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조수빈 기자] 공동주택 하자 여부를 가려달라는 신청이 급증하고 있지만 실제 하자로 인정되는 비율은 최근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이하 하심위)의 사건 처리기간이 빠르게 줄어든 시기와 하자 판정률 하락 시점이 겹치면서 부족한 조사인력으로 심사의 충실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운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하심위에 접수된 하자심사 신청은 2022년 2699건에서 2023년 2914건, 2024년 3472건, 지난해 4346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는 증가 속도가 더 빨라져 상반기에만 4217건이 접수되면서 6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신청 건수의 97% 수준에 이르렀다.
신청이 늘어나는 동안 사건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오히려 크게 줄었다. 평균 처리기간은 2022년 309일에서 2023년 338일로 늘었다가 2024년 200일로 단축됐으며 지난해에는 137일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평균은 130일로 2023년과 비교하면 208일, 61.5% 줄었다.
그러나 정작 처리 속도가 빨라진 것과 달리 하자로 인정되는 비율은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하락했다. 하자 판정률은 2022년 72.16%에서 2023년 75.05%, 2024년 78.86%까지 상승했지만 지난해 61.04%로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45.41%까지 낮아졌다.
실제 판정 건수를 비교하면 변화 폭이 더욱 뚜렷하다. 2024년에는 판정서가 교부된 1774건 가운데 1399건이 하자로 인정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판정서 교부 1057건 가운데 하자 판정이 480건에 그쳤다. 이에 따라 하자 판정률은 2년 사이 33.45%포인트 하락했다.
이처럼 처리기간과 하자 판정률이 같은 기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조사 방식이나 심사 여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게 황 의원 측의 문제 제기다.
특히 이 같은 변화는 하자심사 신청이 급증하는 데 비해 조사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났다. 하심위 사무국은 자체 인력 분석에서 올해 연간 사건 접수 규모를 약 8000건으로 예상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조사관을 99명으로 산정했다.
연도별 필요 조사인원은 2024년 48명, 지난해 60명, 올해 99명으로 최근 3년 평균 69명이다. 신청 증가에 따라 필요한 인력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하심위 사무국은 현재 조사인력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국토부에 보고했다.
황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사건당 조사시간과 현장조사 실시 비율, 조사관 1인당 사건 처리량 등의 변화를 살펴 하자 판정률이 급락한 원인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황 의원은 “신청 사건은 폭증하고 인력은 부족한데 처리기간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하자 인정률은 79%에서 45%까지 떨어졌다”며 “이 수치만으로 부실심사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심사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실조사와 현장 확인이 생략되거나 심사가 형식화된 것은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자심사의 목적은 사건을 빨리 종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하자인지를 정확하게 가려 입주민과 사업주체의 권리를 공정하게 보호하는 데 있다”며 “국토부는 하자 판정률이 불과 2년 만에 30%포인트 넘게 떨어진 원인이 무엇인지, 처리기간 단축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부터 명확하게 분석해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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