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출근 당기지 않으려 개점 30분 늦춘다는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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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출근 당기지 않으려 개점 30분 늦춘다는 은행

연합뉴스 2026-09-30 07:07: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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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이래 최초로 영업시간 단축"…자랑만 할 일일까

'고객 불편 줄이며 노동권 보장' 대안 얼마나 찾아봤나

은행 창구 현금 입금 은행 창구 현금 입금

[연합뉴스DB]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금융산업 노사가 내년 4월부터 은행 점포 영업시간을 30분 줄이기로 잠정 합의했다. 개점 시간을 현행 오전 9시에서 9시 30분으로 늦추는 방식이다. 문을 닫는 시간은 오후 4시로 그대로 유지된다.

노사는 또 지난해 10월 합의한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제의 정착을 위해, 당일 고객 마감 제도(라스트콜)를 도입하기로 했다. 조기 퇴근 미사용 시간은 1년에 이틀 한도로 보상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노조는 사측과 교섭 잠정 타결 직후 "건국 이래 최초로 은행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했다"며 '의미 있는 성과'라고 자평했다. 최종 확정되면, 은행 직원들 입장에서는 출근을 좀 더 여유롭게 할 수 있고 '칼퇴근'도 가능하게 하는 장치들이 마련되는 셈이다.

근로 시간 (PG) 근로 시간 (PG)

[연합뉴스DB]

은행 직원들도 노동자로서 마땅한 권리를 누릴 권리가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탄력 근무를 통한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추구, 육아휴직 확대나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 등 합리적인 복지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누구도 탓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서비스업인 금융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은행 개점 시간을 늦춰 광범위한 고객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이나 민간부문의 대부분 직장이 출근 시간을 '국룰'처럼 오전 9시로 맞추고 있어 은행 업무를 연계하는 고객의 관행으로 굳어진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금이 꼭 필요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업무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모바일 뱅킹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고령자나 장애인 등 금융 취약계층은 은행 창구 영업시간 자체가 금융서비스의 접근성이다. 늦춰지는 개점 시간만큼 제약을 받게 된다. 코로나19 기간 영업시간을 단축했다가 사태가 진정된 뒤 정상화를 늦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오전 9시 개점을 위해 직원들이 9시 이전에 출근해야 하는 점을 반영했다는 금융노조의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세팅된 업무를 교대하면서 맡는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본격 업무 전 사전 준비 시간이 들기 마련이다. 은행이라서 특수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은행만 개점 시간을 늦출 때 다른 기관들과 업무시간이 달라지는 데 따른 연쇄적인 업무 지연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은행은 직원의 편익과 업무 효율성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불일치로 인해 빚어지는 사회적 비용은 고객들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은행은 여느 업종 못지않게 사회의 안정에 필수적인 산업이다. 공공성을 띠고 있어 일정한 자산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규제를 받고, 도산 위기에 처했을 때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 적도 있다.

공적자금 회수 추이 공적자금 회수 추이

[금융위원회 제공]

은행은 국가의 라이선스와 예금자보호제도 등 공적 안전망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체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무도 짊어지고 있다. 구성원들의 편익 증진만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 의식으로 함께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노사가 근무시스템의 탄력적 개선이나 영업 단축 대체기능 마련 등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노동권을 보장하는 대안을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객의 신뢰는 단기간에 무너지기는 쉬워도 다시 회복하기는 어렵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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