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 어려운 HER2(허투,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 양성 담도암 환자에게 첫 치료부터 HER2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항암화학요법을 함께 사용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료받은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종양 크기가 줄었으며, 1년 전체생존율은 72.7%로 나타났다. 치료 후 종양이 줄어 수술이 가능해진 환자도 있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이충근·최혜진 교수 연구팀은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HER2 양성 진행성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다기관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HER2 표적치료제 트라스투주맙과 면역항암제 니볼루맙을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병용했을 때 객관적반응률 55%를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IF 52.5)’에 게재됐다.
담도암 환자 약 15%에서 나타나는 ‘HER2’에 주목
담도암은 담관을 비롯해 담즙이 흐르는 담도계에 발생하는 암으로 간내담도암, 간외담도암, 담낭암 등을 포함한다. 상당수 환자가 수술하기 어려운 진행성 단계에서 발견돼 치료가 쉽지 않은 암이다.
현재 수술이 어려운 진행성 담도암에서는 젬시타빈·시스플라틴 항암화학요법에 면역항암제를 추가하는 방식이 1차 표준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진행성 담도암의 예후는 여전히 좋지 않아 새로운 치료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HER2’다. HER2는 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암세포에서 과도하게 발현되거나 관련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유방암과 위암에서는 이미 중요한 치료 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담도암에서도 환자의 약 15%에서 HER2 이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ER2 양성 담도암에 사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관련 연구 대부분은 1차 치료 후 암이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세암병원 연구팀은 처음 치료할 때부터 HER2를 표적으로 공격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40명 중 22명 종양 감소…1명은 영상에서 암 사라져
연구팀은 HER2 표적치료제 트라스투주맙(허셉틴), 면역항암제 니볼루맙(옵디보)에 화학항암제인 젬시타빈·시스플라틴을 함께 투여했다. 연세암병원을 비롯한 국내 12개 의료기관에서 2023년 5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수술이 불가능한 HER2 양성 진행성 담도암 환자 40명이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17개월간 추적관찰한 결과 객관적반응률은 55%였다. 객관적반응률은 치료 후 암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일정 기준 이상 크기가 감소한 환자의 비율을 말한다.
40명 가운데 1명은 영상검사에서 암이 보이지 않는 완전반응을 보였고, 21명은 종양 크기가 감소한 부분반응을 보였다. 모두 합쳐 22명, 즉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뚜렷한 종양 감소가 확인된 것이다.
암이 줄어들거나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은 환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질병통제율은 95%였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10.6개월이었다. 치료 후 6개월 동안 암이 진행하지 않고 생존한 환자의 비율인 6개월 무진행생존율은 80.0%였으며, 1년 전체생존율은 72.7%로 나타났다. 특히 치료를 시작할 당시에는 수술할 수 없었던 환자 가운데 2명은 치료 후 종양이 줄어 수술이 가능해졌다.
1차치료부터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객관적반응률 55%·1년 생존율 72.7%
이번 연구에서 주목되는 것은 기존 1차 표준치료 연구에서 보고됐던 치료 성적과의 차이다.
HER2 표적치료제를 사용하지 않은 기존 1차 표준치료 연구에서는 객관적반응률이 약 27%, 무진행생존기간이 약 7개월, 1년 전체생존율이 약 50%로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각각 55%, 10.6개월, 72.7%였다.
종양 조직 분석에서는 HER2가 강하게 발현된 종양세포의 비율과 종양 감소 정도 사이에 연관성이 나타났다. HER2 발현 정도가 향후 어떤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가 클지를 가려내는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전성 분석에서는 치료와 관련한 사망은 없었다. 주요 부작용은 호중구 감소증, 빈혈, 혈소판 감소증, 기력 저하 등으로 대부분 항암화학요법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었다.
담도암 환자라면 ‘HER2 검사’ 관심 가져야
이번 연구는 HER2 양성 진행성 담도암에서 첫 치료부터 HER2 표적치료제를 면역항암제·항암화학요법에 추가한 첫 전향적 임상시험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담도암 치료가 암이 생긴 위치와 병기뿐 아니라 암세포가 가진 유전자·단백질의 특성에 따라 치료법을 선택하는 ‘정밀의료’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40명을 대상으로 한 전향적 임상시험으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증하기 위한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충근 교수는 “이번 연구는 HER2 양성 담도암에서 표적치료제를 첫 치료 단계부터 면역항암제·항암화학요법과 함께 사용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현재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만큼 향후 연구를 통해 효과가 확인된다면 HER2 양성 담도암 환자의 새로운 1차 치료 선택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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