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증권사에서 전산시스템 장애가 반복되면서 투자자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약 3년간 주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10곳에서 발생한 전산사고가 100건을 넘어섰고, 이 과정에서 고객에게 지급된 배상금만 70억원에 육박했다.
특히 사고 원인의 절반 이상이 프로그램 오류로 확인되면서 증권사의 전산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사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DB 증권사, 여의도, 여의도 증권사.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투사 10곳에서 발생한 전산사고는 모두 113건이다.
피해를 본 고객은 1만9055명이다. 피해금액은 73억2923만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증권사들이 실제 지급한 배상금은 69억8941만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증권의 사고 건수가 26건으로 가장 많았다. 신한투자증권이 15건, 키움증권과 메리츠증권이 각각 13건, 한국투자증권이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사고 건수와 배상 규모가 반드시 비례한 것은 아니다. 키움증권은 사고 건수가 13건이었지만 배상금은 38억216만원으로 전체 대형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한국투자증권도 사고 10건에 12억452만원을 지급했으며 ▲삼성증권(26건·8억3987만원) ▲메리츠증권(13건·5억9378만원)이 뒤를 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전산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올해 1~8월 10개 종투사에서 발생한 전산사고는 32건이다. 피해 고객은 2571명, 지급된 배상금은 18억3844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배상 규모가 컸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4건의 전산사고로 11억8208만원을 지급했다. 같은 기간 대형 종투사 전체 배상액의 약 64%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제는 전산사고의 상당수가 예측이 어려운 외부 변수보다 내부 시스템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전체 113건 가운데 프로그램 오류가 58건으로 51.3%를 차지했다. 외부 요인에 따른 장애는 31.9%, 시스템 장애는 15.9%였으며 인적 재해는 0.9%로 나타났다.
증권사 전산시스템은 주문 접수부터 체결, 계좌 조회, 잔고 관리까지 투자자의 거래 전반과 직결된다. 특히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거래량이 급증할 경우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시스템의 취약점이 실제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산사고가 발생하면 단순히 접속이 불가능한 수준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주문을 내지 못하거나 계좌 정보를 정상적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도 지난 3월 증권사 IT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전산시스템 사고 대응체계 등을 점검한 바 있다.
박준태 의원은 "증권사 전산사고는 단순 시스템 오류를 넘어 자본시장 안정성과 신뢰성을 저해하는 문제"라며 "금융당국과 업계가 사전 예방과 IT 인프라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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