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이나 찌개를 담을 그릇을 고를 때는 가볍고 잘 깨지지 않는 쪽으로 손이 가기 마련이다. 식구가 많거나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그릇 몇 개쯤은 찬장에 들어 있다. 겉면이 매끈하고 두께도 도자기와 비슷해서 국그릇으로 쓰는 데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이런 그릇 중 상당수는 멜라민수지로 만든 플라스틱 그릇이다. 갓 끓인 국을 그대로 부어 두거나 식은 국을 그릇째 전자레인지에 넣어 데우는 일이 흔한데, 멜라민 그릇은 그렇게 쓰라고 만든 그릇이 아니다. 찬장에 같이 들어 있는 양은 냄비도 아무 음식이나 담아 두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릇을 새로 장만하지 않아도 담는 음식만 바꾸면 되는 일이라 알아 두면 오늘 저녁 상차림부터 바로 쓸 수 있다. 멜라민 그릇과 알루미늄·양은 용기가 각각 어떤 음식에 약한지, 어떻게 나눠 쓰면 되는지 정리했다.
뜨거운 국을 담으면 성분이 녹아 나오는 멜라민 그릇
멜라민 그릇은 멜라민수지라는 플라스틱을 열과 압력으로 굳혀 만든 그릇이다. 다 굳고 나면 표면이 단단해지고 광택이 돌아 도자기처럼 보이는데, 손에 들어 보면 확실히 가볍고 바닥에 떨어뜨려도 잘 깨지지 않는다. 이 단단함 때문에 열에도 강하겠거니 생각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멜라민수지가 버티는 온도는 대체로 110~120도 정도이고, 실제로는 100도 아래에서 쓰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그릇이라서 갓 끓인 국이나 찌개를 바로 부으면 그 경계에 바짝 다가선다.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고주파가 그릇 자체를 데워 표면에 잔금이 가고, 그 자리로 원료 물질이 음식에 녹아 나올 수 있다. 식초처럼 산이 강한 것을 오래 담아 두어도 같은 일이 생긴다.
찬장에 함께 들어 있는 알루미늄·양은 용기는 약한 자리가 다르다. 알루미늄은 소금기나 산을 만나면 표면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성분이 음식 쪽으로 녹아 나오는데, 김치나 토마토처럼 짜고 신 음식을 오래 담아 두는 것이 가장 나쁜 조합이다. 두 그릇 모두 그릇을 버려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담는 음식을 가려 주면 되는 문제다.
멜라민 그릇과 양은 용기에 담아도 되는 음식 고르는 방법
먼저 찬장을 열어 그릇을 갈라 놓는다. 도자기치고 유난히 가볍고 손톱으로 두드렸을 때 둔탁한 소리가 나면 멜라민 그릇이고, 바닥면에 재질 표시가 찍혀 있는 경우도 많으니 뒤집어 보면 확실하다. 이때 국물 담는 그릇과 반찬 담는 그릇을 따로 쌓아 두면 그다음이 편하다.
멜라민 그릇에는 차갑거나 미지근한 음식만 담는다. 나물과 김, 과일, 빵처럼 상온에 두고 먹는 반찬이나 간식이 잘 맞고, 국과 찌개는 도자기나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옮겨 담는 것이 좋다. 꼭 멜라민 그릇에 담아야 한다면 냄비에서 한 김 식힌 뒤에 옮긴다.
전자레인지에는 넣지 않는다. 남은 국을 데울 때는 냄비에 부어 불에 올리거나, 유리나 도자기 그릇으로 옮겨 담고 나서 돌린다. 설거지는 미지근한 물에 부드러운 수세미로 하고 철수세미로 문지르지 않는다. 표면 광택이 벗겨지고 잔금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반찬 그릇으로도 쓰지 않고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 안전하다.
알루미늄·양은 냄비는 라면이나 국을 끓여 바로 덜어 먹는 정도면 괜찮지만, 먹고 남은 김치찌개나 토마토소스를 냄비째 식혀 냉장고에 넣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남은 음식은 유리나 스테인리스 용기로 옮겨 담고, 김치는 처음부터 유리 용기에 담는다. 안쪽이 하얗게 일어나거나 표면이 벗겨진 냄비는 바꿔 쓰는 것이 좋다.
찬장을 비우고 그릇을 새로 살 필요는 없고, 뜨거운 것과 신 것만 다른 그릇에 옮겨 담으면 된다. 오늘 저녁 상을 차리면서 국그릇부터 한번 살펴보길 권한다. 날마다 쓰는 그릇을 맞는 자리에 놓는 일은 식구들이 먹는 음식을 챙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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