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강민석 기자
벤처·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이 크게 늘면서 투자금을 되돌려 받을 회수시장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와 유관기관이 향후 3년간 세컨더리 시장에 약 2조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기업공개(IPO)에 치우친 국내 벤처 회수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자금 공급만 늘리기보다 우량 매물을 확보하고 적정한 거래가격을 형성해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오는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벤처투자 및 회수시장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정부와 학계, 업계 전문가들이 국내 벤처 회수시장의 현황과 과제를 점검하고 세컨더리 시장 확대를 비롯한 실질적인 회수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다.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투자금을 원활하게 회수해 신규 투자로 연결하는 방안도 주요 과제로 떠오른 모습이다.
세컨더리는 벤처캐피탈(VC)과 사모펀드(PEF) 등이 보유한 비상장기업 주식이나 펀드 출자 지분을 다른 투자자가 사들이는 거래다. 기존 투자자는 IPO나 인수합병(M&A)까지 기다리지 않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새로 들어온 투자자는 성장 단계에 접어든 기업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회수된 자금이 다시 신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함께 키워야 할 시장으로 꼽힌다.
증권업계는 향후 3년간 약 1조원 규모의 세컨더리 투자를 추진하고 한국거래소와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도 약 1조원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다. 증권사와 유관기관의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3년간 약 2조원이 벤처기업 구주와 펀드 지분을 사들이는 데 활용된다.
증권사 입장에서 회수시장은 모험자본 공급을 늘리기 위해 풀어야 할 문제다. 벤처기업에 투자한 뒤 IPO나 M&A가 늦어지면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고 새로운 기업에 투자할 여력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이 늘면서 세컨더리를 활용한 기존 투자금 회수와 재투자 수요도 함께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세컨더리 시장에 풀리는 자금만큼 거래가 따라올 수 있느냐다. 증권업계는 우량 비상장기업의 구주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차이가 커 단기간에 거래가 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상장기업은 공개 정보가 제한돼 적정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만큼 투자 대상 발굴과 가격 산정이 세컨더리 투자 확대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세컨더리 투자 확대 과정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비상장기업 구주를 높은 가격에 매입한 뒤 IPO나 M&A가 지연되면 투자기간이 길어지고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책적으로 조성되는 자금이 실제 민간 투자 확대로 이어지려면 투자할 만한 매물을 확보하는 동시에 적정 가격에 거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모험자본 공급이 빠르게 늘면서 자금 쏠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투자할 만한 우량 벤처기업이 단기간에 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금 공급만 확대되면 일부 기업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어서다. 높은 기업가치는 후속 투자 유치에 부담을 주고 투자금 회수까지 늦추면서 펀드 성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회수 시장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강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M&A 활성화와 상장제도 개선,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 일시적 자금 과잉은 시장 병목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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