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111] 나를 닮은 캐릭터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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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111] 나를 닮은 캐릭터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문화매거진 2026-09-27 00:54: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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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수업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그림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있다. “선생님, 뭘 그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의 문제보다 사실 더 어려운 것은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를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디지털아트드로잉 수업에서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대신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고 그것을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어가는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수업은 디지털드로잉 앱의 기본 기능을 익히는 것에서 시작했다. 브러시와 지우개, 색 채우기, 레이어 등 처음에는 디지털드로잉을 위한 도구를 하나씩 배웠다. 처음 접하는 학생에게는 레이어 하나를 추가하는 것도 낯선 일이지만, 몇 번 선을 그리고 색을 채우다 보면 어느새 손이 익숙해진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부터였다. 익힌 도구를 가지고 이제 ‘나만의 것’을 만들어보는 시간이다. 두 번째 수업에서는 자신의 성격과 관심사,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색은 무엇인지, 나를 동물이나 사물에 비유한다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찾아낸 작은 단서들이 캐릭터의 이름이 되고, 성격이 되고, 대표색과 상징이 되었다.

캐릭터는 꼭 복잡하고 화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동그라미 하나에도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을 담을 수 있고, 세모난 귀 하나만으로도 장난기 많은 성격을 표현할 수 있다. 학생들은 단순한 도형에서 시작해 얼굴의 비율을 바꾸고, 표정을 더하고, 자신만의 색을 입히면서 세상에 하나뿐인 캐릭터를 완성해갔다. 캐릭터는 조금씩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를 내고, 놀라고, 친구를 응원하기도 했다. 눈썹 각도 하나, 입꼬리 방향 하나만 달라져도 전혀 다른 감정이 만들어졌다. 자신의 캐릭터로 여러 감정의 이모티콘을 제작하면서 학생들은 그림이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마음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 수업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수업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캐릭터의 세계는 화면 안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스티커와 키링, 텀블러와 같은 굿즈를 디자인하며 ‘내 캐릭터가 실제 상품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보았다. 같은 캐릭터라도 스티커가 될 때와 키링이 될 때 필요한 디자인이 다르다는 것을 배우고, 캐릭터의 크기와 위치, 색과 여백을 고민했다. 이후에는 이름과 대표색, 상징과 메시지를 활용해 카드뉴스와 포스터, 썸네일 등 SNS 콘텐츠로도 확장해보았다.

마지막 시간에는 지금까지 만든 결과물을 하나의 디지털 포트폴리오로 정리했다. 처음 만들었던 캐릭터부터 감정 이모티콘, 굿즈, SNS 콘텐츠까지 한 페이지씩 모아보니 그 안에는 단순한 결과물 이상의 것이 담겨 있었다. 처음의 작은 아이디어가 여러 번의 선택과 수정, 고민을 거쳐 하나의 캐릭터 콘텐츠로 성장한 과정이었다.

▲ 수업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수업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이번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것은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만은 아니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관찰하고, 그것을 시각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경험이었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은 앞으로 더욱 쉽고 다양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나는 무엇을 그리고 싶은가?”,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구는 대신 그려줄 수 있어도, 나만의 경험과 감정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결국 스스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업의 마지막, 학생들이 완성한 캐릭터들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빈 화면 앞에서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던 학생들의 화면 속에 저마다 다른 이름과 색깔, 표정과 이야기를 가진 캐릭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어쩌면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은 새로운 존재를 하나 만들어내는 일이면서 동시에,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는 방법과 함께 이런 질문을 건네고 싶다.

“너라면 어떤 이야기를 그리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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