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지나고 그 다음주면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10월 2일부로 검찰청은 폐지되고, 기소·공소유지 기능은 공소청이, 수사 기능은 중대범죄수사청이 이어받아 새로이 문을 열게 되면서다. 이로써 사실상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당의 피맺힌 숙원이 돼왔던 '검찰개혁'도 일단락 국면을 맞았다. (이하 인명은 직함·존칭 생략)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검찰청을 없애고 검사의 수사를 막으면 과연 '개혁'은 완수되는 걸까? 그로 인한 혼란이나 부작용은 차치하더라도, 아마도 검찰개혁의 1차적 목표이자 동력이었던 '정치 수사', 즉 수사를 도구로 한 정적 탄압이라도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
1999년 DJ의 일갈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박정희 정권 이후 수사·기소권을 독점해온 검찰은 전두환 정권까지의 군사독재 시기를 거치며 '권력자의 칼', '사냥개'라는 오명을 받아왔다. 독재자들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이른바 시국사건 등 공안정국 조성에 숱하게 동원되는가 하면, 민주화운동·노동운동에 겨눠진 가장 날카로운 '칼' 중 하나가 바로 검찰이었다.
1997년 대선으로 광복 후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가 일어난 후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검찰개혁'이 회자된 것은 필연이었던 셈이다. 첫 야당 출신 대통령 김대중은 1998년 4월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과거 검찰은 권력의 지배를 받고 권력의 목적에 따라 표적수사를 많이 했다. 나도 당해봐서 안다"며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이종기 수임비리 사건,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등이 김대중 정권기에 터지는 등 대통령의 당부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고, 김대중은 2002년 연두회견에서 특별수사검찰청(현 공수처의 초기 구상 단계 명칭) 신설 등의 제도적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했지만 여소야대 국면 속에서 흐지부지됐다.
2002년 대선으로 노무현 정부가 탄생한 이후 검찰개혁은 정권의 주요 의제가 됐다. 시국사건을 많이 맡았던 인권변호사 출신 노무현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검찰에 대한 의심과 불신을 숨기지 않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역시 현 공수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기소독점제 폐지 주장이 거론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검찰에서는 '검찰이 동네북이냐'는 반발이 이어졌고, 김대중 정부 법무부가 노무현 인수위에 '인수위 검찰개혁 반대' 의견을 제출하는 등 저항이 본격화됐다. 결국 TV로 생중계되던 <검사와의 대화>는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는 노무현의 노기어린 일성 속에 끝났다. 취임식을 치른 지 불과 12일밖에(2003.3.9) 되지 않은 서슬퍼런 대통령에게 거침없이 대든 검사들의 결기 또는 치기는, 노무현과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검찰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도입, 검사동일체 원칙 폐지 등 일부 제도적 차원의 검찰개혁을 이뤄냈지만, 공수처 설립은 이때에도 실패했고 특히 수사·기소 독점이나 이른바 '하명 사건' 즉 정치적 수사라는 의심을 받은 기획수사 문제 등은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2009년 5월 23일, 그날 이후
이명박 정부 2년차인 2009년 5월 23일의 노무현 서거는 검찰을 향한 민주당 지지층의 감정을 폭발시켰다. 이때부터 민주당과 검찰 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특히 '검찰총장의 직할부대' 대검 중수부는 노무현 수사를 계기로 전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오죽했으면 민주당 정권도 아닌 2013년 박근혜 인수위가 '중수부 폐지' 방침을 발표해 그해 4월 바로 폐지가 실행됐다.
박근혜가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되고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실질적인 검찰개혁 조치를 펼쳐나갔다. 지난 세기부터 추진되다가 수 차례 흐지부지됐던 공수처가 결국 2021년 1월 출범했다. 노무현 정부 때의 검사동일체 폐지에 이어, 문재인 정부는 전건송치제를 폐지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이뤄진 1차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산·대형참사 등 6대 중요범죄에 대해서만 직접수사가 가능해졌고 나머지 사건은 경찰이 1차 수사권을 갖게 됐다.
