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람이 몰렸다고 성공인가”…공주시 축제에 필요한 건 ‘인파’가 아니라 ‘성과’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기자수첩] “사람이 몰렸다고 성공인가”…공주시 축제에 필요한 건 ‘인파’가 아니라 ‘성과’다

투어코리아 2026-09-30 06:03:27 신고

3줄요약
▲류석만 투어코리아뉴스 / 대전·충청·세종본부 본부장.
▲류석만 투어코리아뉴스 / 대전·충청·세종본부 본부장.

[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축제 철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숫자가 있다.

“수만 명이 다녀갔다.”

“지난해보다 관람객이 늘었다.”

“역대 최대 인파가 몰렸다.”

축제의 성공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간편한 지표도 없다.

하지만 묻고 싶다.

사람이 많이 모였다는 것만으로 정말 축제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충남 공주시의회에서 29일 나온 시정질문은 이 단순한 질문을 정면으로 던졌다.

오는 10월 3일 제72회 공주 백제문화제 개막을 앞두고 축제의 성과와 대규모 문화사업의 실효성을 놓고 날 선 지적이 쏟아졌다.

핵심은 의외로 간단하다.

“얼마나 많이 모였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공주에 무엇을 남겼느냐를 보자”는 것이다.

유명 가수가 출연한 개막식에 예년보다 두세 배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치자.

그 인파가 공연이 끝난 뒤 공주를 빠져나갔다면 어떨까.

숙박은 했는가.

식당에서 밥은 먹었는가.

전통시장과 상점가에서 돈을 썼는가.

공산성과 무령왕릉을 찾았는가.

그리고 다시 공주를 찾을 이유를 얻어갔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관람객 수’라는 숫자는 축제의 성과라기보다 그날 행사장에 사람이 많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숫자에 불과하다.

■ 12억원짜리 미디어파사드, 관람객 숫자만 세면 끝인가

더 눈여겨볼 대목은 미디어파사드다.

약 12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물론 여기에는 제작비뿐 아니라 운영비 등이 포함된다는 공주시의 설명이 있다.

문제는 돈의 많고 적음만이 아니다.

그 돈으로 무엇을 만들었고, 시민과 관광객이 얼마나 실제로 향유했느냐다.

김권한 공주시의원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품을 보는 사람이 몇 명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한 것도 그래서다.

행사장 주변에 사람들이 지나갔다는 이유로 관람객으로 집계하는 것과, 작품 앞에 멈춰 서서 10분 동안 콘텐츠를 감상한 사람을 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축제 예산을 투입했다면 이제는 행정도 숫자를 바꿔야 한다.

‘몇 명이 왔느냐’에서 ‘몇 명이 제대로 봤느냐’로.

또 ‘얼마나 화려했느냐’에서 ‘얼마나 기억에 남았느냐’로.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공주에 얼마나 도움이 됐느냐’로.

■ 14억 5000만원짜리 무대, 무대가 아니라 ‘사용률’을 봐야 한다

아트센터 고마 야외무대도 마찬가지다.

약 14억 5000만원을 들여 개보수했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당연히 묻는다.

“그래서 몇 번 썼습니까?”

공주시가 제시한 행사 실적에 5차례 행사가 있었다고 해도, 그 행사가 실제 야외무대 활용 실적과 일치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시설을 만들어 놓고 행사 횟수만 늘어놓는 방식의 성과 관리는 이제 한계가 있다.

공공시설은 준공식이 끝나는 순간부터 진짜 평가가 시작된다.

얼마나 자주 쓰였는가.

누가 썼는가.

시민에게 얼마나 개방됐는가.

투입된 예산에 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았는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이유가 있는가.

이것이 진짜 성과다.

■ 백제문화전당은 더 뼈아프다

같은 날 김명환 공주시의원도 백제문화전당의 당초 계획과 실제 공간 배치를 비교하며 “문화시설의 핵심인 전시·체험 공간은 줄어든 반면 식당 공간은 오히려 커졌다”고 지적했다.

