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 안경'이라 불렸던 이것, 카메라 없는 버전으로 이미지 쇄신에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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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 안경'이라 불렸던 이것, 카메라 없는 버전으로 이미지 쇄신에 성공할까?

BBC News 코리아 2026-09-26 11:03: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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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reated image of black Ray-Ban glasses
BBC

메타가 2023년 트렌디한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과 협업해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글라스를 처음 출시했을 때, 폭풍 같은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이 기기를 이용해 여성들을 동의 없이 촬영하고 해당 영상물을 공유하는 등 희롱에 악용된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지난여름 메타는 킴 카다시안의 동생인 카일리 제너를 메인 모델로 기용했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는 그다지 개선되지 않은 듯했다. 이 기기에 붙은 "변태 안경" 또는 "기괴한 안경"이라는 별명이 사라지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JD 웨더스푼 펍 체인, 일부 대형 극장, 코믹콘, 몇몇 학교, 영국의 핵잠수함 기지가 있는 파스레인 등에서 이 안경을 금지 조치했다.

지난 목요일, 메타는 카메라가 전혀 탑재되지 않은 새로운 버전인 '레이밴 메타 오디오'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귀로 직접 소리를 전달하여 전화 통화를 하거나 음악을 재생하는 기존 안경의 오디오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는 줄였다.

업계 일부에서는 이를 사생활 침해와 관련된 대중의 반발에 대응하며 나온 흥미로운 전략적 전환으로 보고 있다.

2025년 9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행사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AI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Getty Images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행사에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하고 참석했던 마크 저커버그는 이 장비가 휴대전화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IT 업계 거물인 메타는 대중의 분노에 대응해 새 안경을 급하게 출시했다는 해석을 부인한다. 메타는 이 제품이 2년 동안 개발 단계에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오디오 전용 버전은 카메라가 탑재된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며, 메타는 이 제품이 더 가벼운 프레임에 배터리 수명도 향상됐다고 밝혔다.

나는 안킷 브람바트 메타 글래스 제품 총괄에게 이 제품이 기존의 카메라 탑재 안경의 판매량을 앞지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그는 단어를 매우 신중하게 골라가며 "저희는 모두를 위한 제품을 준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메라가 없는 메타 글래스 출시는 IT 기업들이 스마트글라스의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일까? 메타는 기존의 비전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카메라가 없는 안경을, 소셜 미디어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인터넷이 불가능한 "덤폰(Brick Phone)"을 출시하는 일부 모바일 제조업체들처럼 소규모 틈새시장을 겨냥한 제품으로 봐야 할까?

음악과 지도, 세차

스마트 글라스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나는 체험을 위해 카메라가 달린 메타 레이밴 한 개를 빌렸다. 처음에는 누군가 이 스마트 글라스를 보고 분노해 내게 폭력을 가할까 불안했다. 길거리에서 스마트 글라스 착용자의 머리를 때려 안경을 떨어뜨리고 부순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나는 런던, 글래스고, 포츠머스를 포함한 여러 도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도보로 이동할 때 착용했지만,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안경에 대한 인지도가 메타와 스마트 안경 반대 운동가들이 믿는 만큼 정말 높은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다만 어떤 이들은 안경을 알아보더라도 대화 내용이 촬영되어 업로드될까 봐 겁이 나서 착용자에게 선뜻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안경은 휴대전화의 확장 기기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블루투스 기능을 사용해 메타의 AI 앱을 거쳐 단말기와 연동된다. 음성으로 작동하며, 안경다리에 있는 오픈 스피커가 귀로 소리를 전달해 준다. 그 결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없는 헤드폰을 쓴 것과 비슷해서, 주변 세상의 소리를 여전히 들을 수 있다.

추후 번복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내 의견은 이 안경의 수많은 기능이 꽤 유용하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그중 카메라 기능은 내가 느낀 유용성의 핵심이 아니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지 않고도 이동 중에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듣는 것은 보다 더 안전한 방법 같았다.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있지 않으니, 런던 중심가에서 전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소매치기를 덜 걱정하게 되었다.

