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 놓고 펼쳐진 與野 공방전...“역사 왜곡” VS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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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놓고 펼쳐진 與野 공방전...“역사 왜곡” VS “음모론”

투데이신문 2026-09-28 20:39: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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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근 국민의힘 의원과 강명구 의원이 28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영화 ‘암살자(들)’ 관련 역사왜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과 강명구 의원이 28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영화 ‘암살자(들)’ 관련 역사왜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유요섭 기자】 추석 연휴에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을 놓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은 잇달아 “역사 왜곡”이라며 목소리를 높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공작 정치”라며 맞받았다.

지난 23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개봉 후 추석 연휴를 타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었고 28일 기준 누적 157만 명을 기록 중이다.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암살자(들)’이 다룬 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은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행사 진행 중 객석에 있던 재일 한국인 문세광이 총을 쏘며 달려 나갔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화를 면했으나 옆에 있던 육 여사가 숨졌다.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박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육 여사를 숨지게 했다고 결론 내렸다. 문세광은 그해 12월 20일 사형에 처해졌다.

그럼에도 이를 둘러싼 의문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육 여사가 문세광이 아닌 경호원의 총탄에 맞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음모론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를 입증하는 자료는 확인된 바가 없다.

영화는 문세광 사형과 경찰의 대규모 파면 등 역사적 사실로 뼈대를 세우고 가상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살을 붙였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선 육 여사의 죽음을 당시 정권의 국면 전환을 위한 자작극 가능성과 연결해 논란이 됐다. 

다만 허 감독은 해당 작품을 두고 실제 사건의 배후를 단정하는 작품이 아니라 당시 수사에서 남은 의문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추적하는 미스터리극이라고 설명해 왔다.

국민의힘, “패륜·역사 반역” 비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8일 SNS에 “육영수 여사 피격의 배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는 참으로 황당한 스토리”라며 영화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2002년 박근혜 대통령 방북 당시 북한 김정일은 직접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그런데도 좌파들은 이런 영화를 만들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며 영화가 ‘음모론’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의원 또한 “유족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패륜 행위이자 역사에 대한 반역”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영화가 “명백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넘어 법적 책임 검토까지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강명구 의원은 28일 구자근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와 정정 조치를 촉구했다. 주진우 의원 또한 영화 내용이 ‘사자(死者)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범야권 인사들 역시 비판에 가세했으나 다소 다른 결을 보였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사전검열에는 반대하면서도 상업영화가 역사를 왜곡해 돈을 벌고 있다면 비판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기인 개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상상력은 증거가 될 수 없다”며 작품의 무책임함을 비판할 자유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법적 처벌까지는 과하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 “공작 DNA”...여야 갈등 확전 조짐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역사 왜곡 여부에 대한 직접 언급 없이 국민의힘에 대한 역공에 나섰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DNA는 음모론 제기와 공작”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희 최고위원도 SNS에 “암살자들은 픽션”이라며 옹호에 나섰다.

‘표현의 자유’와 ‘역사 왜곡’을 놓고 여야 공방이 커지면서 정치적 손익 계산도 분주하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보수 결집 효과를 노리고 있지만, 영화가 흥행 중이어서 중도 확장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단 시선도 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프레임 공방’에 굳이 휘말릴 필요가 없단 입장이다. 여당 관계자 또한 본보에 “진영 논리를 앞세워 문화 탄압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걱정”이라며 논쟁보다 민생 등 더 시급한 의제에 집중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영화 ‘그때 그사람들’ 스틸컷. [사진제공=MK픽쳐스]
영화 ‘그때 그사람들’ 스틸컷. [사진제공=MK픽쳐스]

‘그때 그사람들’ 땐 법정으로...‘암살자들’은?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가 정치권 논란으로 번진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을 다룬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은 박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가 상영금지 가처분을 내 일부 장면이 삭제된 채 상영됐다.

법원은 2006년엔 제작사가 박씨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 박씨가 청구했던 상영금지 가처분소송은 기각했다.

‘암살자(들)’이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흥행을 이어가면서 작품을 둘러싼 논란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영화가 소환한 역사적 사건의 의미보다 이를 둘러싼 진영 간 해석 대립만 증폭돼 정작 영화가 가리키는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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