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BMW→테슬라… 엔진 힘 대신 첨단 기술로 왕좌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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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BMW→테슬라… 엔진 힘 대신 첨단 기술로 왕좌 다툰다

EV라운지 2026-10-03 01:40:00 신고

⟪‘대세 수입차’ 어떻게 달라졌나

지난 10년간 국내 수입차 시장의 ‘대세’는 끊임없이 바뀌어 왔다. 독일 디젤차의 전성시대가 저물고 하이브리드·전기차가 대세로 떠올랐다. 연도별 판매 순위를 통해 수입차 시장의 변화를 짚어봤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2016년 22만5279대 판매에서 지난해 처음 연간 30만 대 판매를 넘어서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을 이끄는 주인공은 끊임없이 바뀌었다. 2016년 벤츠가 BMW를 밀어내고 7년간 왕좌를 지키는 동안 디젤게이트로 아우디·폭스바겐이 추락했고, 일본차는 불매운동을 거치며 브랜드별 운명이 엇갈렸다.

그 틈에서 볼보·포르셰처럼 자신만의 색깔로 입지를 넓힌 ‘깜짝 스타’가 등장했다. 2023년 BMW가 다시 왕좌를 되찾았지만 올해는 테슬라가 BMW와 벤츠를 모두 제치고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엔 자동차 산업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중국 브랜드들도 전기차를 무기로 한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 10년 수입차 시장 판도 변화엔 한국 소비자들이 자동차에 원하는 것이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2016년 왕좌에 오른 벤츠… ‘독일 디젤 천하’

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6년 벤츠는 5만6343대로 BMW(4만8459대)를 제치고 처음 연간 판매 1위에 올랐다. 아우디(1만6718대), 폭스바겐(1만3178대)이 뒤를 이으며 독일 브랜드가 1∼4위를 싹쓸이했다. 당시 수입차를 산다는 것은 상당 부분 ‘독일차를 산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2016~2017년 BMW 520d
독일차 천하를 떠받친 건 디젤이었다. 당시 수입차 판매의 58.7%인 13만2279대가 디젤이었다. 높은 연비와 강한 토크에 프리미엄 이미지가 결합하면서 독일 디젤 세단이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었다. 2016년과 2017년 베스트셀링 모델도 BMW 520d였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인 ‘디젤게이트’와 인증 문제가 겹치면서 아우디·폭스바겐은 직격탄을 맞았다. 2017년 아우디 판매는 962대까지 추락했고 폭스바겐은 사실상 판매가 중단됐다. 반면 벤츠와 BMW는 가솔린 모델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으로 선택지를 넓히며 대응했다.

2020~2023년 메르세데스벤츠 E250
2019년 메르세데스벤츠 E300
특히 벤츠 E클래스 계열은 2018년 E300 4MATIC을 시작으로 2019년 E300, 2020∼2023년 E250까지 6년 연속 연간 베스트셀링 모델을 배출했다. 디젤게이트가 ‘독일차 시대’를 흔들었지만, 벤츠와 BMW는 품질과 다양한 모델을 바탕으로 위상을 지켜냈다.

● 2017∼2020년, 일본차 불매운동 후 엇갈린 운명

아우디·폭스바겐이 흔들리자 빈자리를 파고든 것은 일본차였다. 2018년 도요타는 1만6774대, 렉서스는 1만3340대, 혼다는 7956대를 판매했다. 닛산과 인피니티까지 경쟁하면서 일본 브랜드 전체 판매는 4만5253대로 수입차 시장의 17.4%를 차지했다. 특히 하이브리드가 두각을 나타냈다. 렉서스 ES300h는 8803대로 전체 수입차 판매 2위,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5595대로 7위에 올랐다.

일본차는 독일 프리미엄과는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를 공략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내구성과 연비, 실용성을 앞세웠다. 도요타·렉서스는 하이브리드, 혼다는 어코드·CR-V, 닛산은 알티마 등 브랜드마다 대표 모델을 갖고 경쟁했다.

하지만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계기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일본 브랜드 판매는 2019년 3만6661대로 전년보다 19.0% 감소했고, 하반기(7∼1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약 45% 줄었다.

이후 브랜드별 운명은 갈렸다. 닛산과 인피니티는 2020년 한국에서 철수했다. 2008년 수입차 판매 1위까지 올랐던 혼다도 지난해 판매량이 1951대까지 줄어 올해 말 국내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반면 도요타와 렉서스는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자리를 지켜냈다. 렉서스는 지난해 1만4891대로 전체 5위에 올랐고 도요타도 9764대를 판매했다. 같은 위기를 겪었지만 시장 변화에 맞는 전략과 무기를 갖고 있었느냐가 운명을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 2020∼2022년, 깜짝 스타의 등장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벤츠·BMW가 아니어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브랜드가 등장했다. 대표적인 곳이 볼보다. 2016년 5206대였던 판매량은 지난해 1만4903대로 약 3배가 됐다. ‘안전’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북유럽 디자인과 SUV를 결합해 독특한 영역을 만들었다.

