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류의 골격 위를 인류 문명사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인물의 초상과 상징적 문자, 기호 등이 담긴 패브릭(천)이 감싼다. 언제였을지 모를 오래된 인류의 몸 위에 후대가 기억해 온 얼굴과 이미지가 겹치는 장면은 육체는 사라져도 생각과 이미지, 질문은 시대마다 다시 읽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기문화재단 전곡선사박물관이 오는 29일부터 10월25일까지 전곡선사박물관 고고학체험실에서 선보이는 패션 디자이너 임선옥(PARTsPARTs) 협업 전시 ‘시간의 손님’은 선사에서 시작해 인류가 지나온 시간을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고, 현대인은 어떻게 살아가며 미래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패션’이라는 동시대 언어로 질문한다.
이때 전시가 끝나면 고인류를 감싸던 패브릭은 실제 사람이 다시 입을 수 있는 의복으로 제작되며 하나의 소재가 ‘원단-전시 작품-의복’으로 역할을 바꿔 시간을 이어간다.
‘시간의 손님’에서 전곡선사박물관과 임선옥은 동시에 ‘오늘의 인간’을 대상으로 바라본다. 임선옥은 파츠파츠(PARTsPART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대한민국 패션대상 대통령상 수상(2024) 및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국립한글박물관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 분야와 함께 패션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며 협업을 이어왔다. 그는 재료의 사용과 생산방식 자체를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다시 설계해 온 작업을 이어왔다.
전시는 인간을 자연과 문화유산의 영원한 소유자가 아닌, 잠시 물려받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시간의 손님(Guest of Time)’으로 바라보는 전곡선사박물관의 관점이 임선옥의 작업 세계와 만나 “우리는 인류가 지나온 시간을 어떻게 읽고”, “시간의 손님인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미래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관람객에게 던진다.
전시장에는 전곡선사박물관의 고인류 골격에 현대 의복이 입혀진 작품 10점 내외가 설치된다. 작품을 만드는 방식 역시 메시지와 연결된다. 원단을 패턴에 맞춰 잘라내는 대신, 한 폭의 원단 위에 이미지를 디지털 프린트한 의복을 고인류가 입게 되는데 재단 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전시가 끝난 패브릭은 다시 의복으로 제작된다.
작품 중앙에는 서로 다른 시대를 잇는 ‘시간의 식탁’이 놓인다. 주변에는 기원(ORIGIN), 지식(KNOWLEDGE), 권력(POWER), 진보(PROGRESS), 책임(RESPONSIBILITY)을 주제로 한 질문이 이어진다. 관람객은 작품과 식탁 사이를 자유롭게 거닐며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발전은 언제나 진보인가”, “우리는 미래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와 같은 질문과 조우한다.
오는 10월1일 개막식에서는 ‘시간의 식탁’이 실제 향연의 장소로 바뀌며 불을 사용하고, 음식을 가공하고, 함께 나누어 먹어온 인간의 오래된 행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음식을 선보인다. 행사 후에는 식탁 위 음식이 사라진 자리에 패브릭과 오브제가 남고, ‘향연의 자리’는 다시 ‘향연이 지나간 흔적’이라는 전시 장면으로 변한다.
전곡선사박물관 관계자는 “서로 다른 시간을 한 공간에 겹쳐 놓으며 관람객에게 인류가 지나온 시간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묻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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