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장 한파 속에서도 여의도 증권가에는 모처럼 채용 훈풍이 불고 있다. 증시 활황에 힘입어 증권사 실적이 개선되면서 신입사원 채용이 확대되고, 높은 성과보상을 기대하는 청년 구직자들의 관심도 은행에서 증권업계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확정했거나 이미 공고를 낸 증권사는 한국투자·키움·삼성·LS·DB·교보증권 등을 포함해 8곳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신입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던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올해 두 자릿수 규모로 채용을 재개했다. iM·신영·메리츠증권도 하반기 공채를 준비하고 있으며 KB증권 역시 채용 진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신입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호실적이 있다. 국내외 주식 거래 증가로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등이 늘면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한 증권사가 잇따랐다.
한 대형 증권사 인사담당자는 "실적이 꺾였을 때는 즉시 전력감인 경력직을 주로 뽑았지만 올해는 실적이 좋은 덕분에 기초부터 가르쳐 키울 신입을 채용할 여력이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채용문이 넓어지면서 금융권 취업준비생의 선호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은행 취업을 준비하는 이른바 '은준생' 대신 증권사를 목표로 하는 '증준생'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은행권이 점포 통폐합과 비대면 금융 확산에 따라 창구 인력을 줄이는 것과 달리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인력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임직원 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4만315명으로 2년 전보다 3.9% 증가했다. 자산운용사 임직원은 같은 기간 13.8% 늘어난 1만3769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임직원은 5만3151명으로 2년 전보다 4.9% 감소했다.
대학생들의 금융회사 취업 선호도에서도 증권사가 은행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인크루트가 올해 6~7월 대학생 18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증권사 선호도는 34.4%로 은행 34.5%와 불과 0.1%포인트 차이에 그쳤다.
2년 전 조사에서는 은행 선호도가 40.0%, 증권사가 26.0%로 14%포인트 차이가 났던 것과 대조적이다.
채용 규모가 확대되는 동시에 평가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활용이 금융투자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증권사들이 지원자의 디지털·AI 역량 검증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채용 과정에 AI 역량 검사를 신설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올해 처음으로 AI 면접을 도입해 지원자의 업무 수행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방침이다.
증권업계 실적 개선과 디지털 사업 확대가 맞물리면서 신입 채용이 다시 활기를 띠는 가운데 향후 증권사 취업 경쟁에서도 금융 지식뿐 아니라 디지털·AI 활용 역량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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