왼쪽은 메타가 공개한 이미지로, 스마트 안경을 이용해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 오른쪽은 조이 클라인먼의 사진.
Meta and BBC
메타가 선보인 사용자의 통화 시연 장면(왼쪽)에서 통화 중인 상대방의 이미지가 안경 내부에 표시되고 있다. 출퇴근길에 안경을 착용하고 있는 조 클라인먼(오른쪽)

방향 감각이 한심할 정도로 떨어지는 나는 지도 앱을 많이 사용한다. 그런 내게 방향 안내가 음성으로 들리는 것은 매우 편리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메타 AI 앱이 나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위치 정보를 항상 허용해야만 했다. 메타는 개인정보를 향한 탐욕으로 악명이 높다.

내가 소셜 미디어에 메타 레이밴 사용에 대한 글을 올렸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날카로웠다. 반면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안경을 보여주었을 때 반응은 훨씬 호의적이었다.

내가 자주 찾는 미용사는 고객들의 헤어스타일 변신 과정을 기록하는 용도로 이 안경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체육관에서 이야기를 나눈 한 건설 작업자는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증거를 남기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쳐 주기 위해 작업 내용을 기록하는 데 유용할 것 같다고 했다. 러닝을 즐기는 내 친구는 달릴 때 착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많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도 스마트 글라스의 열성팬이다. 나의 아들은 내 차를 세차할 때 이 안경을 빌려 갔는데, 도장 면에 손상을 주지 않고 눌어붙은 새똥을 얼마나 섬세하게 떼어냈는지 보여주는 영상(나는 영상을 보고 아들의 말을 믿게 되었다)을 찍고 무척 뿌듯해했다.

더 넓게 보면, 시각장애인 커뮤니티는 스마트 글라스를 크게 환영해왔다. 한 사용자는 BBC에 스마트 글라스를 현 위치에 대한 음성 설명을 제공하고 식당 메뉴판처럼 눈에 보이는 텍스트를 읽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 체인저"라고 표현했다. 올해 초 메타는 아일랜드의 시각장애인 자선단체에 1만5000개를 기부하기도 했다.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

하지만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분노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이 안경에는 카메라가 작동 중일 때 깜빡이는 흰색 LED가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 불빛을 비활성화하기 위한 수많은 기술적 편법이 쏟아졌고, 그중에는 안경을 개조하는 방식도 있다.

메타는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안경 중 물리적으로 개조된 비율은 0.1% 미만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판매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레이밴의 모기업인 에실로룩소티카는 지난해 700여만 개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스마트 글라스에 대한 긴급 규제 촉구 서명 운동을 시작한 IT 창업자이자 학부모인 리즈 헌터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스마트 글라스는 메타의 연구실 밖으로 절대로, 단 한 번도 나와서는 안 되는 제품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대중의 신뢰와 여성의 평등권을 심각하게 짓밟는 행위이며, 바로 우리 눈앞에서 사생활의 권리를 퇴보시켰습니다."

헌터는 스마트 글라스가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사용될 수 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는 그것이 필요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리즈 헌터
BBC
IT 창업자 리즈 헌터가 스마트 글라스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와이어드 매거진 보도에 따르면, 한 폴란드 개발자는 블루투스를 사용해 근처에 있는 스마트 글라스를 감지하는 '주커오프(ZuckOff)'라는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은 이미 수천 회 이상 다운로드되었다.

기술 조사 기관 CCS 인사이트의 벤 우드는 평소 격식 있고 엄격한 파이낸셜타임스에서 "변태 안경"이라는 단어를 처음 읽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이것이 스마트 글라스가 "엄청난 대중적 반발"을 초래한 증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도 다른 기업들이 이 시장을 노리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삼성은 고급 안경 브랜드 워비 파커와의 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역시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스냅챗의 모기업인 스냅은 최근 '스펙스(SPECS)'를 출시했고, 이 제품은 미국에서 219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은 사용자가 안경 렌즈 안쪽에서 데이터를 볼 수 있으며, 손가락을 튕기는 동작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에번 스피걸 스냅 창업자는 결국 스마트 글라스가 휴대전화를 대체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다.

한 단계 후퇴인가, '옆으로 반걸음' 이동인가

메타가 2021년 스마트 글라스를 처음 출시했을 때 이 제품은 사용자가 무엇을 보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메타는 이 안경이 사용자들로 하여금 "당신이 보는 그대로의 세상을 쉽게 기록"하고, "고유의 1인칭 시점으로 삶의 순간순간을 있는 그대로 담아낼 수 있게" 해줄 것이라 약속했다.

