께 판매한다.
◇한 번 정하면 유지⋯고착 효과 노리고 조달비용 절감
은행권이 은퇴 수급층 유치에 매달리는 원인은 뚜렷한 ‘고착 효과(Lock-in)’에 있다. 공적연금 수급 계좌는 대부분 주거래 은행 지정과 결제 계좌 연동을 수반하며, 고령층 고객은 한 번 선택한 거래 금융사를 그대로 유지한다.
시중은행 수신영업부 관계자는 “연금 계좌는 고객이 고의로 해지하지 않는 한 매달 자금이 자동으로 입금되는 구조”라며 “초기에 마케팅 비용과 금리 혜택을 집중해 고객을 확보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가치가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은퇴 직후 연금 통장으로 유입된 공적 자금은 요구불예금으로 남아 은행의 조달 비용을 낮추는 핵심 예금이 된다. 은행은 대출 재원을 저비용으로 안정되게 확보한다.
◇2차 베이비부머 950만명 은퇴⋯WM 연계로 수익 다변화
연금 수령 계좌 확보는 단순 수신 잔액 경쟁을 넘어 고수익 종합 자산관리(WM) 고객 선점으로 직결된다. 약 950만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법정 은퇴가 잇따르면서 금융자산 재배치 수요가 급증했다.
시중은행 WM부문 관계자는 “연금 계좌를 트는 고객은 퇴직급여와 부동산 처분 대금 등 상당한 규모의 은퇴 자산을 함께 쥐고 있다”며 “공적연금 통장으로 접점을 마련해야 이후 신탁, 채권, 퇴직연금(IRP) 같은 고수익 수수료 사업으로 연결하기 수월하다”고 말했다.
고령화와 조달 금리 변동성 확대가 맞물리면서, 은행들은 은퇴 세대의 주거래 계좌를 선점해 비이자이익과 장기 수신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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