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을 먹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을까? 영양사가 내 장보기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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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을 먹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을까? 영양사가 내 장보기를 분석했다

BBC News 코리아 2026-09-27 11:42: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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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으로 가득 찬 슈퍼마켓 쇼핑 카트
Getty Images

슈퍼마켓에 가는 일이 어느새 지뢰밭처럼 느껴지게 됐다.

나는 15번 통로에 서서 긴 원재료 목록을 읽으며 카트에 담긴 음식이 나에게 좋은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 음식 중 상당 비율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초가공식품(UPF)이 다양한 건강 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증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닭고기 너깃을 아이에게 먹이면 내가 아이를 해치고 있는 건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데 지쳤다. 그래서 나는 장보기 목록을 영양사에게 건네 분석을 의뢰했다.

루스 클레그가 에어프라이어에 닭고기 너깃을 넣고 있다
BBC
닭고기 너깃에 들어 있는 가장 화학물질처럼 들리는 원재료들조차도 영국 식품법에 따라 시험과 승인을 거친다

우선 가장 먼저, 초가공식품이란 무엇일까?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제품이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되려면 원재료가 5개를 초과하고, 그중 적어도 하나는 유화제, 첨가물, 향료처럼 일반 가정의 부엌에서는 보통 찾기 어려운 성분이어야 한다.

초가공식품이 비만, 심혈관 질환, 당뇨병 같은 대사성 질환은 물론 정신건강 문제와 심지어 조기 사망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대하고 증가하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과학자, 의사, 영양사들은 그 이유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단순히 지방, 설탕, 소금, 칼로리 함량이 높기 때문일까? 아니면 초가공 과정 자체도 요인일까?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 소비하는 열량의 절반 이상이 초가공식품에서 나온다. 크리스 반 툴레컨 박사는 이러한 식품의 해로움을 다룬 책을 쓰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왔으며, 그는 이런 식품은 "거의 피하기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의 가족 식단에도 일부 포함돼 있다.

그리고 내 장보기 목록 역시 초가공식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영국영양사협회(British Dietetic Association) 회원인 메이브 해넌은 내 주간 장보기 목록 일부를 훑어보다가(과일과 채소도 더 있었다는 점은 사실이다) 브랜 플레이크 시리얼 상자를 가리킨다.

"이것도 초가공식품이지만 저는 가족을 위해 자주 삽니다. 건강상 이점이 아주 많거든요."

해넌은 초가공식품을 둘러싼 "집단적 과민 반응"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주로 이에 대한 메시지가 너무 흑백논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음식은 좋다. 이 음식은 나쁘다. 그저 두려움만 키울 뿐이에요. 음식에 대한 두려움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녀가 내 장보기에 내린 평가는 어떨까?

예상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다는 말을 듣고 안도했다. 초가공식품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건강하지 않은 장보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해넌은 "각 식품군을 고르게 포함하는 좋은 구성"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일부 제품의 원재료 목록이 길다고 해서 그것이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며, 영양적 가치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발음하기도 어렵고 알아보기도 어려운 원재료가 들어간 식품은 어떨까? 해넌은 내 아들의 닭고기 너깃을 사례로 든다.

"영국에서는 제조업체들이 탄산칼슘, 나이아신, 티아민과 같은 특정 비타민과 미네랄을 흰 밀가루에 의무적으로 첨가해야 합니다."

이인산이나트륨과 같은 팽창제는 탄산수소나트륨(베이킹파우더)과 함께 사용돼 튀김옷을 바삭하고 가볍게 만든다.

해넌은 가장 화학물질처럼 들리는 원재료들조차 영국 식품법에 따라 시험과 승인을 거쳤다고 말한다.

