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로에가 그려낸 2027년의 새로운 보헤미안.
쉐미나 카말리의 시선으로 완성된 끌로에 2027 S/S
지난 10월 1일(현지 시간), 파리 패션위크에서 끌로에의 2027 S/S 컬렉션이 공개됐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쉐미나 카말리(Chemena Kamali)는 이번 컬렉션을 ‘The Obsession’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끌로에만의 로맨틱한 요소들을 다시 꺼내는 자리로 마련했습니다. 자유로움과 여성스러움, 그리고 애쓰지 않은 듯한 멋으로 대표되는 끌로에의 보헤미안 헤리티지는 지금껏 여러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며 꾸준히 이어져 왔죠. 이 흐름은 1952년 가비 아기옹(Gaby Aghion)이 하우스를 설립할 때부터, 이후 1970~80년대 보보시크의 전성기를 완성한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프렌치 시크의 절제된 나른함을 더해 여러 신드롬을 만든 피비 파일로(Phoebe Philo), 지금의 쉐미나 카말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얼굴을 지나며 계속 다시 쓰여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쇼에 앞서 공개된 티저에서도 그 유산에 대한 애정은 고스란히 드러났는데요. 입자감이 살아있는 흑백과 세피아 톤의 화면 속에서, 하얀 장미와 입체적인 실버 플라워 장식이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어우러지며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냈고, 그래픽한 아이 메이크업과 대담한 선글라스는 보헤미안 감성에 현대적인 반전을 더했습니다. 시스루 오간자가 바람에 날리는 장면들은 억지로 꾸미지 않은 듯한, 끌로에 특유의 느긋한 관능미를 예고했고요. 쉐미나 카말리의 손에서 끌로에의 보헤미안 로맨스가 한층 입체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태슬과 레이스로 시작해 빗속으로 번진 로맨스
컬렉션은 모델이 움직일 때마다 태슬과 프린지들이 경쾌하게 흔들리며 생동감을 만들어내는 화이트 룩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번 시즌의 핵심적인 미학인 텍스처의 향연과 오트 쿠튀르적 기법의 집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마스터피스였죠. 숄더를 감싸는 수많은 3D 플로럴 장식들은 꽃이 만개한 듯했고, 그 아래로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청키한 화이트 태슬은 역동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었습니다. 이후의 룩들에서도 율동감 있는 태슬과 프린지 디테일이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아플리케 모티프와 브로더리 앙글레즈(펀칭 레이스 자수) 같은 기법이 더해지며 빈티지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보헤미안 감성을 완성했죠. 풍성하게 부풀어오른 러플 디테일의 파워 숄더와 쉬폰 소재는 로맨틱한 인상을 한층 끌어올렸고요. 한편, 쇼의 분위기에 반전을 준 것은 투명부터 비비드한 토마토 레드, 핑크, 옐로우까지 다양하게 등장한 레인웨어였습니다. 피셔맨 코트와 챙이 넓은 모자, 끌로에식 빅 선글라스에서 영감을 받은 이 룩은 크림, 화이트, 블랙 톤의 드레스들 사이에서 전혀 다른 존재감을 드러냈어요. 곳곳에 등장한 핀스트라이프 수트 같은 테일러링은 관능적이고 자유로운 실루엣 사이에서 절제된 균형감을 만들어냈고요. 마지막으로는 섬세한 레이스 브라톱과 극적인 볼륨감의 버블 헴 스커트가 부드러운 파스텔 톤으로 전개되며, 정형화되지 않은 더욱 자유롭고 우아한 끌로에만의 여성상을 완성했습니다.
끌로에 쇼에 참석한 미야오 안나!
쇼장에는 끌로에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그룹 미야오가 참석해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넓은 숄더 라인과 구조적인 디테일이 돋보이는 끌로에 싱글 브레스티드 테일러드 재킷을 착용해 한층 세련된 인상을 남겼죠. 재킷 안에는 플라워 레이스와 자수로 장식된 블루 셔츠를 매치했고, 그 아래로는 풍성한 러플이 돋보이는 핑크와 그린 체크 스커트를 더해 사랑스럽고 키치한 무드를 완성했습니다. 마치 동화 속에서 걸어 나온 듯한 이 룩은, 끌로에가 보여준 로맨틱한 계절과도 꼭 맞아떨어졌죠.
한 번 더 깊어진 끌로에의 봄과 여름
쉐미나 카말리가 끌로에를 이끈 지 3년, 그가 그려내는 세계는 보헤미안이라는 틀을 넘어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재창조를 요구받는 요즘 패션계에서, 그는 하우스가 이미 쌓아온 것들을 부정하거나 숨기지 않고 차근차근 넓혀가는 쪽을 택했어요. 로맨틱한 드레스에 레인 코트를 더하고, 란제리처럼 세심한 디테일을 가진 피스에 탄탄한 테일러링을 겹치는 방식은 그 확장의 결과물이었고요. 꿈 같은 분위기는 여전했지만, 한층 더 풍성해진 끌로에의 봄과 여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