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도 어려운데 포털 평점이라니" 新신용평가 두고 고령 상인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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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도 어려운데 포털 평점이라니" 新신용평가 두고 고령 상인들 한숨

르데스크 2026-10-02 17:32: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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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의 대출 문턱을 낮추기 위해 도입된 새로운 신용평가체계가 오히려 고령 자영업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 또 다른 금융 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점에 활용되는 비계량 평가항목에 온라인 플랫폼 인지도 등이 포함되면서 온라인 활용도가 낮은 고령 자영업자나 전통시장 상인은 상대적으로 가점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소외 해소라는 제도 취지에 맞춰 온라인 플랫폼 활용도가 낮은 사업자의 오프라인 경쟁력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평가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평점 따라 갈리는 소상공인 신용평가 모델 논란, 디지털 취약계층 금융소외 우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8월 말부터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에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형인 SCB(Small Business & Self-ownership Credit Bureau) 성장등급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 지난 8월 31일 KB국민·IBK기업·NH농협·BNK부산·신한·우리·제주·하나은행 등 8개 은행을 시작으로 iM뱅크까지 참여하면서 현재 9개 시중은행이 SCB를 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적용 범위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개인사업자 전용 사잇돌대출에도 SCB를 활용할 계획이다. 개인사업자 전용 사잇돌대출은 기존 금융권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저신용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통해 공급하는 중금리 대출 상품이다.

 

SCB는 기존 개인 신용등급(CB)에 개별 사업체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나타내는 성장등급(Scale-up)을 결합해 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평가체계다. 성장등급은 S1부터 S10까지 총 10개로 나뉘며 S1·S2는 우수, S3·S4는 양호, S5·S6는 보통, S7~S9는 미흡, S10은 취약으로 분류된다. 성장성이 높게 평가된 사업자는 기존 개인 신용도만으로 산출한 등급보다 높은 수준의 CB등급을 적용받아 대출 승인과 한도 확대, 금리 인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개인사업자 전용 사잇돌대출에도 SCB(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형)를 활용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달 2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서울 IBK기업은행 광화문지점을 찾아 SCB 대출 시범운영 현황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성장등급은 계량평가와 비계량평가를 거쳐 산출된다. 먼저 신용정보원이 AI 기반 계량모형을 통해 매출과 상권, 업력, 근로자 수 등 사업체 정보를 분석해 기본 성장등급을 산출한다. 이후 업종 동향과 온라인 플랫폼 인지도, 서비스 차별성 등 비계량항목을 평가해 가점을 부여하고 점수가 높은 사업자의 성장등급을 상향 조정한다. 계량평가에서 동일한 성장등급을 받은 사업자라도 비계량평가 결과에 따라 최종 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비계량평가에 활용되는 정보의 특성상 온라인 플랫폼 이용이 적은 소상공인은 상대적으로 가점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평가 과정에서 온라인 플랫폼 인지도뿐 아니라 유통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방문·재방문·북마크 등 고객 행동정보를 고려해 사업체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통시장이나 노포에서 오랫동안 영업해 온 고령 자영업자 중에는 온라인 예약·판매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거나 점포 정보를 직접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관련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하지 않은 곳이 대다수다. 특히 오프라인 단골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시장 내 점포는 실제 고객 충성도와 영업 경쟁력이 높더라도 이러한 강점이 온라인상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가점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고령 상인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활용 정도에 따라 대출 혜택에서도 차이가 생기는 것을 두고 부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조희자 씨(65·여)는 "오랫동안 장사하면서 손님의 상당수가 얼굴을 아는 단골이고 과일도 직접 보고 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거나 가게를 홍보해 본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에 가게를 등록하거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아봤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모른다"며 "장사를 오래 해 단골이 많아도 인터넷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대출 혜택을 상대적으로 덜 받게 된다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억울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 소상공인의 대출 문턱을 낮추기 위해 도입된 새로운 신용평가체계가 오히려 고령 자영업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 또 다른 금융 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말죽거리 상점가의 한 식당 내부 모습. ⓒ르데스크

 

서초구 양재동 말죽거리 먹자골목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박경옥 씨(68·여)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인터넷으로 가게를 홍보하거나 예약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지금도 전화 예약이나 단골손님 중심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며 "젊은 사장들처럼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가게를 관리하는 방법을 새로 배우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가게를 유지해 온 것도 장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온라인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따라 대출 혜택에서 차이가 생긴다면 나이 많은 상인들은 불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기존 신용정보만으로 평가받기 어려웠던 소상공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SCB의 도입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평가에 활용되는 정보의 범위가 넓어지는 과정에서 디지털 활용 수준에 따른 또 다른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소상공인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고 금융 혜택을 확대한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고령 자영업자나 전통시장 상인은 실제 사업 경쟁력과 관계없이 온라인상에 축적되는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는 만큼 업력이나 단골 고객, 안정적인 매출 등 오프라인에서 형성된 경쟁력도 더욱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 관련 항목만 놓고 보면 플랫폼 활용도가 낮은 고령 자영업자나 전통시장 상인이 상대적으로 가점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SCB는 온라인 플랫폼 인지도만으로 성장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영업전략과 상권 특성, 서비스 차별성 등 다양한 비계량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 활용에 강점이 있는 사업자는 관련 항목에서, 오프라인 영업에 강점이 있는 사업자는 다른 항목에서 각각 경쟁력을 평가받을 수 있다"며 "온라인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성장등급에서 불리하게 평가되는 구조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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