이어 2022년 3.9 대선에서 윤석열이 당선됐으나, 그 직후인 같은해 4월 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2차 수사권 조정에서는 1차 수사권 조정 당시의 '6대 범죄'가 부패·경제 등 2대 범죄로 축소됐다. 5월부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2차 수사권 조정 법안의 '2대 범죄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죄'라는 문구의 '등(等)'을 근거로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으나 당시 법 개정의 취지 자체는 '6대 범죄'를 '2대'로 축소하는 것이었음이 명확하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시기부터 윤석열 정부 시기에 걸쳐 민주당이 주도한 검찰개혁이 추진됐지만, 그 동안에도 그 이후에도 민주당 안팎에서는 '검찰개혁이 부족했다', '개혁을 더 강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시기, 윤석열이 지휘한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장관 등 요직을 지내며 '정권의 황태자'로 불렸던 조국을 강도 높게 수사했다. 윤석열 정부 시기에는 현 대통령이자 당시 제1야당 당수였던 이재명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와 민주당 정치인 다수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노동조합, 시민단체, 언론 등 비판적 세력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저질러 탄핵당한 후 들어선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보다 더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추진, 그 제도적 완비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아예 '검찰청'이라는 이름을 없애고, 공소제기·유지는 공소청에, '2대 범죄 등'의 수사 기능은 중수청에 넘겼다. 공소청 검사가 경찰·중수청 등 수사기관을 사실상 지휘할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보완수사권 폐지'까지 밀어붙였다. 이 새로운 제도가 이제 다음달 2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치수사 사라질까? 아니면 '중단 없는 개혁'으로 갈까
김대중 정부 이후,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에 대해서는 보수-진보진영을 막론하고 시민사회 전반에서 대체로 이견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문재인-이재명 정부에서 시행된 구체적 검찰개혁 제도와 법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시행 전인 제도에 대한 우려도 많다.
예컨대 진보적 시민단체나 여성단체들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고,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여 보완 입법에 나섰지만 일각의 우려는 여전하다. 수사·기소 분리 측면에서 봐도 공수처와 특검은 여전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다는 점,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가 아닌 사건에서 경찰의 사건 암장 가능성 등 제도적 불비 가능성도 지적된다.
보다 근본적 질문은, 이런 비용을 치르면서 이룬 '검찰개혁'이 과연 그 추진 주체들이 기대하는 효과를 충분히 달성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검찰개혁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입장과 '검찰의 권한 비대화 해소'라는 입장이 엇갈렸지만 2020년대 이후 검찰개혁 과정에서 이 둘은 간혹 혼동됐다.
현 시점에서 보면, 수사-기소 분리나 검사의 직접수사권 박탈 등을 통해, 비대했던 기존 검찰의 권한은 대부분 분산되거나 폐지됐다. 그러나 검찰개혁의 동력은 사실 이같은 제도적 개선을 향한 열의보다는, 특정 정치세력, 사실상 민주당 정치인들을 향한 기존 검찰의 수사와 이에 대한 지지층의 분노에서 더 많이 공급됐다고 보는 것이 통상적 시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만약 2030년 대선에서 정권이 보수정당으로 넘어간다면, 또는 2030년이 아니라 20XX년이라는 다소 먼 미래에 현 집권세력을 적대하는 정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2009년의 비극이나 '조국 사태' 혹은 '이재명 조작기소 논란' 등은 과연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을까?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청와대는 대부분 검사 출신이었던 민정수석을 통해 대검 중수부를 움직여 정권이 바라는 수사를 했다. 민주화 이후에도 많은 정권에서 이 구조는 거의 그대로 답습됐다.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는 사람이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차관으로 바뀌거나, '하명'을 받는 부서가 대검 중수부에서 중앙지검 특수부로 바뀌는 등의 변화가 있었을 뿐이다.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의 '적폐 청산'이나 현 이재명 정부의 '내란 청산' 역시 사법적 단죄가 필요한 경우 검찰·특검이 나섰고, 수사를 당하는 쪽에서는 이 역시 정권의 의중이 적용된 정적 탄압 수사라고 주장했다.
만약 미래의 비(非)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옛 민주당 정권 비위 의혹을 수사하라는 '하명'을 중간 거간꾼을 거쳐 중수청장에게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번 김지용 후보자 논란에서 보듯, 중수청장은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대통령의 입김이 인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검찰이 아닌 경찰은 '정치 수사'에 절대 손을 대지 않을까? 경찰 출신 국회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과연 경찰은 검찰보다 '비정치적'이거나 정권 입김에 덜 휘둘리는 이들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경찰 출신인 국민의힘 이철규·김석기 의원이나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검찰 출신 김도읍·정점식·유상범 의원이나 박균택·양부남·이성윤 의원에 비해 딱히 '덜 정파적'인 인물들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검찰이 사라진 미래에서 경찰·중수청·공수처와 공소청 중 하나 혹은 둘 이상의 기관이 정권의 지시에 따른, 혹은 눈치를 보는 정치적 수사에 손을 대게 된다면 오늘날의 '검찰개혁'은 과연 성공한 것일까 실패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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