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사 온 생닭을 봉지에서 꺼내는 순간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를 때가 있다. 씻어서 양념까지 해 놓고도 그 냄새가 어딘가 남아 있는 것 같아, 다 익힌 뒤 한 점 먹어 보고서야 마음이 놓인다. 식구 중 한 사람이라도 냄새에 예민하면 젓가락이 가지 않아 한 판을 그대로 남기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은 소주나 청주를 꺼낸다. 생닭에 부어 조물조물 문지른 다음 물로 헹구는 방법인데, 술이 날아가면서 잡내도 같이 빠진다고 알고 쓴다. 그런데 막상 구워 놓고 보면 껍질 쪽에서 나던 냄새가 그대로 남아 있어, 마늘이나 후추를 더 넣고 양념을 진하게 해서 덮는 쪽으로 가게 된다.
술로 씻는 대신 냉장고에 남은 우유를 쓰면 냄새를 덮는 것이 아니라 빼낼 수 있다. 조리하기 전에 생닭이 잠길 만큼 우유를 붓고 30분에서 한 시간만 재워 두면 되는 방법이다.
술로 헹궈도 껍질에 남는 닭 잡내
닭에서 나는 잡내는 살코기보다 껍질과 그 아래 붙은 지방, 그리고 뼈 사이에 남은 핏물에서 나온다. 지방은 공기와 닿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성질이 변하면서 냄새가 짙어지는데, 진열대에 놓여 있던 시간이 길거나 냉동했다 녹인 닭일수록 이 냄새가 더 도드라진다.
물이나 술을 부어 겉을 문지르는 것은 표면에 묻은 핏물과 기름만 씻어 내는 일이라, 껍질 안쪽 지방에 배어 있는 냄새까지는 닿지 않는다. 냄새 성분 자체가 물보다 기름에 잘 녹아 있어서, 겉을 아무리 오래 헹궈도 안쪽에 있는 것은 그 자리에 남는다.
우유에 들어 있는 카제인 단백질은 한쪽 끝은 물과, 다른 쪽 끝은 기름과 잘 붙는 구조라, 지방에 녹아 있던 냄새 성분을 붙잡아 우유 쪽으로 끌어낸다. 여기에 우유가 약한 산성을 띠어 고기 표면을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다만 붙잡아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부어서 헹구는 것으로는 안 되고 담가 두어야 한다.
생닭 잡내 우유에 담가 빼는 방법
800g에서 1kg짜리 닭 한 마리를 기준으로 우유는 한 컵에서 두 컵, 닭이 잠길 정도면 충분하다. 마시다 남은 우유를 써도 되지만 붓기 전에 반드시 냄새를 맡아 보고 덩어리가 지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상한 우유를 부으면 그 냄새가 도로 고기에 밴다.
닭은 먼저 찬물에 한 번 헹궈 겉에 묻은 핏물을 씻고, 껍질 안쪽에 노랗게 뭉쳐 있는 기름 덩어리를 손으로 떼어 낸다. 이 기름이 잡내가 가장 많이 나는 부분이라 미리 걷어 내면 우유가 할 일이 줄어든다. 그다음 볼에 닭을 담고 우유를 부어 고기가 다 잠기게 한다.
볼에 랩을 씌워 냉장고에 넣고 30분에서 한 시간을 그대로 둔다. 실온에 두면 우유와 고기가 모두 상하기 쉬우니 반드시 냉장실에 넣어야 하며, 한 시간을 넘겨 오래 재운다고 냄새가 더 빠지지는 않는다. 우유가 위쪽에 모자라면 중간에 한 번 뒤집어 준다.
시간이 되면 꺼내 흐르는 물에 헹군다. 손으로 만졌을 때 미끌거림이 없어야 우유가 다 씻긴 것이고, 껍질 쪽에 코를 대 보아 우유 냄새도 닭 냄새도 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것이다. 키친타월로 물기를 꼼꼼히 닦아 내야 구울 때 기름이 덜 튀고 양념도 겉돌지 않는다.
닭을 담갔던 우유는 핏물이 섞여 있으니 그대로 버리고 다른 데 쓰지 않으며, 볼과 손도 바로 씻는 것이 안전하다. 우유가 더 남았다면 옷에 묻은 볼펜 자국에 우유를 적신 화장솜을 10~15분 올려 두었다가 평소대로 세탁하면 자국이 옅어진다.
닭 요리는 맛을 내는 양념보다 손질에서 절반이 갈리는 음식이라, 냄새부터 빼 놓고 시작하는 습관을 들여 보길 권한다. 잡내를 먼저 잡아 두면 양념을 세게 하지 않아도 고기 맛이 그대로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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