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112] 나만의 섬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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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112] 나만의 섬을 향하여

문화매거진 2026-09-28 12:50: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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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에비뉴엘 아트홀 잠실점에서 열리고 있는 심문섭 작가의 ‘To the Island’ 전시를 보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섬’이라는 단어였다. 섬은 어디론가 떠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시 자신에게 돌아가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바다 한가운데 홀로 존재하면서도 끊임없이 파도와 바람을 마주하는 섬의 모습은 어쩌면 한 사람의 삶, 그리고 한 작가가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푸른빛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잔잔한 바다처럼 느껴지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수없이 반복된 붓질과 물감의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의 화면 안에는 수많은 시간과 움직임이 쌓여 있었다.

작가는 바다를 사실적으로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물결과 파도, 바람과 시간의 흐름을 반복되는 붓질과 색의 겹을 통해 보여준다. 나는 그 화면 앞에서 한동안 작품을 바라보았다.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설명하거나 묘사하지 않아도 감정이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게 다가왔다. 작품 속 푸른색은 단순한 바다의 색이 아니라 기억의 색처럼 느껴졌다. 작가가 오랜 시간 바라보고 경험해 온 고향의 바다, 그리고 삶의 시간이 화면 위에 겹겹이 쌓여 하나의 풍경이 된 듯했다.

▲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작가로서 전시를 바라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작업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행복, 꿈, 희망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작품 속에 담아왔다. 판다곰 ‘몽다’와 거북이 ‘거복이’, 세잎클로버와 무지개처럼 나에게 익숙한 이미지들은 단순한 캐릭터나 장식적인 요소가 아니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자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표현하는 상징이다.

그런 점에서 심문섭 작가의 ‘바다’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남겼다. 어떤 작가에게는 바다가 평생의 언어가 되고, 또 어떤 작가에게는 한 마리의 캐릭터나 작은 클로버가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그리는가’보다 ‘그것을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고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 가는가’가 아닐까. 한 가지 이미지를 반복해서 그린다는 것은 때로 단조롭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반복 속에서는 미묘한 변화가 생긴다. 같은 바다라도 매일 빛과 파도가 다르고, 같은 행복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모습은 다르다. 작가는 그 작은 차이를 발견하고 다시 표현한다. 그렇게 반복된 시간은 결국 하나의 세계가 된다.

▲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To the Island’라는 제목을 생각하며 나는 ‘나에게 섬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아마도 나에게 그 섬은 내가 작품을 통해 만들어 가고 있는 작은 세계일 것이다. 행복을 배달하는 ‘몽다’가 있고, 천천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거복이’가 있으며, 곳곳에 클로버와 무지개가 피어나는 세계. 내가 계속해서 그리고 싶은 것은 결국 그 세계 속에 담긴 사람들의 작은 희망일지도 모른다.

전시장을 나서며 한 가지 생각이 분명해졌다. 작업은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오래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심문섭 작가가 오랜 시간 바다를 바라보며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왔듯, 나 역시 내가 믿고 있는 행복과 희망의 이미지를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내 작품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행복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작품을 통해 도착하고 싶은 나만의 ‘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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