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가워지는 가을에는 뜨거운 냄비에서 자작하게 졸여낸 음식이 더욱 생각난다. 큼지막한 갈치와 무를 넣고 매콤한 양념이 배도록 끓여내는 갈치조림도 이맘때 잘 어울린다.
갈치조림은 재료가 복잡하지 않지만 가게마다 맛은 크게 달라진다. 제주에서는 당일 들어온 생물갈치를 사용해 두툼한 살을 살리고, 서울 남대문시장에서는 양은냄비에 무와 갈치를 넣어 국물이 진해질 때까지 졸인다. 여수에서는 지역에서 많이 먹는 갓을 갈치와 함께 넣어 색다른 조림을 만든다.
같은 갈치조림이라도 제주와 서울, 여수에서 만나는 모습이 모두 다르다. 지금부터 뜨거운 갈치조림 한 냄비가 생각날 때 찾아가기 좋은 전국 맛집 3곳을 알아본다.
① 제주산 생물갈치로 끓이는 제주시 논짓물식당
제주시 용담이동에 자리한 논짓물식당은 제주산 생물갈치조림을 중심으로 하는 갈치요리 전문점이다. 제주관광 공식 정보에서도 대표 메뉴를 생물갈치조림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제주 앞바다에서 당일 공수한 생물갈치를 사용한다.
냄비에는 두툼하게 자른 갈치와 무, 양파를 넣고 매콤하면서 단맛이 도는 양념을 넉넉하게 풀어 끓인다. 오래 끓여도 갈치살이 지나치게 퍽퍽해지지 않고 촉촉하게 남아 있으며 젓가락을 대면 흰 살이 결을 따라 부드럽게 갈라진다.
갈치만큼 손이 가는 것은 냄비 아래에 깔린 무와 양파다. 양념과 갈치에서 나온 맛을 충분히 머금은 무를 밥 위에 올리고 갈치살을 한 점 얹으면 조림 국물까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밥은 공깃밥과 돌솥밥 가운데 고를 수 있다. 돌솥밥을 주문하면 밥을 먼저 덜어 갈치조림과 먹고 마지막에는 누룽지까지 이어갈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역시 조림 주문 시 공깃밥과 돌솥밥을 선택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곳은 다이나믹듀오 최자가 다녀간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매장 안에는 최자를 비롯해 여러 연예인이 남긴 방문 흔적과 사진이 걸려 있어 갈치조림을 기다리면서 둘러보는 손님도 많다. 이른바 ‘최자로드’ 제주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졌다.
제주공항과 가까운 것도 장점이다. 제주에 도착한 뒤 첫 메뉴로 갈치조림을 먹거나 여행 마지막 날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들르기 좋다.
-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성화로9길 10
- 주요 메뉴 : 생물갈치조림, 우럭조림, 옥돔구이
② 양은냄비에서 자작하게 졸이는 서울 남대문 희락갈치
서울 남대문시장 안에는 오래된 갈치조림집들이 한 골목에 모여 있다. 그중 희락갈치는 남대문시장 갈치조림골목의 시작을 함께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공식 관광정보에서도 이곳을 갈치조림골목의 원조집으로 소개한다.
희락갈치의 갈치조림은 반듯한 새 냄비보다 오랜 시간 불을 견딘 찌그러진 양은냄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냄비 바닥에 큼지막하게 썬 무를 깔고 갈치와 물, 양념장을 넣어 먼저 끓인 뒤 반쯤 졸여둔다. 주문이 들어오면 다시 불에 올려 완전히 익혀 낸다.
두 번 끓이는 동안 갈치와 무에는 양념이 깊게 밴다. 국물은 흥건하게 남기보다 밥에 비벼 먹기 좋은 정도로 자작하며, 무는 젓가락으로 쉽게 잘릴 만큼 부드럽게 익는다.
고춧가루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서울 관광정보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고추씨를 제거한 뒤 직접 빻은 고춧가루를 사용한다. 양념 맛이 지나치게 맵게 치고 올라오기보다 갈치와 무에 짭조름하고 매콤한 맛을 더하는 쪽에 가깝다.
남대문시장 특유의 좁은 골목에서 양은냄비째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갈치조림을 먹는 분위기도 이곳에서 빼놓기 어렵다. 화려한 상차림보다 뜨거운 갈치조림과 밥에 집중하는 시장 음식점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시장길 22-6
- 주요 메뉴 :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모둠생선구이
③ 여수 갓을 갈치와 함께 끓이는 정가네 갓갈치조림 전문점
전남 여수 돌산에 자리한 정가네 갓.갈치조림 전문점은 이름 그대로 갓을 넣은 갈치조림을 중심으로 하는 곳이다.
여수시 관광정보에는 이곳이 여수 갈치에 갓을 넣어 끓이는 갓갈치조림을 처음 선보인 음식점으로 소개돼 있다. 갈치조림에 여수 지역에서 많이 먹는 갓을 넣는다는 점에서 제주나 서울의 갈치조림과 확실한 차이가 난다.
냄비에는 큼지막한 갈치와 무, 양념에 갓이 함께 들어간다. 갓을 푹 끓이면 생으로 먹을 때보다 매운 향은 부드러워지고 알싸한 맛과 채소에서 나온 시원한 맛이 조림 국물에 섞인다.
갈치살을 먼저 발라 먹다가 푹 익은 갓과 함께 먹으면 매콤한 양념 뒤로 갓 향이 따라온다. 평소 먹던 갈치조림과 다른 맛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서 차이를 느끼기 쉽다.
곁들임 메뉴에도 여수 색깔이 남아 있다. 여수시 자료에 따르면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은 가게에서 직접 담근 장을 사용하고, 밑반찬과 갓김치 역시 직접 만들어 낸다. 갈치조림 한 냄비에 갓김치와 게장까지 더해 여수에서 많이 찾는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다.
돌산공원과 여수해상케이블카가 가까워 여수 여행 중 들르기도 편하다. 특히 해가 지면서 바닷바람이 차가워지는 가을에는 뜨겁게 끓인 갓갈치조림이 더욱 잘 어울린다.
- 주소 : 전남 여수시 돌산읍 진두해안길 68 2층
- 주요 메뉴 : 갓갈치조림, 간장게장, 양념게장
갈치조림은 갈치와 무, 양념을 넣어 끓이는 음식이지만 세 곳에서 만나는 맛은 확연히 다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 여행길이라면 뜨거운 갈치조림 한 냄비를 앞에 두고 지역마다 달라지는 맛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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