백제문화전당 문제는 더욱 상징적이다.

당초 566평이던 전시·체험 공간은 365평으로 줄었다.

상설 공연장 좌석은 200석에서 180석으로 축소됐다.

예술인 창작 공간은 계획에서 빠졌다.

그런데 식당 면적은 오히려 기본계획보다 59.9% 커졌다.

여기에 개관 이후 전체 이용객 2만1488명 가운데 76.6%가 미디어아트 전시장에 집중됐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상설 공연 관객은 회당 평균 101명.

체험 공방은 48차례 운영에 545명.

숫자만 놓고 보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백제문화전당’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문화공간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물론 식당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관광객에게 먹거리와 휴식 공간은 필요하다.

그러나 문화시설을 만들면서 문화공간을 줄이고 상업 공간을 키웠다면, 시민들이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최원철 공주시장 스스로 “주객이 전도됐다”고 표현한 대목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 공주 관광의 진짜 문제는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

어쩌면 지금 공주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축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 공주에는 백제문화제와 석장리 구석기가 있고, 각종 지역축제가 있으며, 공산성과 무령왕릉이 있다.

그리고 백제문화전당도 있다.

문제는 이것들이 하나의 관광 경험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축제는 축제로 끝나고, 문화시설은 문화시설로 끝나고, 관광지는 관광지대로 끝난다.

관광객이 백제문화전당을 찾았다면 공산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무령왕릉으로 연결되고 원도심으로 흘러가야 한다.

저녁에는 야간 관광을 하고 식당과 시장을 찾아야 한다.

하룻밤 묵고 다음 날 다시 다른 관광지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돈이 지역 안에서 돌고, 상인과 숙박업소가 체감해야 한다.

그게 관광이고, 그게 축제의 경제적 효과다.

■ 이제 공주시 행정도 ‘행사 실적’에서 벗어나야 한다

행정은 무언가를 만들고 개최하는 데 익숙하다.

축제를 만들고, 무대를 만들고, 시설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리고 결과보고서에는 숫자가 남는다.

관람객 몇 명, 행사 몇 회, 프로그램 몇 개.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빠져 있다.

그래서 시민에게 무엇이 달라졌는가.

또한 지역 상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가.

관광객이 얼마나 더 머물렀는가.

투입한 세금만큼의 가치가 있었는가.

이제 공주시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축제는 예산을 쓰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을 살리는 수단이어야 한다.

문화시설은 준공하는 순간 끝나는 건물이 아니라, 시민이 매일 찾는 공간이어야 한다.

미디어파사드는 화려한 영상 몇 편을 보여주는 사업이 아니라, 공주시를 기억하게 만드는 콘텐츠여야 한다.

야외무대는 준공 실적을 남기는 시설이 아니라,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공연장이 돼야 한다.

■ 백제문화제, 올해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백제문화제 개막이 코앞이다.

올해도 수많은 사람이 공주시를 찾을 것이다.

화려한 무대가 설치되고, 공연이 펼쳐지고, 곳곳에서 사진이 찍힐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 행사가 끝나면 또 하나의 숫자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관람객 ○○만 명.”

이제는 그 숫자 다음에 이런 질문도 함께 나왔으면 한다.

“그 가운데 몇 명이 공주에서 숙박했는가.”

또 “얼마를 소비했는가.”

“지역 관광지를 몇 곳이나 방문했는가.”

“다시 공주를 찾겠다고 한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투입한 시민의 세금만큼 가치가 있었는가.”

축제의 성공은 광장에 모인 사람의 숫자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이 떠난 뒤 ‘공주에 무엇이 남았느냐’로 증명된다.

이제 공주도 ‘사람을 모으는 축제’에서 ‘사람을 머물게 하는 축제’로 가야 한다.

시설을 만드는 행정에서 ‘시설이 실제로 쓰이게 하는 행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올해 백제문화제가 그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공주시민들의 시선이 축제장보다 오히려 ‘축제가 끝난 다음 날의 공주’를 향하고 있다.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