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채가 식당과 반찬가게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원재료 가격이 크게 뛰면서 기본 반찬으로 내놓기 부담스러운 음식이 됐지만 올해 들어 가격이 내려오고 있다.
한때 식당에서는 기본 반찬에서 오징어채를 빼는 곳이 늘었고 반찬가게도 기존 가격으로 판매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올해는 소비자물가지수와 전통시장 판매 가격이 함께 낮아졌다.
지난해 식당과 반찬가게에서 오징어채가 빠진 이유와 올해 들어 가격이 내려온 배경을 살펴본다.
◆ 오징어채가 식당 기본 반찬에서 빠진 이유
진미채라고도 부르는 오징어채는 고추장이나 간장 양념에 볶거나 무쳐 먹는 반찬이다. 보관이 편하고 조리도 어렵지 않아 가정뿐 아니라 식당에서도 자주 사용해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일정한 가격에 여러 반찬을 묶어 판매하는 반찬가게의 부담이 커졌고 식당에서도 무료로 내놓는 기본 반찬에서 오징어채를 빼는 곳이 생겼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자료에 따르면 오징어채 소비자물가지수는 139.1을 기록했다. 2020년 가격을 100으로 놓고 계산한 수치다.
오징어채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6월 157.2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1월 149.7, 2월 147.1, 3월 146.4, 4월 145.2, 5월 144.3, 6월 144.4, 7월 143.0을 기록했다. 8월에는 139.1까지 내려왔다.
8월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9.0% 낮다. 2020년과 비교하면 아직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고점과 비교하면 가격 부담은 줄었다.
◆ 오징어채 가격 1kg 3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시장 판매 가격도 낮아졌다.
한국물가정보가 9월 1주차에 공개한 생활물가 자료를 보면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오징어채 상품 1kg 가격은 2만원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한국물가정보 조사에서 지난해 3월 둘째 주 오징어채 1kg 가격은 2만2000원이었지만 일주일 뒤에는 3만8000원까지 올랐다. 상승 폭은 약 73%였다.
이후 가격은 조금씩 낮아졌지만 지난해 7월까지 3만원 안팎을 유지했다. 지난해 7월 둘째 주에는 2만8000원으로 내려왔고 올해 6월 중순까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후 2만원까지 낮아졌다.
가격이 크게 뛴 데에는 수입 오징어 공급 감소가 있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오징어채에는 페루와 칠레 등 남미에서 잡히는 훔볼트오징어가 많이 쓰인다. 몸집이 크고 살이 두꺼워 진미채와 버터구이 오징어 등 가공식품 원료로 사용된다.
페루 생산부 자료를 보면 2023년 훔볼트오징어 생산량은 62만1000t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4년에는 18만8000t 수준으로 줄었다. 1년 사이 약 70% 감소한 규모다.
당시 페루 연안에서 라니냐 현상이 나타나면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졌고 훔볼트오징어 어획량도 크게 줄었다. 현지에서 공급되는 오징어가 감소하자 원료 가격이 올랐고 냉동 오징어를 들여와 국내에서 진미채로 만드는 업체의 원가 부담도 커졌다.
오징어채 가격이 빠르게 오른 시기도 이때와 겹친다. 전통시장에서는 지난해 3월 1kg에 2만원대 초반이던 가격이 한 주 만에 3만원대 후반까지 뛰었고 이후에도 상당 기간 높은 가격이 이어졌다.
◆ 다시 늘어난 페루 오징어 어획량
2025년에는 페루에서 잡힌 훔볼트오징어 양이 다시 늘었다.
페루 생산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훔볼트오징어 생산량은 약 69만7000t 수준으로 회복됐다. 2024년 18만8000t 수준까지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올해도 어획량은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페루 생산부가 7월 1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당시까지 훔볼트오징어 누적 어획량은 54만7957.24t이었다.
이어 7월 16일 공개된 자료에서는 누적 어획량이 56만8652.17t까지 늘었다.
페루 정부는 7월 6일 올해 훔볼트오징어 최대 허용 어획량을 58만9230t으로 조정했다. 올해 초 정했던 17만9188t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다.
해외에서 잡히는 오징어 양이 늘어난 뒤 국내에서 판매되는 오징어채 가격도 내려왔다. 지난해 6월 157.2까지 올랐던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8월 139.1까지 낮아졌다. 전통시장 가격도 지난해 3만원대 후반까지 올랐다가 올해 9월 1주차에는 1kg에 2만원으로 내려왔다.
반찬가게에서도 가격 변화에 맞춰 판매 상황을 보고 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 반찬가게는 지난해 오징어채 가격이 크게 오르자 여러 종류의 반찬을 묶어 판매하는 세트에서 오징어채를 제외했다. 현재도 오징어채는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해당 반찬가게 업주는 오징어채 가격이 지난해보다 내려온 만큼 손님들의 반응을 보면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당에서는 아직 오징어채를 기본 반찬으로 다시 내놓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현재 가격으로는 매일 고정 반찬으로 내놓기 부담스럽다며 가격이 더 내려가면 다시 넣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찬가게와 식당의 반응은 아직 엇갈린다. 지난해처럼 가격이 급등하던 때보다는 부담이 줄었지만 식당에서 다시 기본 반찬으로 자주 볼 수 있을지는 앞으로 가격이 얼마나 더 내려가느냐에 달려 있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