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조수빈 기자] 해외 인프라 수주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이 함께 조성한 플랜트·인프라·스마트시티(PIS) 펀드가 투자 손실과 사업 지연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1단계 펀드에서는 투자 원금을 전액 상각한 사업이 발생하고 일부 사업이 착공조차 하지 못한 가운데, 뒤이어 조성한 2단계 펀드도 실제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는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유상범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PIS 펀드 투자 집행 및 결성 실적’에 따르면, 2019년부터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진된 PIS 1단계 펀드에서 346억원의 확정 손실과 103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손실 또는 가치 하락이 장부에 반영된 금액은 모두 449억원이다. 국토부는 2025년 업무계획에서도 1단계 1조5000억원 투자를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PIS 펀드는 국내 기업이 해외 대형 인프라 사업을 수주할 때 금융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모펀드에 자금을 출자해 마중물을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민간 자금을 끌어들여 해외 플랜트와 도로·발전소, 도시개발 등에 투자하는 구조다. 국토부는 2020년 PIS 펀드를 1조5000억원 규모로 조성해 해외 민관협력사업(PPP) 수주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고, 이후 해외 투자개발사업을 지원하는 주요 정책금융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1단계에서 가장 큰 손실은 도로·통신 사업 등에 투자하는 인프라펀드에서 발생했다. 투자 사업 한 곳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면서 집행한 346억원 전액을 상각 처리해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원유운송시설 등에 투자한 제안형펀드에서도 한 사업의 순자산가치 하락으로 103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다만 이 금액은 자산가치 하락을 회계상 반영한 평가손실로, 346억원의 확정손실과 달리 향후 순자산가치에 따라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1단계 펀드 전체로 보면 아직 회수되지 않은 자금도 상당하다. 국토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3개국 29개 사업에서 현재까지 3781억원을 회수했다. 그러나 유 의원실은 이 금액에 대출 이자와 만기에 돌려받은 원금 일부가 포함돼 있으며, 약 1조원에 달하는 투자 원금이 여전히 묶여 있다고 설명했다.
남은 투자금의 회수에는 사업 지연이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단계 펀드가 투자한 29개 사업 가운데 6개는 올해 8월 기준 아직 착공 전 단계다. 유형별로는 플랜트 5건 중 2건, 인프라 8건 중 1건, 스마트시티 8건 중 3건이다. 이들 사업의 착공이 늦어질수록 투자자금 회수 시점 역시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손실과 사업 지연이 현실화하면서 국토부의 관리 실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 의원실에 따르면 346억원 전액 상각의 구체적인 원인과 103억원 손상차손 발생 사유, 6개 사업의 착공 지연 배경을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비밀유지 의무 등을 이유로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조성된 2단계 펀드마저 실제 투자 집행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2025년 2월 정부·공공기관·민간이 참여하는 1조1000억원 규모의 PIS 2단계 펀드 조성에 본격 착수했고 같은 해 9월 블라인드펀드 7000억원을 포함한 2단계 펀드 조성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개별 해외사업에 직접 자금을 매칭하는 프로젝트펀드는 4000억원 조성을 목표로 했지만 약 1년 동안 735억원 규모 1건만 결성됐다. 목표 대비 결성률은 18.4%다. 전체 펀드의 조성 규모를 확보하는 것과 실제 투자 대상 프로젝트를 발굴해 자금을 집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만큼, 투자처 확보와 민간자금 매칭이 2단계 펀드의 실질적인 성과를 가를 핵심 과제가 된 셈이다.
실제 자금 집행이 늦어지면서 모펀드에 납입된 공공자금 가운데 상당액도 아직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 국토부 제출 자료 기준 모펀드 공공자금 1760억원 가운데 1090억원이 금융기관 예금으로 운용되고 있다. 전체의 61.9% 수준이다. 해외 투자개발사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펀드인 만큼 자금 조성 규모뿐 아니라 실제 프로젝트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정책 성과를 좌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 의원실은 이번 손실과 집행 부진이 국토부가 그동안 내세워 온 ‘22억달러 규모 수주·수출 견인’ 성과와 함께 평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국토부가 22억달러 수주·수출 견인이라는 외형 성과를 내세웠지만 정책펀드에서는 346억원의 전액 상각을 포함해 손실이 발생했다”며 “해외 인프라 자산의 부실 원인을 국정감사에서 규명하고, 아직 착공하지 못한 사업과 2단계 펀드 집행 대책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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