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이 1000조원을 돌파했으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저원가성 예금이 빠져나간 자리를 연 3%대 중반 고금리 정기예금이 메운 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 법인예금 만기와 분기말 결산 수요가 맞물려 은행채·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크게 늘린 영향이다. 외형 성장이 조달단가 상승으로 직결되면서 은행권의 수익성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기예금 1012조원 돌파…고금리 수신 쏠림 심화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1012조208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 말 대비 6조7889억원, 4월 말 대비로는 74조8374억원 증가했다. 5월 7조5327억원, 6월 4조6837억원에 이어 7월 35조5401억원, 8월 20조2920억원으로 유입세가 가팔라지며 사상 처음 1000조원 선을 넘어섰다.
시장금리 상승에 맞춰 수신금리가 일제히 뛴 결과다.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연 3.5%를 기록했고,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은 연 3.5%,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은 연 3.55%로 올라섰다.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과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도 각각 연 3.4%를 나타냈다.
고금리 예금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수신 총액은 불어났지만 자금 조달 효율은 떨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는 시장금리 외에도 개별 은행의 유동성 확보 전략을 반영한다”며 “자금 자체가 고갈됐다기보다 금리 추가 상승에 대비해 자금을 선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대기업 예금 만기·분기말 수요…시중은행채 79% 급증
9월 시장성 조달 확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의 법인예금 만기 도래와 직결된다.
두 회사가 맡겨둔 대규모 정기예금 만기가 이달 말 집중되면서, 자금이 재예치되지 않고 이탈할 경우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은행채와 CD 발행으로 선제 방어에 돌입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1~21일 주요 시중은행의 채권 발행액은 10조8600억원으로 8월(6조600억원) 대비 약 79% 급증했다. 반면 동기간 특수은행채 발행은 약 42% 감소해 전체 은행채 발행액은 약 22조1000억원으로 8월(24조9000억원)을 밑돌았다. 시중은행 중심의 유동성 확보전이 두드러진 셈이다. 여기에 추석 연휴와 3분기 말 결산에 따른 일시적 현금 확보 수요도 겹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 발행 금리가 크게 뛰면서 예금금리를 올려 자금을 유치하는 편이 조달비용 측면에서 유리해졌다”며 “은행들이 수신금리 인상에 적극 나선 이유”라고 설명했다.
◇단기 수급 지나도 ‘고비용’ 지속…대출금리·NIM 압박
분기말 요인이 해소되더라도 조달비용 상승 압력은 상존한다. 원가가 낮은 결제성 자금이 줄고 고금리 조달 비중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수시입출식 예금은 7월에 전월 대비 약 81조원, 8월에 14조원 줄었다. 반면 8월 은행권 총대출 잔액은 2629조원으로 전월보다 13조원 이상 증가했다.
조달단가 상승은 대출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은행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고정·주기형 금리에 직접 반영되며, 정기예금 금리 상승분은 시차를 두고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밀어 올린다.
수신금리와 시장금리가 동반 상승하면 예대금리차 축소로 순이자마진(NIM) 방어가 쉽지 않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기조로 늘어난 비용을 차주에게 온전히 전가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금리 인상분이 지수 산정에 반영되면서 다음 달 코픽스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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