"하지만 닭고기 너깃이 단백질의 좋은 공급원이긴 해도, 일반 닭가슴살보다 지방과 소금 함량이 높습니다. 따라서 균형 잡힌 식단의 일부로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보통 아들이 생당근 스틱과 파스타를 곁들여 너깃을 먹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떤 한 가지 음식이 식단을 건강하게도, 건강하지 않게도 만들지 않습니다"라며 "시간을 두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메건 뱀퍼드는 초가공식품을 식단에서 제외한 것이 과민성대장증후군과 만성 통증 관리에 도움이 됐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제 두 어린 자녀의 엄마가 된 그녀에게 매번 처음부터 직접 요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첫째 딸인 일곱 살 엘라는 어릴 때부터 먹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아이들에게 내가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음식을 먹이는 게 항상 쉬운 일은 아니에요." 메건은 말한다. "엘라는 심한 편식 때문에 과거 건강이 나빠진 적도 있었어요. 포장된 초가공식품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햇빛 아래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여성과 두 아이
Megan Bamford
메건은 자신의 건강 관리를 위해 초가공식품을 끊었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는 이용 가능한 선택지 중 가장 건강한 제품을 고르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메건의 주방에는 여전히 과일, 채소, 씨앗류, 귀리가 가득하지만, 이제는 아침 시리얼, 감자칩, 비스킷 등 다른 가공식품도 함께 있다.

그녀는 원재료가 5개 이하인 식품을 찾는다.

"제가 사는 간식, 피자, 시리얼의 대부분은 초가공식품이 아닙니다. 저는 그걸로 만족해요. 저는 제 아이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먹이고 있고, 찾을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선택지를 고르고 있습니다."

많은 초가공식품이 지방, 설탕, 소금 함량이 높고, 우리는 이것들이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가공이라는 행위 자체가 음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이자 식품과학자인 데이비드 줄리언 매클레먼츠 교수는 "초가공식품이라는 개념은 매우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다"고 말한다.

"가공 요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다소 본질을 흐리는 일입니다. 저는 그것이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연구는 식품이 더 많이 가공될수록 과식하기 쉬워질 수 있다고 제시한다. 또 다른 연구들은 초가공식품이 장내 미생물군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매클레먼츠는 이것만으로 본질적으로 건강을 해친다고 단정할 만한 결정적 증거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식품업계에서 일하는 만큼 이해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매클레먼츠는 "성공한 식품과학자라면 누구나 식품업계와 많이 협력합니다. 그리고 초가공식품을 없애려는 시도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바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편의성은 사회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은 가공식품을 더 건강하게 재설계하는 것입니다."

루스 클레그가 그릇에 시리얼을 붓고 있다. 그녀는 나무 조리대에 기대어 브랜 플레이크가 담긴 플라스틱 용기를 들고 있다. 갈색 머리를 하고 있으며 갈색 상의를 입고 있다
BBC
전문가들은 지방, 설탕, 소금 함량이 높은 초가공 시리얼에 대해 더 명확한 표시 제도가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내가 이 점을 반 툴레컨에게 언급하자 그는 잠시 숨을 고른다. 그는 방금 설탕 함량이 높은 여러 아침 시리얼을 보여주며, 특히 설탕과 초콜릿 함량이 매우 높은 제품의 빈 상자를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일곱 살 아들이 한 번에 여러 그릇씩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죄책감이 밀려왔다.

반 툴레컨은 "초가공식품은 맛있고, 계속 먹고 싶어지게 만들어집니다. 그게 바로 핵심이에요"라고 말한다. "물론 초가공식품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만큼 맛있지는 않죠.

식품회사들은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수익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산업적 가공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기업들이 식품 시장을 통제하는 방식이 "매우 해롭다"고 말한다.

"우선 필요한 것은 더 나은 식품 표시 제도입니다. 그래야 지방, 설탕, 소금 함량이 높은 식품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다시피 그런 식품들은 건강에 해롭고, 초가공식품의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영국 식품음료연맹(Food and Drink Federation)은 영국의 식품 및 음료 제조업체들을 대표하는 단체로, 반 툴레컨의 주장에 강하게 반대한다. 연맹은 "더 건강한 제품 혁신에 수백만 파운드를 투자해 왔으며", 회원사들이 "지난 5년 동안 제품의 소금, 설탕, 칼로리를 거의 5분의 1 줄였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작업은 식품의 가공 수준보다 영양 성분에 초점을 맞춘 정부 규제와 식생활 지침에 따라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아들의 저녁 접시에 닭고기 너깃 네 개를 올려놓으면서, 당근과 파스타도 함께 곁들여 주며, 평소처럼 수치심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다.

아들은 활발한 어린아이이고, 매일 밤 너깃을 먹는 것도 아니며, 하루 동안 다양한 식품군의 음식을 먹었다.

아들은 싱긋 웃으며 말한다. "엄마, 이게 최고의 저녁이에요."

언젠가는 분명 이런 베이지색 음식들을 덜 먹게 되겠지만, 지금은 건강하고(그러기를 바란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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