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으로 높아진 주주 눈높이···"기업분쟁 재판 전문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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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으로 높아진 주주 눈높이···"기업분쟁 재판 전문화해야"

뉴스웨이 2026-09-29 18:18: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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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자경 기자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보호 의무가 명문화되면서 기업분쟁을 다루는 재판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사분쟁이 늘고 재판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주주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려면 신속하고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별도의 상사전문법원을 설립하거나 기존 전담재판부를 강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29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개최한 제56차 세미나 '주주 충실의무와 상사특별법원 도입'에서는 상법 개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사법제도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지난해 개정된 상법은 이사가 회사와 주주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명시했다. 구체적인 기업 의사결정이 이 같은 의무를 지켰는지 판단하려면 재판의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이날 세미나의 핵심 내용이다.

잦은 순환근무에 기업재판 전문성 '한계'


김재남 인천지방법원 판사는 기업분쟁을 제대로 심리하려면 법률뿐 아니라 경제·회계·금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의 판단이 공정했는지 따지고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관이 통상 2~4년마다 근무 권역이나 법원을 옮기고 같은 법원에서도 2~3년마다 담당 업무를 바꾸는 순환근무가 특정 분야의 경험을 쌓는 데 제약이 된다고 꼬집었다.

기업 전문재판부가 기업 사건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2020년 2월29일 기준 서울중앙지법 기업 전문재판부의 전담사건 비율은 재판부별로 32~44%에 그쳤다. 상사 가처분을 담당하는 재판부도 일반 가처분을 함께 맡고 있어 기업분쟁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상사분쟁 증가와 재판 장기화도 부담이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을 통해 관련 소송과 신청을 전수조사한 결과 누적 분쟁은 1529건, 대상 기업은 287개사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만 256건이 발생했다.

주식 매수가격 결정 사건이 대법원까지 간 경우 처리기간은 최소 537일에서 최대 2757일에 달했다. 황 연구위원은 "상사 소송의 지연은 기업과 투자자들 모두에게 부담"이라며 1심부터 전문적인 판단이 이뤄져야 재판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사전문법원 설립 제안···기존 전담재판부 강화 의견도


김 판사는 일반 법원 내 전문재판부를 넘어 별도의 상사전문법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문성을 갖춘 법관을 배치하고 장기근무를 보장하는 한편 하나의 분쟁은 가처분부터 정식 재판까지 가급적 같은 재판부가 맡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회계 전문가를 배치해 심리를 지원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 판사는 "단순히 법관의 전문화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특히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별도의 조직이 가지는 의미가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사법정책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수원 지역 법인회생 사건의 접수부터 개시 결정까지 평균 처리기간이 수원회생법원 개원 전인 2022년 73일에서 2024년 29일로 단축된 사례도 소개했다.

송옥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별도 법원 신설 대신 기존 기업 전담재판부를 강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전담재판부의 기업 사건 비중을 높이고 내부 지원을 강화하면 별도 상사법원 도입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 교수는 "독립적인 법원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법원 신설 여부보다 실제 사건을 처리하는 법관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봤다.

전국에 상사 전담재판부를 두고 순환근무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서울과 지방 간 이동은 유지하되 전문화를 희망하는 법관이 옮긴 법원에서도 같은 분야를 계속 맡도록 하자는 취지다. 전문성을 쌓은 뒤에도 관련 재판을 이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은정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교수는 주주권을 법에 규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법관의 역량도 단순한 근무기간만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데이터 분석과 전문 인력 지원까지 포함해 넓게 봐야 한다"며 "전담 판사의 전문성이 문제가 아니라 사법 전반 시스템의 재편과 개편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재판 전문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전문법관의 편향을 막기 위해 법관 임용과 배치 결과를 출신 직역별로 공개하고 특정 법무법인과의 이해충돌을 막는 냉각기간을 둬야 한다"며 "상사법원의 가치관을 어느 가치관으로 채울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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