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시즌 동안 메이크업 신을 장악한 것 중 하나는 강렬한 블러셔였다. 볼 중앙부터 콧등까지 핑크와 레드, 코럴 컬러로 넓게 번진 듯 바르는 스타일이 유행하며 ‘블러시 블라인드니스(blush blindness)’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였으니까. 이에 대한 반작용일까. 최근 SNS에서는 ‘안티 블러시(anti-blush)’가 새로운 치크 메이크업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름과 달리 블러셔를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피부 톤과의 대비를 낮춰 본래 혈색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방식이다. “안티 블러시는 피부와 블러셔 사이의 명도와 채도 차이를 줄이는 게 핵심이에요. 핑크나 코럴 대신 피부의 그림자 색에 가까운 베이지, 토프, 테라코타 등을 선택하고, 볼 중앙보다는 광대뼈를 따라 얇게 블렌딩해보세요. 얼굴에 자연스러운 혈색을 입히면서 인위적이지 않은 콘투어링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홍근이 전하는 팁이다. 최근 틱톡에서 ‘뮤티드 블러시(muted blush)’와 ‘베이지 블러시(beige blush)’, ‘새드 베이지 블러시(sad beige blush)’가 함께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 국내에서는 구운 듯한 저채도 컬러 블러셔를 일컫는 ‘굽러셔’ 해시태그가 등장하며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소 칙칙해 보일 만큼 차분하지만 피부에 바르면 본래 안색과 어우러져 은은한 깊이와 온도를 더한다. 특히 브라운과 토프 계열이 강세를 보이는 가을과 맞물리며 블러셔 역시 단순히 혈색을 더하는 색조에서 얼굴의 윤곽과 톤을 함께 조율하는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는 중. 2026 F/W 런웨이에서도 강한 치크 컬러를 내세우는 대신 옅고 정제된 혈색을 강조했다. 블러셔의 존재감을 지우는 것이라기보다 피부 본연의 톤과 구조에 맞춰 섬세하게 조율하는 방향으로 변화 중인 안티 블러시 메이크업을 눈여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