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물드는 9월 말부터 10월까지는 주말마다 가방을 챙겨 나서게 되는 때다. 김밥집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선 날이면 집에서 도시락을 싸게 되는데, 볶음밥 한 통에 달걀 반찬을 곁들이고 상추와 오이를 몇 조각 올려 두면 준비가 끝난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도시락 하면 김밥이 제일 잘 상한다고 알고 있어서, 볶음밥을 싸면 안심이 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기름에 볶아 뜨끈할 때 담았으니 괜찮고, 혹시 미심쩍으면 전자레인지에 한 번 더 데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모두 볶음밥에는 통하지 않는다.
실은 도시락 가운데 볶음밥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음식이고, 한번 상하기 시작하면 다시 데우는 것으로는 되돌릴 수 없다. 조리한 뒤 어떻게 식혀서 어떤 온도로 들고 나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다시 데워도 없어지지 않는 볶음밥 속 독소
밥을 짓는 재료인 쌀에는 토양에 흔한 세균이 씨앗 같은 형태로 붙어 있는데, 이 형태는 밥을 짓는 높은 온도에서도 그대로 살아남는다. 밥이 다 되어 김이 오를 때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밥알 사이에 남아 있다가, 밥이 미지근하게 식는 구간에 들어서면 그때부터 빠르게 불어난다.
문제는 이 세균이 불어나면서 만들어 내는 독소다. 상온인 20~25도에 두 시간 넘게 놓아둔 밥에서 독소가 생기는데, 이 독소는 열에 매우 강해서 100도로 끓여도 그대로 남는다.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세균 자체는 줄어들지만 이미 만들어진 독소는 그대로여서, 데워 먹으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여기서 어긋난다.
냄새나 맛으로는 알아채기도 어렵다. 겉보기에 멀쩡하고 데우면 고소한 냄새까지 나기 때문에 먹기 전에 걸러 낼 방법이 없다. 그래서 상한 뒤에 손을 대는 것이 아니라, 독소가 만들어질 틈을 주지 않도록 처음부터 빠르게 식혀 차갑게 들고 나가는 쪽으로 준비해야 한다.
나들이 도시락 볶음밥 상하지 않게 싸는 방법
볶음밥은 나가기 직전이 아니라 전날 저녁이나 아침 일찍 만들어 두는 편이 낫다. 다 볶은 밥은 통에 수북이 담지 말고 넓은 쟁반이나 얕은 그릇에 두께 2센티미터 정도로 얇게 펴서 김을 빼고, 조리가 끝난 뒤 두 시간 안에 냉장고에 넣는다. 두껍게 쌓아 두면 가운데가 미지근한 상태로 오래 남는다.
도시락 통에 옮겨 담는 것은 밥이 손등에 대 보아 차갑게 느껴질 때다. 온기가 남은 채로 뚜껑을 닫으면 안쪽에 김이 서려 물방울이 맺히고, 그 물기 때문에 밥이 더 빨리 상한다. 뚜껑 안쪽이 뽀얗게 흐려지지 않으면 제대로 식은 것이다.
반찬은 빼는 것이 중요하다. 노른자가 흐르는 반숙 달걀은 넣지 말고 완전히 익힌 달걀말이나 삶은 달걀로 바꾸며, 마요네즈에 버무린 감자나 마카로니 샐러드도 이날은 담지 않는다. 상추와 오이처럼 물이 많은 생채소도 도시락 안 습도를 높이니, 굳이 곁들이려면 따로 통에 담아 가는 것이 좋다.
마지막은 들고 가는 온도다. 차게 식힌 도시락은 보냉가방에 넣고 아이스팩을 위와 옆에 하나씩 붙여 5도 아래로 유지한다. 찬 기운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니 아이스팩 하나는 반드시 도시락 위에 올린다. 가방은 차 트렁크나 햇볕 드는 자리에 두지 말고 그늘에 놓고, 꺼낸 뒤에는 두 시간 안에 먹는다.
가을 나들이 도시락은 만드는 솜씨보다 식히는 시간과 들고 가는 온도에서 갈린다. 볶음밥을 얇게 펴 식혀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보냉가방에 담아 나가 보길 권한다. 도시락을 차갑게 들고 나가는 일은 하루 나들이를 끝까지 즐겁게 마치기 위한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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