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뤄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 '암살자(들)'이 개봉 엿새 만에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줬다. 같은 날 개봉해 줄곧 2위를 달리던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정상에 올랐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전날 6만7406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 수는 163만3621명. 이 영화는 지난 23일 개봉한 뒤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영화 ‘암살자(들)’이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를 다룬 내용을 놓고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28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영화가 사실을 왜곡하고 고인을 모독했다며 비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표시되는 영화 ‘암살자(들)’ 홍보 포스터. / 뉴스1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전날 6만8913명을 동원해 1위에 올라섰다. 누적 관객 수는 90만1929명.
1위에 오른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2006년 시작된 '타짜' 시리즈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최국희 감독이 연출하고 변요한·노재원·미요시 아야카·조우진 등이 출연했다.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성공한 장태영(변요한)과 그의 모든 것을 빼앗은 동명의 절친 박태영(노재원)이 글로벌 도박판에서 다시 만나 복수의 승부를 벌이는 이야기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이 영화는 개봉 첫날 10만3362명을 모아 2위로 출발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야당'의 오프닝 기록을 525일 만에 넘어선 성적이다. 추석 연휴인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 동안에는 71만484명을 불러 모았다. 앞선 시리즈는 1편이 약 569만명, 2편이 약 401만명, 3편이 약 222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첫 평일 두 영화 모두 관객이 크게 줄었다. 다만 감소 폭은 '암살자(들)'이 더 컸다. '암살자(들)'은 27일 26만544명에서 74.1% 줄었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의 27일 대비 감소율은 59.4%였다. 스크린 수는 '암살자(들)'이 1302개로 '타짜: 벨제붑의 노래'(943개)보다 많았다. 매출액 점유율은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28.8%, '암살자(들)'이 26.8%로 집계됐다.
3위는 '오디세이'로 3만1359명을 모았다. 지난 8월 5일 개봉한 이 영화의 누적 관객 수는 1181만4654명이다. 4위는 '가능한 사랑'(1만4418명, 누적 13만353명), 5위는 '인턴'(1만2537명, 누적 76만8591명)이 차지했다.
영화 ‘암살자(들)’이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를 다룬 내용을 놓고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28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영화가 사실을 왜곡하고 고인을 모독했다며 비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표시되는 영화 ‘암살자(들)’ 홍보 포스터. / 뉴스1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박해일 등이 출연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일어난 육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와 의혹을 좇는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형사와 기자가 사건의 진실을 파고들고, 중앙정보부가 이들을 방해하는 장면을 통해 권력기관이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영화는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추석 연휴 극장가 흥행을 이끌었다.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재일교포 문세광이 광복절 연설 중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했다가 실패했다고 결론 내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 옆에 앉아 있던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는 것이 공식 기록이다.
영화가 사건을 박정희 정권의 자작극처럼 그렸다는 비판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영화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님을 암살한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인 것처럼 왜곡했다. 천인공노할 짓"이라고 썼다. 주 의원은 "사자 명예훼손죄에 명백히 해당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정당화될 수 없으므로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영화 내용을 두고 "육영수 여사 피격의 배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는 참으로 황당한 스토리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장 대표는 "'표현의 자유'는 좌파의 전유물인가"라고 반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 역시 전날 페이스북에 "허진호가 감독으로 만든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마치 육영수 여사 피격의 진짜 배후는 고 박정희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고 적었다. 유 의원은 "이번 '암살자(들)'은 명백하게 그 선을 넘었고,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반드시 이에 대한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화 ‘암살자(들)’이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를 다룬 내용을 놓고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28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영화가 사실을 왜곡하고 고인을 모독했다며 비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을 찾은 시민이 영화 '암살자(들)'을 예매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를 지역구로 둔 구자근·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진의 사과와 정정을 요구했다. 구 의원은 "영화 제작진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주장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황당무계한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 의원은 사자명예훼손 등 관련 법률 위반 여부를 관계기관이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영화적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 역사적 왜곡이자 선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도 전날 "문세광이 조총련 관계자에게 지령받은 사실이 수사, 재판 기록에 나와 있다"며 영화 상영 중단과 제작사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재단은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긴 역사적 비극을 왜곡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본 작품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제작사는 1974년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작성된 여러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했다며 정치적 의도가 없는 창작물로 봐달라고 호소했다. 허 감독은 앞서 "이 사건은 태생적으로 결론을 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