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게이머 3인방, 日 안방서 대역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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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게이머 3인방, 日 안방서 대역전극

이데일리 2026-09-28 00:05: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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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마흔을 넘긴 아저씨들은 금메달을 위해 생활 습관부터 바꿨다. 새벽까지 게임을 하던 일상을 접고 아침 6시에 하루를 시작했다. 부산에서 3주간 합숙하며 훈련과 운동을 반복했고, 허리 통증도 치료받았다.

아시안게임 정상에 선 한국 e스포츠 대전격투 대표팀의 금메달 뒤에는 낯선 합숙 생활도 마다하지 않은 ‘40대 아저씨들’의 노력이 있었다.

26일 오후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이광노(왼쪽부터), 연제길, 배재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6일 오후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이광노(왼쪽부터), 연제길, 배재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노(44·더 킹 오브 파이터즈15), 배재민(41·철권 8), 연제길(39·스트리트 파이터 6)로 구성된 한국은 26일 일본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세트 점수 5-2로 꺾었다. 이번 대회 한국 e스포츠의 첫 금메달이자, 40대 두 명과 마흔을 앞둔 막내가 함께 일군 성과다.

우승의 밑바탕은 대회 전 합숙훈련이었다. 오랜 기간 각자의 방식으로 게임을 해온 선수들에게 단체 생활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무릎’이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진 배재민도 처음에는 군대처럼 짜인 시간표를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8~9시까지 일과가 이어지고, 잠을 잔 뒤 다음 날 다시 같은 일정에 나서는 생활이었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단 베테랑은 익숙한 생활을 고집하지 않았다. 정해진 일정에 맞춰 훈련하고 운동하며 하루를 보냈다. 배재민에게는 올해 들어 가장 열심히 철권을 연습한 시간이었다. 규칙적인 생활이 이어지자 몸 상태도 좋아졌다. 수십 년간 쌓은 기술을 큰 무대에서 펼칠 수 있도록 몸과 생활 리듬을 함께 가다듬었다.

체계적인 치료도 힘이 됐다. 배재민은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특히 물리치료를 받으며 항상 느끼던 통증이 사라지는 ‘신세계’를 경험한 덕분에 오로지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팀 맏형인 ‘매드코프’ 이광노도 오랜 시간 앉아서 경기하며 겪던 허리 통증을 관리했다. 그는 “배에 힘을 주고 게임을 오래 하면 허리가 매우 아픈데, 물리치료사분들이 컨디션을 200%까지 끌어올려 주셔서 훈련 효과가 컸다”고 했다. 연습 시간을 늘리는 것과 함께 통증을 줄이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도 공을 들인 것이다.

'우승이다!' [도코나메(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6일 오후(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한 배재민, 연제길, 이광노가 기뻐하고 있다. 2026.09.26.
'우승이다!' [도코나메(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6일 오후(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한 배재민, 연제길, 이광노가 기뻐하고 있다. 2026.09.26.


훈련을 버틸 목표도 분명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철권을 해온 배재민에게 아시안게임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무대였다. 어렵게 잡은 국가대표 기회를 금메달로 이어가 격투 게임을 더 널리 알리고 싶었다. 이광노역시 수없이 했던 게임이지만 국가대표로서 책임감을 어느때보다 느꼈다고 했다.

대전격투는 서로 다른 격투 게임 세 종목의 선수가 한 팀을 이뤄 승부를 가리는 경기다. 그 노력은 개최국이자 해당 게임을 개발한 종주국인 일본과 결승에서 빛났다. 한국은 초반 1-2로 밀렸다. 하지만 이광노가 4세트를 따내 균형을 맞추자 배재민이 5세트를 잡아 흐름을 뒤집었다. 연제길이 6세트를 가져왔고, 배재민이 7세트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흔들릴 만한 상황에서 네 세트를 내리 따냈다.

함께 흘린 땀은 동료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졌다. 이광노는 마지막 세트에 나선 배재민을 편안하게 지켜봤다고 했다. 그는 “평소 저보다 훨씬 많은 연습을 소화하는 두 선수를 보면서 중요한 순간에 반드시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가족의 뒷받침도 컸다. ‘DakCorgi’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한 연제길은 “무리해서 재택근무를 하며 아이를 돌봐준 아내 덕분에 훈련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은 항저우 대회 김관우의 스트리트 파이터 5 우승에 이어 대전격투 계열 종목에서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배재민은 “우리도 40대지만 해냈다. 40대들이 이 모습을 보고 힘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맏형 이광노도 “50대가 넘어서도 계속 선수로 활동하고 싶다”며 도전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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