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에서 30평대 아파트를 3억원대에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른바 ‘반값 아파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주변 아파트 가격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수준이지만 비밀은 분양가에서 땅값을 빼는 데 있다. 집을 살 때 건물만 소유하고 토지는 공공기관에서 빌리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방식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LH나 SH 등 공공이 토지를 계속 보유하고 입주자는 건물에 대해서만 소유권을 갖는다. 초기 분양대금에서 비싼 토지비가 빠지는 만큼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지만, 대신 토지 사용에 대한 임대료를 매달 부담해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9일 남양주왕숙·왕숙2 공공분양 사업을 분석한 결과, 공급면적 25평형 기준 LH 평균 분양가가 약 4억6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택지비는 약 2억2000만원, 건축비는 약 2억5000만원이다.
경실련은 건축원가를 약 2억3000만원으로 추산하면서 토지임대부 방식이라면 건물 분양가 2억3000만원에 월 60만원대 토지임대료로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경실련 자체 분석에 따른 추정치다.
땅은 공공이 보유…분양가 낮추고 매달 임대료 낸다
정치권에서도 제도 확대 움직임이 나왔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건설을 주택도시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 의원은 제도가 정착될 경우 강남에서도 30평대 아파트를 3억원대에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현재 확정된 강남 분양계획이나 실제 분양가격이 아니라 제도 확대를 전제로 제시한 구상이다.
비슷한 방식은 이미 서울에서 공급된 적이 있다. 2011~2012년 강남·서초지역 토지임대부 주택 760가구가 공급됐으며 당시 전용 84㎡ 분양가는 약 2억원, 월 토지임대료는 50만원 안팎이었다.
강남구의 한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이후 거래가격이 13억원 수준까지 상승한 사례도 있다. 따라서 ‘13억원을 3억원에 산다’는 이야기는 기존 13억원 주택을 저렴하게 분양한다는 뜻이 아니라, 토지를 제외해 신규 주택의 초기 분양가를 낮추는 구조를 의미한다.
낮은 분양가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토지를 소유하지 않는 대신 장기간 임대료를 내야 하고 향후 재건축 때 건물 소유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지도 과제로 꼽힌다. 다만 과거 약점으로 지적됐던 금융 문제는 일부 보완됐다. 올해 7월부터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당첨자를 위한 정책대출이 도입됐으며 최대 LTV 60%, 최장 30년 만기가 적용된다.
분양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토지임대료·자산가치·정비사업 문제를 함께 따져야 하는 셈이다. ‘강남 3억원대 아파트’가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법 개정과 사업부지 확보, 금융지원 및 장기적인 토지 운영방안까지 구체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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