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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수년째 어머니와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다. 과거 어머니의 경제적 문제 등으로 갈등이 커지면서 결국 서로 절연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A씨와 형제들은 피보험자를 어머니로 한 실손보험료만은 수년째 꾸준히 납부해 왔다.
훗날 어머니가 큰 병에 걸렸을 때 병원비 부담을 줄이려는 최소한의 대비책이었다.
A씨는 어머니에 대한 권리도 책임도 지지 않을 생각이지만, 이 보험료 납부 사실이 나중에 상속포기나 채무 추심을 방어할 때 “완전한 절연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생전에 부모의 보험료를 계속 낸 사실이 훗날 상속포기의 발목을 잡게 될까?
상속 개시 전 보험료 납부는 처분 행위가 아니다
민법 1026조가 정한 법정단순승인 사유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한 때, 기간 안에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 신고를 하지 않은 때, 포기 후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한 때 세 가지로 한정된다.
세 사유 모두 상속이 개시된 뒤의 행위를 전제로 한다.
A씨 측이 내온 보험료는 어머니가 살아 있는 동안 자녀들의 고유재산에서 지급된 것이어서 상속재산에 관한 처분이 될 수 없다. 어느 쪽이 먼저 절연을 선언했든 절연의 정도는 상속인 지위나 상속포기 요건과 무관하다.
법무법인 심 심규덕 변호사는 “법이 정한 사유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한 때, 기간 안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않은 때, 포기한 뒤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한 때다. 생전에 어머님 보험료를 납부한 것은 상속재산에 관한 행위가 아니어서 어느 항목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절연 정도를 따지는 규정도 없다. 부양의무는 친족 사이의 의무여서 상속 여부와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모의 채무 역시 자녀가 보증인으로 서명하지 않은 이상 자녀에게 당연히 넘어오지 않는다. 부모의 채권자가 자녀에게 직접 상환을 요구할 근거는 보험료를 대납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생기지 않는다.
계약자 명의가 다른 보험은 상속재산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계약자가 부모이고 피보험자가 자녀로 되어 있는 또 다른 보험이 있는 경우다.
자녀가 실질적으로 보험료를 내고 관리해왔다 하더라도, 계약서상 권리자는 부모이기 때문이다.
계약자 지위와 그에 딸린 해약환급금 청구권은 법률상 부모의 재산으로 취급되므로, 훗날 상속이 개시되면 이 권리 역시 상속재산에 포함돼 상속포기 대상이 될 수 있다.
로원파트너스 유승윤 변호사는 “계약자가 어머니, 피보험자가 본인인 보험은 계약자 지위가 어머니 재산으로 취급될 수 있어, 상속개시 후 해약환급금을 임의 수령하면 처분으로 평가될 위험이 있다. 보험사가 계약자 변경을 거부한 상태라면 이 지위가 남아 있어, 사망 후 이 보험을 건드리기 전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이나 실손보험처럼 계약자 지위 변경에 보험자의 승낙이 필요하다고 정한 상품은 계약자 혼자의 의사표시만으로 지위를 넘길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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