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조수빈 기자]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앞두고 이를 뒷받침하는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이 큰 폭으로 줄면서 재원 조달과 운용 효율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청약저축 가입자 감소로 재원 유입이 약해진 가운데 정책대출과 주거지원 등 기금 수요는 늘어나는 구조다.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연도별 운용잔액 및 운용현황’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운용잔액은 13조759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4조3872억원보다 6280억원 감소한 수치다.
주택도시기금은 청약저축 등을 통해 조성돼 주거복지와 주택 공급에 활용되는 재원이다. 이 가운데 여유자금은 서민 정책모기지 공급과 공공주택 건설 융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위변제 등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이다.
여유자금 감소세는 2021년 이후 두드러졌다. 2021년 48조9825억원이던 운용잔액은 2022년 28조7225억원, 2023년 18조8663억원으로 줄었다. 2024년에는 10조1022억원까지 떨어져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4조3872억원으로 반등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감소했다.
올해 8월 말 잔액 가운데 단기자금은 1조4667억원, 중장기자금은 12조2925억원이다. 단기자금은 현금성 자산 9541억원과 유동성 자산 5126억원으로 구성됐다. 중장기자금은 국내채권형이 7조24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체투자 2조3205억원, 해외주식형 1조2864억원, 국내주식형 9731억원, 해외채권형 6881억원 순이었다.
기금 재원 측면에서는 청약저축 가입자 감소가 부담으로 꼽혔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는 올해 8월 말 2574만명으로 2022년 8월 2856만명보다 282만명 줄었다. 의원실은 분양가 상승과 당첨 가점 경쟁 등으로 청약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통장을 해지하는 가입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했다.
재원 유입이 줄어드는 동안 기금 지출 수요는 확대됐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비롯해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 수요가 늘었고,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공공지원 민간임대 전환과 공공주택 융자 지원에도 기금이 투입되고 있다.
향후 공공주택 공급 확대도 기금 지출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공공주택 119만가구 공급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건설임대와 매입임대, 전세임대 등 공공임대 공급을 위한 자금 집행이 본격화하면 여유자금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의원실의 분석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주거복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려면 사업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정밀한 수요 예측을 토대로 기금을 배분하는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기금의 운용 성과도 점검 대상으로 거론됐다. 올해 8월 말 기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전체 운용수익률은 6.05%였다. 중장기 운용수익률은 7.45%로 지난해 말 7.47%보다 소폭 낮아졌다. 자산별로는 국내주식형 수익률이 지난해 말 96.34%에서 76.03%로 20%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국내채권형도 2.70%에서 0.93%로 낮아졌다. 올해 8월 말 기준 해외주식형은 8.72%, 해외채권형은 -0.67%, 대체투자는 2.7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종양 의원은 “정부가 공공주택 대량 공급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그 집을 지을 곳간은 해마다 비어가고 있다”며 “재원 마련 방안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공급 목표는 결국 발표문 속 숫자에 그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는 기금 운용 계획과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부터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기획예산처 ‘2025회계연도 기금운용 평가 보고서’에도 주택도시기금 채권형 자산이 기준 수익률을 밑돌고 대체투자도 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운용사 인력 관리도 문제로 지적돼 수탁기관으로서 보다 기금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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