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길거리와 시장, 카페에서 쉽게 만나는 음식 가운데 수백 년 전 조선시대 사람들도 즐겨 먹었던 것들이 있다. 이름과 모습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조리법을 따라가 보면 지금의 간식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 적지 않다.
옛 조리서에는 떡을 볶거나 찹쌀 반죽을 기름에 익히고, 닭을 기름에 조리해 장맛을 더하는 방식까지 기록돼 있다. 당시에는 귀한 재료가 들어가 잔치나 의례에 올랐던 음식이 지금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간식이 된 경우도 있다.
지금부터 조선시대 문헌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뜻밖의 국민 간식 4가지를 살펴본다.
1. 빨간 양념 없던 조선 후기 '떡볶이'
오늘날 떡볶이라고 하면 고추장 양념에 끓인 빨간 떡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조선 후기 문헌에 등장하는 떡볶이는 지금과 모습이 달랐다.
1800년대 후반에 쓰인 것으로 알려진 <시의전서> 에는 '떡볶이'라는 이름의 조리법이 나온다. 흰떡을 썰어 볶고 고기와 여러 재료를 더해 만드는 방식이었다. 시의전서>
당시 떡볶이는 지금처럼 고추장 국물이 많은 음식이 아니었다. 떡과 고기, 채소를 함께 볶아 먹는 요리에 가까웠다. 현재 궁중떡볶이라고 부르는 간장 양념 떡볶이와 닮은 점이 많다.
이후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넣은 매운 양념이 더해지고 어묵, 달걀, 라면사리 같은 재료가 붙으면서 지금 익숙한 분식 메뉴로 자리 잡았다.
2. 임금도 찾았다는 간식 '약과'
약과는 조선시대부터 널리 만들어 먹던 과자다. 밀가루에 꿀과 기름을 넣어 반죽한 뒤 기름에 익히고 다시 꿀이나 조청을 입혀 만든다. 기름과 꿀을 사용해 만든 과자라는 뜻에서 '유밀과'라고도 불렸다.
조선시대에는 전국에서 약과를 만들었고, 그중에서도 수원약과가 이름을 알렸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정약용의 <목민심서> 에는 수원약과가 조선 전역에서 유명했다는 내용이 전한다. 인조가 병중에 수원약과를 구해오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남아 있다. 목민심서>
약과는 평소 간식으로만 먹은 음식도 아니었다. 왕릉 제사에 올리는 음식으로 쓰였고 잔치나 의례 때도 빠지지 않았다. 꿀과 기름처럼 당시 값이 높은 재료가 들어가 귀한 음식으로 여겨졌다.
오늘날 약과는 편의점과 카페, 베이커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스크림이나 크림을 곁들이고 작은 크기로 만드는 등 모양은 달라졌지만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익힌 뒤 달콤한 즙을 입히는 기본 방식은 이어지고 있다.
3. 찹쌀을 기름에 익힌 달콤한 간식 '주악'
동그란 모양에 쫀득한 식감을 가진 주악도 오래된 간식이다. 찹쌀가루를 반죽해 모양을 만든 뒤 기름에 지지거나 튀겨 익히고 조청이나 꿀을 입혀 만든다.
조선 후기 조리서에는 흰주악과 치자주악, 대추주악 등 여러 종류가 기록돼 있다. 색이나 재료를 달리해 만들었고 잔치상이나 다과상에도 올렸다.
주악은 겉은 살짝 바삭하고 안쪽은 쫀득하다. 여기에 조청이 더해지면서 달콤한 맛이 난다. 이런 조리법은 오늘날 찹쌀도넛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에는 개성주악이라는 이름으로 카페와 디저트 전문점에서도 다시 볼 수 있다. 과일이나 크림을 올리는 등 차림새는 달라졌지만 찹쌀 반죽을 기름에 익혀 달콤하게 먹는 방식은 그대로 남아 있다.
4. 15세기에도 치킨 있었다…기름에 익힌 닭 '포계'
닭을 기름에 익혀 먹는 조리법은 조선 전기 문헌에서도 확인된다. 의관 전순의가 1450년 무렵 쓴 <산가요록> 에는 '포계'라는 닭요리가 기록돼 있다. 산가요록>
포계는 닭을 여러 조각으로 나눈 뒤 솥에 기름을 두르고 빠르게 뒤집어가며 익히는 음식이다. 이후 간장과 참기름, 밀가루를 섞어 만든 즙을 더하고 식초를 곁들였다. 오늘날 닭을 많은 기름에 담가 튀기는 프라이드치킨과는 방식이 다르지만, 기름에 익힌 닭에 장맛을 더한다는 점에서는 익숙한 닭요리를 떠올리게 한다.
이 음식은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 를 통해 다시 관심을 받았다. 한식 셰프 임성근이 방송에서 포계를 선보이면서 500여 년 전 조리법이 대중에게 다시 알려졌다. 흑백요리사:>
조선시대에도 닭을 삶거나 국으로만 먹은 것은 아니다. 기름에 익히고 장을 더하는 방식까지 쓰면서 여러 조리법으로 즐겼다. 포계는 현대 치킨과 같은 음식은 아니지만, 닭을 기름에 익혀 맛을 내는 방식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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