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지호 해군 소위가 한미 해군교육사령관 협력회의에서 통역장교로 나선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중순 국방일보 6면에 실린 한미 해군교육사령관 협력회의 기사 사진에 이 소위가 등장했다고 서울경제가 2일 단독 보도했다. 이 소위는 강정호 해군교육사령관(중장) 옆자리에서 강 사령관의 발언을 통역했다.
해군교육사령부 강정호(중장) 사령관이 지난달 9일 오전 부대를 방문한 그레고리 허프만(소장) 미해군교육사령관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 뒷줄 오른쪽이 통역 중인 이지호 소위다. / 사진=해군
회의는 지난달 9일 경남 창원특례시 진해구 해군교육사령부 회의실에서 열렸다. 강 사령관은 이날 부대를 찾은 그레고리 허프만 미 해군교육사령관(소장)과 양국 해군의 정예 인재 양성을 위한 교류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맞는 교육훈련 발전 방향도 회의 안건이었다.
이번 회의는 강 사령관이 지난해 미 해군교육사령부와 모병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정례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양국 해군교육사령부는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협력회의를 정례적으로 열 예정이다.
허프만 사령관 일행은 취타대의 공식 환영행사를 시작으로 양국 지휘부 환담, 교육부대 협력회의, 군사 외교활동 일정을 소화했다. 회의에서는 장교와 부사관의 보직 전 교육을 현장직무교육(OJT)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다뤄졌다. 부사관 보수교육과정 효율화, 인공지능(AI)과 우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등 신영역 교육 분야, 해군 모병센터 창설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양측은 교육훈련이 미래 해군력 건설의 출발점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장병 교육과 인재양성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계속 넓혀가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2025년 11월 28일 오후 경남 창원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에 참석해 장남 이지호 신임 소위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강 사령관은 "대한민국과 미국 해군이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훈련 분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사령관은 "이번 美해군교육사령관의 방문을 계기로 양국 교육부대가 서로의 경험과 강점을 공유하고, 미래 해양안보를 함께 책임질 정예 해군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해군교육사령부는 미 해군교육사령부와 모병사령부를 방문한 뒤 미 해군 모병체계를 벤치마킹해 올해 1월 2일부로 해군 모병센터를 창설했다. 해군교육사령부는 올해 모병 성과가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 해군교육사령부는 미국 펜사콜라에 있다.
이 소위가 이날 통역을 맡은 건 인근 부대인 교육사령부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이 소위는 해군 제5기뢰상륙전단 정보작전참모실에서 통역장교로 복무하고 있다. 5전단은 해군작전사령부 직할 핵심 전단으로 기뢰전과 상륙전 수행을 전문으로 한다. 이 소위는 외국군과의 연합 작전 때 지휘관 사이 통역과 정보 번역 등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위는 올해 2월 태국 일대에서 열린 다국적 연합 상륙훈련 '코브라골드 2026'에도 통역장교로 파견됐다. 이 훈련에는 30개국 8000명 이상이 참가했다. 이 소위는 훈련 기간 외국군과의 연합 작전에서 지휘관 사이 통역과 정보 번역을 맡아 의사소통을 지원했다.
이 소위는 지난해 9월 해군 장교 후보생으로 해군사관학교에 입교했다. 같은 해 11월 말 소위로 임관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미 복수 국적을 가졌던 이 소위는 해군 장교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입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 씨가 2025년 11월 28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에서 정모를 던지며 임관을 축하하고 있다. / 뉴스1
현행법상 복수 국적자는 일반 사병으로 입대할 땐 복수 국적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장교로 복무하려면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삼성가(家)에서 장교가 나온 건 삼성가 4세인 이 소위가 처음이다.
이 소위는 오는 12월 1일자로 중위로 진급한다. 진급 뒤엔 통역장교 인력 운용에 따라 상급부대인 해군본부나 해군작전사령부 등으로 부대를 옮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위의 복무기간은 3년으로 전역일은 2028년 11월 30일이다.
해군 관계자는 서울경제에 "이 소위는 평소 통역장교의 한마디 한마디가 양국 관계를 원활하게 잇는 가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군사 분야 통역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신념을 갖고 복무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통역장교는 정확한 전달을 위한 '메신저'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로지 실력이라는 생각에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자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군사 용어를 공부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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