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銀 한풀이…"근거 없는 자신감과 총 쏘는 즐거움이 원동력"
'파리 올림픽 사격 스타' 김예지 남편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우뚝'
(도요타[일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쇄골에 철심을 박는 큰 부상을 딛고 세계 최정상급 명사수로 우뚝 선 이건혁(27·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이 마침내 아시안게임 정상에 섰다.
이건혁은 1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단체전에서 송종호, 윤서영과 호흡을 맞춰 한국에 12년 만의 종목 금메달을 안겼다.
그리고 곧이어 벌어진 개인전 결선에서는 중국의 쑤롄보판과 2차 슛오프 접전 끝에 또 하나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년 전 2022 항저우 대회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시상대 한 칸 아래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이번 대회에서 말끔히 털어낸 순간이었다.
어린 시절 비비탄 사격장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이건혁은 어머니의 권유로 중학교 2학년 때 10m 공기권총을 잡으며 사격에 입문했다.
이후 고등학교 진학 후 25m 속사권총으로 전향하며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품었다.
선수 생명이 끝날 뻔한 위기도 있었다.
고교 1학년 체력 훈련 도중 쇄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것이다.
쇄골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고 두 달 가까이 입원 및 재활 치료를 거쳐야 했다.
불안과 좌절감이 엄습했지만,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사선으로 돌아온 뒤 점심시간마다 동료들이 쉴 때 홀로 총을 잡고 훈련에 매달렸다.
피나는 노력 끝에 복귀 후 불과 3달 만에 생애 첫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후 성인 무대에 안착한 이건혁은 한국 속사권총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 카이로 세계선수권대회 스탠더드권총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했고, 2023년 창원 아시아선수권 개인전 우승, 2025년 카이로 세계선수권 단체전 금메달을 차례로 명중시키며 국제무대에서 맹위를 떨쳤다.
이건혁의 경기장 안팎 무기는 '마음 비우기'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그는 "결과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총을 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낄 때 경기력과 성적이 가장 좋았다"고 돌아봤다.
아울러 "운동선수에게는 결정적인 순간 '근자감'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예민한 사격 경기에서 잡념을 지우고 긍정적인 상상과 초록색을 바라보며 마인드 컨트롤을 해왔다.
"사람들에게 이건혁 하면 '총 엄청나게 잘 쏘는 사격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밝혔던 그는 이번 대회 금빛 과녁을 꿰뚫으며 그 바람을 현실로 증명해 보였다.
이건혁의 아내는 2024 파리 올림픽 사격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김예지다.
이번 대회를 통해 그는 '올림픽 은메달리스트'가 기다리는 집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걸고 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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