카메라가 없는 안경이라는 메타의 최신 제품을 눈여겨볼 만한 것은 이 때문이다.

스마트 글라스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야누시 시비에르친스키 옥스퍼드 대학교 사이드 경영대학원 연구원은 카메라가 없는 버전의 출시는 메타가 사생활 보호 관련 우려에 귀를 기울인 것이라 볼 수 있는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카메라가 탑재된 안경이 여전히 시장에 팔리고 있기 때문에 "완벽한" 대응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기업이 사생활 침해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나름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믿지 않는 이들도 있다.

CCS 인사이트의 벤 우드는 "이것이 안경에서 카메라가 사라진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 글라스의 핵심은 주로 정보 수집이라고 생각한다. 안경이 주변 환경으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한 뒤, AI를 활용해 그에 대해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사용자가 보는 모든 것을 포착하는 카메라가 장착된 안경은 "최고의" 정보 수집원이다.

우드는 "이는 AI 플랫폼에 엄청난 가치를 지닌 데이터 스트림이며, AI는 이 데이터를 해석하여 관련된 최상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카메라를 통한 시각적 요소의 결합은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핵심 축입니다."

그는 메타가 몇 년 전부터 카메라 없는 안경을 개발해 왔을 것으로 추정하며, 사생활 보호에 대한 현재의 거센 반발이 이 제품 출시에 "환상적인 타이밍"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메타는 카메라가 탑재된 안경의 개발 속도를 줄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다음 달 영국에 3세대 안경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제품은 안경 렌즈 내부에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시할 수 있다. 뇌에 안개가 낀 듯한 브레인 포그 증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호소해 온 생방송 기자인 내게 대본을 은밀하게 보여줄 수 있는 안경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리서치 기관 포레스터의 테크 부문 분석가인 케이트 위닉은 이번 제품이 카메라 탑재 안경으로부터의 후퇴라기보다는, "사용자들이 이 기술에 익숙해질 시간을 벌어주는 '옆으로 반 걸음' 이동에 가깝다…그래야 사용자들 스스로가 '아, 카메라도 있으면 훨씬 더 유용하겠는데'라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메라 없는 안경의 존재가 공공장소에서 카메라 탑재 안경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의 열기를 식히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시장에 카메라가 있는 안경도 있고 없는 안경도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메타 안경을 쓴 모든 사람에게 다짜고짜 화를 낼 수는 없게 된 것이죠. 카메라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테니까요."

사회적 규범을 향하여

다른 기업들은 카메라를 제거하지 않고도 사생활 침해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대만의 HTC는 최근 스냅 제품 가격의 4분의 1도 안 되는 '바이브 이글(Vive Eagle)'을 출시했다.

토마스 덱스미어 HTC 바이브 부사장은 이글 안경 착용자 근처에 있는 누군가가 "촬영 중지" 또는 "녹화 중지"라고 말하고, 이것이 4개의 마이크 중 하나에 포착되면 카메라가 비활성화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안경으로 촬영된 모든 영상은 암호화되어 회사 자체도 이를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HTC가 유해 콘텐츠를 직접 적발할 수도 없다는 뜻이다.

그는 "우리는 몇 가지 문제가 있고, 그러한 것들이 특히 여성들에게 상당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HTC가 이 기술이 악용되는 것을 가능한 한 어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카메라가 없는 버전을 고려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우드는 결국 카메라 탑재 안경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이 유사한 사생활 침해 우려 때문에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기기에 카메라를 탑재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던 2000년대 초반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가피한 결말이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이러한 장비 사용에 필요한 사회적 규범과 틀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상단 이미지 출처: Getty

가느다란 붉은색 배너에 흰색 글씨로 ‘InDepth newsletter’라고 적혀 있다. 오른쪽에는 엠마 바넷과 존 심슨의 흑백 인물 사진이 배치돼 있다. 엠마 바넷은 짙은 테 안경을 쓰고 있으며 긴 금발 머리에 줄무늬 셔츠를 입고 있다. 존 심슨은 짧은 흰 머리에 흰 셔츠와 짙은 색 블레이저를 착용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오트밀색의 곡선형 배경 위에 배치돼 있으며, 그 뒤로 초록색 원형 그래픽이 일부 겹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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