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끝없는 식욕, 단순한 식탐일까 질병의 신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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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끝없는 식욕, 단순한 식탐일까 질병의 신호일까?

헬스경향 2026-09-27 09:00:00 신고

김방실 수원동물병원 방실웃는 원장&부설 건강검진 센터장
김방실 수원동물병원 방실웃는 원장&부설 건강검진 센터장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선선한 날씨에 산책도 즐겁고 식욕도 좋아진다. 그런데 우리 집 반려견은 조금 다르다. 봄에도 배가 고프고 여름에도 배가 고프고 가을에는 더 배가 고프다. 밥을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보호자가 냉장고 문을 열면 어느새 옆에 와서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낸다. "엄마, 나 오늘 아무것도 안 먹었어!" 보호자는 결국 간식을 하나 더 건네고 반려견의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다시 시작된다.

하지만 수의사의 입장에서 이러한 식욕을 단순히 식탐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식욕은 시상하부의 섭식 조절 기능과 렙틴, 그렐린, 인슐린 등 다양한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또 내분비질환, 소화기질환, 약물, 행동학적 요인에 의해서도 변화할 수 있다. 특히 평소보다 식욕이 갑자기 증가했거나 충분히 먹는데도 체중이 감소한다면 질병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쿠싱증후군과 당뇨병은 대표적인 다식 유발 질환이다

쿠싱증후군은 코르티솔이 과하게 분비되는 질환으로 식욕 증가와 함께 다음·다뇨, 복부 팽만, 근육 위축, 피부와 피모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노령견이 갑자기 식탐이 심해지고 물을 많이 마신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당뇨병 역시 대표적인 다식증 유발 질환이다. 인슐린의 부족이나 작용 장애로 포도당을 세포에서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면 식욕이 증가하면서도 체중은 감소할 수 있다.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증가하면서 살이 빠지는 경우에는 혈당과 요당 검사가 필요하다.

■소화·흡수장애가 있으면 먹어도 살이 빠진다

대표적인 질환으로 췌장외분비부전을 들 수 있다. 췌장에서 소화효소가 충분히 분비되지 않아 음식물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식욕은 왕성하지만 체중이 감소하고 변의 양이 많아지거나 무르고 악취가 심해질 수 있다. 만성장질환이나 장내 기생충 감염 역시 영양소의 소화와 흡수를 방해해 식욕 변화와 체중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많이 먹는데도 살이 빠지고 만성적인 설사가 동반된다면 단순히 사료량을 늘릴 것이 아니라 소화·흡수 기능을 평가해야 한다.

■식이알레르기와 만성장질환도 체중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식이알레르기가 있는 개는 특정 음식 성분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가려움, 반복적인 외이염, 발 핥기 등의 피부 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구토나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식이알레르기 자체가 일반적으로 식욕 증가를 일으키는 질환은 아니라는 것이다. 단 음식에 대한 이상반응이나 만성장질환으로 영양소의 흡수가 저하된 경우에는 체중 감소와 식욕 변화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또 식이알레르기가 의심되는 반려견에게 여러 종류의 간식을 계속 제공하면 원인 식품을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수의사의 지도에 따라 가수분해단백질 또는 새로운 단백질을 이용한 제한식이시험을 실시해야 한다. 이 기간에는 처방된 식단 외의 간식과 음식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약물이나 신경계 이상도 비정상적인 식욕을 부를 수 있다

스테로이드나 일부 항경련제는 식욕을 증가시킬 수 있다. 특히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하는 반려견에서는 식욕 증가와 함께 다음·다뇨, 체중 및 체형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단 식욕이 증가했다고 보호자가 임의로 약물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드물게 뇌의 식욕 조절 부위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나 저혈당을 유발하는 인슐린종도 비정상적인 식욕과 관련될 수 있다. 특히 심한 허기와 함께 무기력, 떨림, 발작이 나타난다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질병이 없더라도 지루함이나 불안, 보호자의 반복적인 간식 제공으로 음식에 대한 집착이 강화될 수 있다. 따라서 식욕 증가를 평가할 때는 식사량뿐 아니라 체중 변화, 음수량, 배변 상태, 복용 약물과 생활환경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건강한 반려견의 다이어트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사료를 적게 주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개체별 적정 열량을 계산하고 체중과 체형, 근육량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면서 식사량을 조절해야 한다. 특히 노령견은 체중 감소와 함께 근육이 손실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을은 반려견의 체중 관리를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선선한 날씨를 이용해 산책 시간을 조금씩 늘리고 간식 대신 냄새 찾기 놀이나 장난감을 활용해 먹는 것 이외의 즐거움을 제공하자. 반려견의 다이어트는 단순히 체중계 숫자를 줄이는 과정이 아니다. 적정 체중과 근육량을 유지해 관절의 부담을 줄이고 건강한 노년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오늘도 식탁 앞에서 애절한 눈빛을 보내는 우리 개를 보며 보호자는 고민한다. "간식 하나만 더 줄까?" 하지만 기억하자. 반려견이 보내는 배고픔의 신호에는 식탐뿐 아니라 질병의 신호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우리 개의 다이어트가 365일 끝나지 않는 이유가 보호자의 넘치는 사랑 때문인지, 또는 몸에서 보내는 이상 신호 때문인지 한 번쯤 살펴보자. 

<김방실 수원동물병원 방실웃는 원장ㅣ정리 헬스경향 조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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