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2025년 9월 14일 고위험 작업에 자사 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 이후인 2026년 6월과 9월, 울산 샤힌프로젝트의 현대건설 협력업체 노동자 두 명이 각각 매몰과 추락 사고로 숨졌다. 2026년 9월 29일에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 현장에서 청소 작업을 기다리던 노동자가 천장 콘크리트 파편에 맞아 사망했다.
안전대책 발표 이후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관리자 배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회사가 시행 중이라고 밝힌 관리체계가 사고 당시 작업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는 설명이 필요하다. 반복 사고를 분석하는 핵심은 안전조직의 규모와 개별 작업의 위험 통제 사이에 있다.
샤힌에서 이어진 사망사고···사고별 시공·관리 책임은
2026년 6월 현대건설의 공시에 따르면 샤힌프로젝트의 현장에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사망했다. 지하 전선보호구조물 설치 구간에서 거푸집을 해체하던 중 토사가 무너진 사고였다. 이어 2026년 9월 3일에는 현대건설 하청업체의 내화 작업자가 철골 구조물에서 추락해 숨졌다. 내화 작업은 구조물이 화재에 견디도록 보호 재료를 표면에 입히는 공정이다.
앞서 2026년 5월 25일에는 공동수급체 중 한 업체의 안전관리자가 저장용기 내부에서 숨졌다. 이 사고는 현대건설 협력업체 노동자가 사망한 두 사고와 고용·시공 관계를 구분해야 한다.
세 사고는 모두 현대건설이 주간사이고 현대엔지니어링등이 참여한 공동수급체의 패키지1에서 발생했다. 같은 패키지에서 사고가 이어졌다는 사실은 공동 관리체계를 살펴볼 근거지만, 주간사라는 지위만으로 참여사의 모든 작업에 대한 법적 책임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별 시공 구역과 실제 지휘·관리 범위가 책임 판단의 출발점이다.
고위험 작업 관리자 배치 약속···사고 현장에서는 어떻게 작동했나
현대건설의 2025년 9월 14일 보도자료에는 국내 130여 개 현장에 비상 안전체계를 가동하고, 안전 수행 인원을 2,500여 명으로 확대했으며, 22개 고위험 공종별 대책을 수립했다는 설명이 담겨 있다. 여기서 2,500여 명은 당시 회사가 발표한 전사 안전 수행 인원으로, 샤힌 현장의 전담 안전관리자 수나 법정 안전관리자만의 인원을 뜻하지 않는다.
특히 관리자 의무배치는 당시 시행 중인 대책으로 제시됐다. 따라서 대책의 실행 여부는 사고 당시 누가 해당 작업을 담당했고, 어떤 위험을 확인했으며, 안전조치가 끝난 뒤 작업을 시작하도록 했는지로 평가할 수 있다.
9월 추락사고는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2026년 9월 5일 고용노동부는 사망자가 맡은 층의 작업을 마친 뒤 동료를 도우려고 아래층으로 이동했다가 난간 바깥의 뿜칠 호스를 잡으려던 중 약 17m 아래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안전띠는 착용했지만 안전고리는 연결하지 않은 상태로 파악됐다는 설명도 담겼다. 이는 해당 보도 시점의 사고 경위이며 최종 수사 결과와는 구분된다.
현대건설은 같은 보도에서 관계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사고 경위에 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현장 안전관리가 미흡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안전 점검과 관리에 역량을 투입해 왔다고 밝혔다.
보도된 경위에서 주목할 부분은 호스를 다루는 과정에서 노동자가 난간 바깥의 위험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안전띠를 지급하고 착용했는지에 더해, 실제 작업 위치에서 고리를 연결할 수 있었는지와 호스를 안전하게 취급할 작업방법이 있었는지가 사고 분석의 대상이 된다. 동료를 돕기 위한 이동이 사전에 정한 작업 범위에 포함됐는지도 관리자의 감독 범위와 연결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3조와 제44조는 추락 위험 장소의 방호 조치, 안전대를 걸어 사용할 설비와 작업 전 점검을 규정한다. 이 규정은 검토할 안전조치의 범위를 보여준다.
