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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 ‘한국어 3부작’으로 잘 알려진 문지혁 작가는 ‘초급 한국어’(2020), ‘중급 한국어’(2023)에 이어 올해 ‘실전 한국어’(2026)를 펴내며 3부작을 마무리했다. ‘한국어 3부작’은 작가와 같은 이름의 주인공 ‘문지혁’이 강의와 창작, 생계를 오가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연작소설로,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부터가 허구인지 헷갈리게 하는 오토픽션(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의 재미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가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문 작가는 “AI가 문학을 비롯한 창작 영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거대언어모델(LLM)이 평균적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문장과 단어를 출력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만큼, 독특하고 특별한 문학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육체를 통한 경험은 오로지 인간의 영역”
문 작가는 AI가 문학의 창작 방식뿐 아니라 소비 방식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AI와 인간의 창작물이 서로 다른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핸드메이드가 좋은 건 다 알지만 비싸기 때문에 모두가 쓰는 것은 아니듯 비슷한 일이 문학에서도 벌어질 것”이라며 “대체로 기계들이 만들어낸 패스트푸드 같은 이야기를 소비하겠지만 일부는 비싼 값을 주고 진짜 인간이 만들어낸 것, 진짜 인간이 번역한 것을 원할 것이고 그런 시장은 일종의 럭셔리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문 작가 역시 매일 몸을 쓰는 창작의 시간을 지키고 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저녁에는 일을 하지 않고,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원고를 쓴다. 하루 목표량은 원고지 5매다.
그렇게 이어가는 창작 과정에는 기쁨과 고통이 함께 따른다. 문 작가는 가장 기쁜 순간으로 “백지에서 처음 시작해 첫 문장을 쓰는 순간”과 “맨 마지막 문장을 쓰는 순간”을 꼽았다. 이어 “그 사이 이어지는 수정 작업은 가장 괴로운 시간에 가깝지만, 모든 작업을 마치고 실물 책을 손에 쥐는 순간 다시 큰 기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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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 작가는 자신의 대표작인 ‘한국어’ 3부작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시리즈는 한때 절필까지 고민했던 시기에서 출발했다. 그는 “10년 동안 장르소설을 썼지만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음에도 독자와 비평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면서 “책은 계속 냈는데 독자도 없고 비평도 못 받고, 상도 못 받고, 많이 팔린 것도 아니다 보니 ‘이 업을 계속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2019년에는 소설 쓰기를 그만두기로 마음먹기도 했다. 생계를 위해 강의를 많이 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막상 그만두려 하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단다. 문 작가는 “그동안 들인 시간도 있었고 오랫동안 품어온 꿈이기도 해서 마지막 작품을 쓰고 끝내자는 마음으로 그해 여름 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썼다”며 “그렇게 나온 작품이 ‘초급 한국어’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작품처럼 쓴 ‘초급 한국어’는 예상과 달리 주목을 받았고, 출판사의 제안으로 후속작 ‘중급 한국어’까지 이어졌다. 그는 “독자들이 3부작을 기대하면서 마지막 작품까지 쓰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문 작가는 ‘한국어’ 3부작을 마무리했지만, 앞으로도 오토픽션 작업은 이어갈 계획이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설로 옮기는 만큼 타인의 삶을 다룰 때는 ‘남의 이야기는 바꾼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는 “제 이야기를 80% 쓴다면 가족 이야기는 50%, 타인의 이야기는 20~30% 정도로 진실의 비율을 낮춘다”며 “실제 인물을 알아볼 수 없도록 다른 인물과 섞거나 바꾸는, 이른바 ‘재현의 윤리’를 적용한다”고 강조했다.
차기작은 자신의 군 복무 경험을 담은 소설을 준비 중이다. 공군으로 입대한 그는 기무사령부에서 30개월간 복무하며 군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를 모아 사령관에게 보고하는 상황실 업무를 담당했다. 문 작가는 “기무사에서 보고 느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군대라는 시스템과 간첩 수사라는 특수한 영역까지 함께 담아내고 있다”며 “기무사가 이후 국군방첩사령부로 개편되고 사라지는 과정까지 아우를 수 있어 흥미롭게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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