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로랑 2027 S/S, 파리의 밤을 황금빛으로 물들인 안토니 바카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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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로랑 2027 S/S, 파리의 밤을 황금빛으로 물들인 안토니 바카렐로

마리끌레르 2026-09-30 19:56:45 신고

안토니 바카렐로가 빛으로 되짚은 생 로랑에서의 10년!

황금빛으로 돌아본 안토니 바카렐로의 10주년

매일 파리의 밤을 장악하는 에펠탑도 이 순간만큼은 주인공 자리를 잠시 내줘야 했습니다. 지난 9월 29일(현지 시간), 파리 트로카데로(Trocadéro)에서 펼쳐진 생 로랑(Saint Laurent)의 런웨이가 온통 금빛으로 번쩍였으니까요. 안토니 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가 하우스를 이끈 지 10주년, 지난 시간들을 되짚는 가장 생 로랑다운 방법은 역시 화려한 황금빛으로 밤을 물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런웨이는 거대한 골드 샹들리에 아래에서 펼쳐졌는데요. 짙은 어둠을 수놓은 수많은 촛불빛이 런웨이를 가득 물들이며, 1976년부터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이 오트 쿠튀르 쇼를 열었던 파리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호화로운 연회장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바카렐로의 1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반세기 전 하우스의 풍경을 다시 불러내며 생 로랑의 과거와 현재를 한자리에 겹쳐 놓은 셈이죠.

생 로랑의 과거와 현재를 이은 골드

이번 시즌 골드는 단순히 화려한 컬러를 넘어 생 로랑의 시간을 하나로 잇는 연결고리로 자리했습니다. 과거 이브 생 로랑은 골드를 여성을 태양처럼 빛나게 하는 특별한 색으로 바라봤는데요. 바카렐로는 그 시선을 출발점 삼아 하우스가 쌓아온 익숙한 옷의 형태를 하나씩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사파리 재킷과 트렌치코트, 몸을 따라 곧게 떨어지는 펜슬 스커트 등 이브 생 로랑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옷들에 이어, 구조적인 숄더 라인의 코트와 볼륨감 있는 재킷, 미니드레스처럼 지난 10년 동안 바카렐로가 다듬어 온 브랜드의 실루엣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서로 다른 시대의 생 로랑이 골드라는 하나의 컬러 안에서 다시 마주한 셈입니다.

여기에 바카렐로는 골드를 여러 소재에 덧입히며 하나의 색이 얼마나 다채롭게 변주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얇지만 힘이 있는 오간자는 빛을 머금은 채 가볍게 반짝였고, 금속성 실을 섞은 라메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번뜩이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죠. 입체적인 무늬를 짜 넣은 브로케이드와 정교한 레이스, 매끈한 라텍스까지 더해지며 같은 금빛은 날카롭게 빛나다가도 오래된 장신구처럼 깊게 가라앉았습니다. 여기에 일부러 구긴 듯한 주름과 풍성한 러플을 더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달라지는 빛을 관찰하는 것도 쇼에 또 다른 재미를 더했죠. 커다란 이어링과 아찔한 스틸레토 힐, S자로 휘어진 뱀을 굽으로 만든 구두까지 등장하며 시선을 붙잡았고요. 그 가운데 백은 단 한 점도 없었다는 것 역시 생 로랑다웠습니다.

금빛이 모두 사라진 뒤 등장한 블랙

쇼의 후반부로 향할수록 눈부신 골드는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깊은 블랙이 채웠습니다. 빛을 쏟아내던 런웨이는 주얼 버튼을 단 벨벳 수트와 길게 흐르는 이브닝드레스로 이어지며 한층 묵직한 분위기를 머금었는데요. 골드에서 블랙으로 이어진 흐름은 피날레를 온통 골드로 장식했던 이브 생 로랑의 1991년 F/W 리브 고슈(Rive Gauche) 컬렉션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번에는 긴 금빛 행렬 뒤에 블랙을 남겨두며 하우스의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바카렐로만의 시선으로 다시 풀어냈죠.

마지막까지 여운은 쉽게 걷히지 않았습니다. 샤를로트 갱스부르(Charlotte Gainsbourg)가 런웨이에 올라 나지막한 목소리로 쇼장을 채웠거든요. 바카렐로와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온 그는 이날 무대를 위해 준비한 노래로 피날레를 장식하며 기립박수 속에서 바카렐로와 포옹을 나누었습니다.

블랙 레이스로 완성한 전지현의 시스루 룩

런웨이만큼 뜨거운 열기를 모은 건 셀럽들의 블랙 룩이었습니다. 배우 전지현은 커다란 골드 브로치가 달린 레이스 재킷 안에 시스루 톱을 겹쳐 입고, 같은 소재의 롱스커트를 매치하며 블랙 레이스를 과감하게 활용했는데요. 섬세한 레이스 사이로 드러나는 피부와 날렵한 스틸레토 힐이 어우러지며 생 로랑 특유의 관능적인 긴장감이 드러났죠. 여기에 선명한 레드 립을 더해 강렬한 포인트까지 놓치지 않았고요.

심플한 올블랙 레더를 선택한 로제

생 로랑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블랙핑크 로제의 선택도 역시 블랙이었습니다. 지난 2019년 처음 생 로랑 쇼를 찾은 뒤 이듬해 글로벌 앰배서더가 된 로제는 다양한 캠페인과 멧 갈라 등 여러 순간을 바카렐로와 함께해 왔는데요. 날렵한 실루엣의 블랙 레더 재킷과 밝은 플래티넘 블론드 헤어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단순한 올블랙 스타일링에 입체감을 더했습니다.

생 로랑의 관능적인 테일러링을 선보인 앤톤

쇼가 끝난 뒤 반갑게 인사를 건넨 라이즈 앤톤! 그는 맨몸 위로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재킷을 걸쳐 단정한 테일러링에 대담하고 관능적인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과한 장식 없이 재킷의 실루엣에 힘을 주며 생 로랑 특유의 절제된 긴장감을 보여주었죠.

눈부신 골드로 시작해 깊은 블랙으로 저문 생 로랑의 2027 S/S 런웨이. 안토니 바카렐로가 전한 쇼 노트의 마지막 문장도 이번 컬렉션과 묘하게 맞닿아 있었는데요. “빛은 붙잡아둘 수 없기에 더욱 선명히 빛나고, 지나가는 것은 때로 남아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빛을 남긴다”. 결국 이번 쇼는 관객들의 마음 속에 바카렐로의 지난 10년을 긴 잔상처럼 남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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