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호황으로 쌓인 현금, 설비·기술투자 이어 주주환원에 투입
[엠투데이 이상원기자]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1500억달러(약 204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확대에 나선다. 지난달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한 SK하이닉스보다 5배 이상 큰 규모다.
엔비디아는 28일(현지 시간) 이사회가 기존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에 1500억달러를 추가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단일 자사주 매입 승인 확대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기존 승인 프로그램 가운데 남아 있는 금액을 합치면 엔비디아가 앞으로 매입할 수 있는 자사주 규모는 총 2350억달러(319조4800억원)에 달한다.
엔비디아는 이를 2028회계연도까지 집행할 계획이다. 엔비디아가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AI 가속기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확보한 막대한 현금창출력이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결정과 관련 “엔비디아의 성장은 AI와 가속 컴퓨팅으로의 세대에 한 번 있을 플랫폼 전환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며 “현금 창출 능력은 이러한 변화를 앞당기는 기술에 투자하는 동시에 주주들에게 자본을 돌려줄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이 엔비디아의 장기 성장 기회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몸값이 이미 5조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성장 속도에 비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게 높지 않다는 판단도 자사주 매입 확대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약 5조4500억달러,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4.88배 수준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약 20% 올랐지만 AI 투자 확대에 따른 실적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과거 AI 랠리 초기와 비교해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주주환원을 넘어 엔비디아 경영진이 현재 주가에 대해 보내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회사가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GPU, 네트워크,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도 수백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여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 공급 확대를 추진하면서 2028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약 7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시에 잉여현금흐름 가운데 전략적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제외한 초과분을 주주환원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AI 반도체 호황이 미국과 한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주주환원 경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향후 관건은 실제 매입 속도다. 엔비디아가 보유한 235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 한도를 얼마나 빠르게 소진하느냐에 따라 주식 수 감소와 주당순이익(EPS), 수급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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