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제1호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로 최종 확정했다. 이어 한국형 독자 원전(APR1400)의 최초 미국 진출이 포함된 원전 협력 프레임워크를 타결하고,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산업통상부(장관 김정관)는 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총 2,000억 달러(약 270조원)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 3대 프로젝트 세부 추진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7월 한미 무역합의와 11월 전략적 투자 MOU 체결 이후, '한미전략투자특별법' 등 법정 국내 절차를 거쳐 마련된 후속 조치다.
▲텍사스 가스발전 '1호 사업' 물꼬… AI 전력 난제 한미 공동 대응
양국은 첫 번째 결실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223억 달러(약 30조원)를 투입해 6,472MW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Project Star’를 제1호 사업으로 추진한다.
이 발전소는 급증하는 현지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구조로,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32년 전체 설비 가동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부동산 개발사인 '리레이티드(Related Companies)', 미국 1위 발전운영사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 천연가스 공급사 '루이스 에너지 그룹(Lewis Energy Group)' 등이 주요 민간 파트너로 참여한다.
정부는 전력 수요, 사업성, 파트너사 역량 등을 검토해 상업적 합리성을 확인했으며, 사업관리위원회·운영위원회 심의 및 국회 보고 등 법상 절차를 마쳤다. 발전 기자재 공급, 설계·시공(EPC), 장기 운영 및 정비(O&M) 등 전 과정에 국내 기업의 참여가 보장되며, 미국 측은 가스터빈 등 한국산 기자재의 추가적인 현지 공급 기회도 제공하기로 했다.
▲50년 만의 원전 동맹 역전… 한국 노형(APR1400) 美 현지 첫 건설
원전 분야에서는 최대 1,200억 달러(건설비 1,000억 달러, 예비비 200억 달러) 규모의 한미전략투자 기금을 활용해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Project Power(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한국 독자 노형인 APR1400 2기의 미국 진출이다. 당초 양국 기업 간 타협협정(SA)으로 인해 미국 시장 진출이 봉쇄된 상태였으나, 정부의 다각적인 미 정부·의회 설득을 거쳐 물꼬를 텄다. 나머지 6기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노형으로 건설되며, 한국 기업들은 AP1000의 시공 및 주요 기자재 공급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1978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도입해 고리 원전을 지었던 한국이 50여 년 만에 미국 현지 원전 건설의 핵심 파트너로 올라선 셈이다. 한국 기업들은 상업적 이익 공유를 위해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도 추진한다. 연말까지 원자로 용기 등 장주기 품목(LLI) 선제 확보를 위해 최대 100억 달러를 먼저 집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며, 향후 부지 및 세부 사업구조가 확정되는 대로 개별 프로젝트별 상업성 검토와 국회 절차를 거쳐 최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알래스카 LNG는 '조건부 검토'… "상업성 입증돼야 최종 추진"
알래스카 북부 가스전과 남부 수출 터미널을 잇는 807마일(약 1,300km)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인 ‘Project North(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타당성 검토 단계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극지방 동토층 공사에 따른 비용 증가 우려와 수익성 불확실성 때문에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 기업들도 철수한 바 있다. 정부는 MOU에 명시된 상업적 합리성 요건과 국내법상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만 최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엄격한 원칙을 재확인했다.
미국 측은 사업 추진 시 한국산 철강 등 주요 기자재에 대한 관세 인하 혜택을 제공하고, 경쟁력 있는 조건의 장기 LNG 구매계약(offtake) 보장 및 알래스카 LNG에 대한 한국의 우선적 접근권을 부여하기로 약속했다.
▲'우산형 SPV'와 '리스크 풀링'… 혈세 투입 다중 안전장치 마련
정부는 이번 전략투자에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투자 원리금 회수와 리스크 방지를 위한 다중 안전장치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운영계약에 명시했다.
통합 투자 구조 및 리스크 풀링(Risk-Pooling): 하나의 우산형 투자목적회사(I-SPV)가 전체 펀딩과 수익을 통합 관리하고, 하부에 프로젝트별 P-SPV를 두는 구조를 채택했다. 한국이 전체 투자 원리금을 모두 회수할 때까지 모든 프로젝트의 수익 배분 비율은 5:5로 유지된다. 특정 사업의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타 사업 수익을 통해 원금 회수 기간을 보장받는다.
수익률 및 세제 보호: 투자 간주이자율은 '미국채 20년물 금리 + 가산금리'를 적용해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확보했다. 미국 현지 소득 관련 세금은 한국 배분금에 가산(Gross-up)받아 세후 배분 비율을 보장받도록 설계했다.
경영권 및 정보 접근권: 연 200억 달러, 총 2,000억 달러 투자 한도를 명시하고, 사업성이 훼손될 경우 정부 간 협의를 통한 사업계획 및 배분비율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동의권과 재무 자료 제공 노력을 통한 정보권도 확보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번 전략투자 프로젝트는 단순한 관세 합의 이행을 넘어 AI·원전·LNG 등 미래 전략 산업에서 양국의 강점을 결합하는 계기”라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사업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엄격히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뉴스로드] 고찬규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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