포르셰도 같은 기간 3187대에서 3배가 넘는 1만746대로 성장했다. 카이엔·마칸 등 SUV로 고객층을 넓히면서도 스포츠카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2021년 카이엔은 3480대, 순수전기차 타이칸은 1288대가 팔렸다. SUV의 대중성과 ‘포르셰를 탄다’는 고성능 브랜드의 상징성을 동시에 잡은 셈이다.

반대로 한때의 돌풍이 장기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은 브랜드도 있다. 2016년 랜드로버는 1만601대로 전체 6위였지만 지난해 5255대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지프도 2019년 연간 1만 대를 넘어섰지만 지난해에는 2072대로 쪼그라들었다. 연간 3000∼4000대가 팔렸던 재규어도 2022년 163대까지 감소했다. ‘깜짝 스타’가 곧 ‘꾸준한 스타’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판매를 유지하려면 후속 신차와 가격 경쟁력, 서비스망은 물론 소비자가 계속 그 브랜드를 선택할 이유가 필요했다.

● 2020년대, 디젤 지고 친환경차 ‘주류’

이 시기 수입차 시장에서는 브랜드 순위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됐다. 자동차의 ‘심장’이 바뀌었다. 2016년 58.7%였던 디젤 비중은 지난해 1.1%까지 추락했다. 반대로 하이브리드는 56.7%, 전기차는 29.7%까지 커졌다. 지난해 판매된 수입차의 86.4%가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였다.

전동화는 단순히 엔진을 배터리와 모터로 바꾸는 변화가 아니었다. 엔진과 변속기 기술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 완성차 업체의 오랜 노하우만으로 경쟁 우위를 지키기 어려운 시대가 열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전기차에서는 배터리와 전력전자,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분야의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자동차 산업의 경쟁 방정식 자체가 달라졌다. 오랜 내연기관 기술을 갖지 않은 신생 업체들도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소프트웨어와 첨단 운전자 보조 기술 경쟁까지 더해졌다. 자동차의 경쟁력이 마력과 연비, 승차감뿐 아니라 배터리 효율과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 운전자 보조 기능으로 확대됐다. 동력원의 변화가 경쟁의 출발선을 다시 그렸다면 소프트웨어와 첨단 기술은 소비자가 자동차를 평가하는 기준까지 넓혀 놓은 셈이다.

● 2023년, 7년 벤츠 천하 끝낸 BMW

벤츠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 연속 판매 1위를 지켰다. 2022년에는 8만976대로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연간 8만 대를 돌파했다. 한동안 한국 수입차 시장의 왕좌는 사실상 ‘벤츠냐 BMW냐’를 묻는 자리였다.

하지만 2023년 BMW가 7만7395대로 벤츠(7만6697대)를 698대 차이로 앞서며 8년 만에 왕좌를 되찾았다.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를 지켰고 지난해에는 BMW 7만7127대, 벤츠 6만8467대로 격차가 8660대까지 벌어졌다.

이 같은 독일 자동차 2사의 명암에는 상품 전략의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BMW는 3·5시리즈 및 X1·X3·X5 등 세단과 SUV 제품군이 촘촘하고 내연기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기차 등을 대거 출시했다. 특정 동력원의 수요가 흔들려도 다른 제품으로 고객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다. 벤츠 역시 E클래스라는 강력한 베스트셀러를 갖고 있지만 고급화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뒀고, EQ 전기차 라인업은 시장 성장만큼 판매 확대를 이끌지 못했다는 평가다.

● 2024∼2026년, 테슬라 왕좌 넘본다

2024~2025년 테슬라 모델 Y
전동화 시대가 만들어낸 가장 극적인 스타는 테슬라다. 2017년 국내 판매는 303대에 불과했지만 2020년 1만 대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5만9916대로 BMW와 벤츠에 이어 수입차 3위까지 올라섰다. 10년도 되지 않아 기존 수입차 시장의 양강을 위협하는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다.

올해는 아예 왕좌를 넘보고 있다. 올해 1∼8월 테슬라의 국내 신규 등록은 7만6776대로 BMW(5만1863대)를 2만4913대 앞섰다.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도 넘어섰다. 연말까지 선두를 지킬 경우 오랫동안 벤츠와 BMW가 양분해 온 국내 수입차 시장의 정상에 미국 전기차 업체가 올라서는 상징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최근엔 중국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 BYD는 첫해 6107대를 판매했고 올해 8월에는 월간 판매 4위까지 올랐다. 지리자동차그룹의 지커가 전기 SUV ‘7X’를 앞세워 한국 공략에 나섰고 샤오펑·체리자동차 등도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내연기관 기술과 브랜드 인지도의 장벽이 높았던 과거와 달리 전기차 시대에는 배터리, 소프트웨어,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중국 업체들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자동차 소비자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안주현 상무는 “앞으로는 브랜드 명성보다 상품성과 가격, 신기술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전동화·자율주행·소프트웨어 등에서 변화하는 소비자 선호를 얼마나 충족하느냐가 수입차 시장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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