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네 스튜디오 2027 S/S, 궁정의 실루엣에 반항 정신을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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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네 스튜디오 2027 S/S, 궁정의 실루엣에 반항 정신을 입히다

마리끌레르 2026-10-01 23:28:27 신고

데님 위에 ‘뉴 로맨틱’의 감각을 겹친 아크네 스튜디오의 새로운 컬렉션.

청바지와 드레스의 만남, 데님 히스토리아

오늘날의 청바지와 르네상스 시대의 드레스가 한자리에서 만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지난 9월 30일(현지 시간), 파리에서 공개된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의 2027 S/S 컬렉션은 바로 이 어울리지 않을 듯한 조합에서 출발했습니다. 컬렉션의 이름은 ‘Denim Hystori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니 요한슨(Jonny Johansson)은 아크네 스튜디오의 시작을 알린 초기 데님과 수백 년 전의 복식을 한 컬렉션 안에 불러모으며 정반대의 두 옷이 만났을 때 생기는 긴장감을 이번 시즌의 중요한 축으로 삼았죠.

그렇다고 런웨이가 차분하고 고전적인 궁정의 분위기로 흐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1980년대 초 런던의 밤거리 쪽에 가까웠죠. 짙은 메이크업과 연극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과장된 옷차림을 즐겼던 ‘뉴 로맨틱(New Romantic)’의 감각이 곳곳에 스며든 건데요. 쇼장에는 이 흐름을 대표하는 뮤지션 애덤 앤트(Adam and the Ants)의 ‘Prince Charming’이 흘러나오며 강렬하고 야성적인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말고 원하는 모습으로 스스로를 꾸미자는 이 곡의 당당한 태도가 이번 컬렉션과 완벽하게 어우러졌고요. 여기에 해적과 군인, 귀족의 옷차림을 한데 섞은 애덤 앤트 특유의 연극적인 스타일을 떠올려보면 이 곡이 이번 쇼의 사운드트랙으로 선택된 이유에도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궁정의 실루엣을 입은 데님

쇼가 열린 파리 콜레주 데 베르나르댕(Collège des Bernardins)의 벽에는 아티스트 파이그 아메드(Faig Ahmed)의 거대한 카펫 작품이 걸렸습니다. 정교하게 이어지던 전통 문양이 아래로 갈수록 녹아내리듯 일그러진 모습은 익숙한 과거의 형태를 비틀어 바라본 이번 아크네 스튜디오의 컬렉션과도 묘하게 닮아 있었죠. 그 앞으로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 룩 역시 한 시대에 쉽게 가둘 수 없었습니다. 둥글게 부풀린 퍼프 스커트와 허리 아래로 천을 덧대 풍성한 볼륨을 만든 페플럼, 섬세한 주름이 돋보이는 스모킹 톱과 크롭 브리치까지 오래된 복식의 흔적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거든요. 여기에 짧은 카반 재킷과 레더 카프리 팬츠, 더블 벨트로 여민 긴 트렌치코트 같은 현대적인 피스가 등장하며 과거의 실루엣을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다듬었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변화는 역시 데님에서 돋보였습니다. 청바지에만 머물던 소재를 견장이 달린 코트와 스트랩 부츠로 확장하는가 하면, 일부 진에는 18세기 유럽 궁정의 화려한 장식미를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 조각이 더해졌죠. 여기에 무늬를 직조해 표면에 입체감을 만든 브로케이드 팬츠와 구겨진 듯한 플로럴 레더를 통해 고풍스러운 소재에도 낯선 변화를 줬습니다. 재킷의 라펠에는 오래된 초상화를 축소해 옮겨놓은 듯한 카메오풍 브로치를 달고, 새틴 슈즈에는 리본과 버클을 과감하게 얹었는데요.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건 스커트 아래로 청바지를 레이어링한 스타일링. 궁정복의 풍성한 볼륨감과 아크네의 출발점인 데님이 겹쳐지며 이번 시즌 컬렉션의 정체성과도 같은 룩을 완성했습니다.

데님에 반짝임을 더한 쟈니의 파리 룩!

런웨이만큼이나 화제를 모은 건 파티를 찾은 셀럽들의 룩이었습니다. 아크네 스튜디오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NCT 쟈니는 짙은 인디고 컬러의 재킷과 와이드 팬츠 사이로 선명한 레드 톱을 드러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재킷의 포켓과 절개선을 따라 촘촘하게 박힌 메탈 스터드가 묵직한 데님에 반짝임을 더했죠. 짧게 정돈한 헤어와 가느다란 네크리스로 힘을 덜어냈고요.

단정함을 비튼 이혜영의 테일러링

한편 배우 이혜영은 블랙 테일러드 재킷에 옅은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를 매치해 세련된 스타일링을 보여줬습니다. 재킷 밖으로 큼직하게 드러낸 셔츠 칼라와 길게 내려온 커프스가 단정한 블랙 룩에 예상 밖의 재미를 더했죠.

창작 과정에서 종종 1628년 침몰한 스웨덴 군함 바사(Vasa) 호를 떠올린다는 조니 요한슨. 스웨덴의 힘과 위엄을 보여주기 위해 화려하게 꾸며졌지만, 결국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첫 항해만에 가라앉은 배였죠. 이번 컬렉션에서 장식과 소재, 서로 다른 시대의 이미지가 겹쳐진 것도 단순히 화려해 보이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더하고 또 덜어내며 아크네다운 균형점을 찾아낸 그가 다음에는 또 어떤 낯선 조합을 아크네답게 풀어낼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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