현재 확인한 공개자료에는 사고 작업에 현대건설 관리자가 실제로 배치됐는지가 드러나 있지 않다. 관리자가 배치돼 있었다면 위험을 발견하고 작업을 통제한 과정이 설명돼야 하고, 배치되지 않았다면 해당 작업의 위험 분류와 배치 기준이 검증 대상이 된다. 어느 경우든 전사 인원 총수만으로는 답할 수 없는 문제다.
작업중지 이후 개선조치···두 사고에서 달라진 통제 범위
노동당국이 중지시킨 작업의 범위도 사고별로 달랐다. 9월 4일 언론 보도에서 6월 매몰사고 뒤 관할 노동청이 지하 구조물 설치 공사 전반에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추락사고 이후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패키지1 현장의 내화 작업 일체와 구조물 단부 작업 일체가 중지됐다.
현대건설 협력업체의 두 사망사고 사이에는 달력상 69일이 있다. 6월의 매몰과 9월의 추락은 다른 공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뒤의 사고만으로 앞선 사고에 대한 개선조치가 부실했다고 결론 낼 수도 없다.
다만 두 차례 조치를 함께 보면 재발방지대책의 범위를 따져볼 수 있다. 매몰 위험을 제거하는 공정별 조치와 함께, 현장 전체에서 고위험 작업을 분류하고 관리자를 배치하는 절차도 점검했는지가 쟁점이다. 개별 사고의 직접 원인이 달라도 작업 전 위험 확인과 작업 중 변경사항을 관리하는 절차는 함께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판단할 근거는 실제 작업중지 명령서와 개선조치의 이행 기록이다. 작업을 재개했다면 그 조건과 확인 결과도 필요하다. 현재 확인한 사실만으로는 중지 해제 시점이나 구체적인 재개 조건을 확정할 수 없다. 이 자료를 대조해야 사고 공정의 위험을 제거한 조치와 현장 관리절차를 바꾼 조치가 각각 무엇이었는지 구분된다.
국감 쟁점은 안전대책의 현장 실행과 경영진 점검
국정감사에서 기업과 감독당국에 요구할 설명은 각자의 역할에 맞춰야 한다. 현대건설에는 사고 당시 관리자 배치와 업무분장, 실제 작업방법, 앞선 사고 이후 개선조치의 이행 결과가 핵심이다. 노동당국에는 작업중지 범위를 정한 근거와, 해제했다면 안전조치 완료를 확인한 과정이 핵심이다.
경영진의 책임을 검토할 때도 안전인력 증원이나 예산 편성만으로 판단을 끝낼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행과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대책의 수립·이행에 관한 조치를 요구한다. 구체적인 법적 책임은 실제 지배·운영·관리 관계와 의무 이행, 사고와의 인과관계 등을 조사해 판단할 사안이다.
회사가 개선을 지시한 뒤 현장은 무엇을 완료했다고 보고했고, 경영진은 어떤 자료로 이를 확인했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인력 부족이 문제였다면 배치 조정이, 작업방법에 위험이 있었다면 그 방법의 변경이, 작업 변경을 놓쳤다면 확인 절차의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개선대책은 확인된 원인과 맞아야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
현대건설이 발표한 안전인력 확대는 회사가 투입한 자원을 설명한다. 샤힌 사고 당시의 배치와 작업 기록은 그 자원이 실제 위험을 막는 데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설명한다. 국감이 확보해야 할 것은 이 둘을 연결하는 근거다. 고위험 작업에 관리자를 의무 배치한다고 밝힌 회사가, 사고가 난 작업에서는 그 약속을 어떤 방식으로 실행했는지가 이번 사안의 핵심이다.
[폴리뉴스 박수남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