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끝에 꼭 마셨습니다”… 임금님 잔칫상에도 올랐던 '명절 후식'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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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끝에 꼭 마셨습니다”… 임금님 잔칫상에도 올랐던 '명절 후식'의 정체

위키푸디 2026-09-26 10: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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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밥상에는 갈비찜과 전, 잡채처럼 기름진 음식이 한꺼번에 오른다. 여러 음식을 먹고 난 뒤 입안에 묵직한 맛이 남을 때면 자연스럽게 차가운 수정과 한 잔을 찾게 된다.

달콤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나는 수정과는 오늘날 식혜와 함께 익숙한 명절 음료로 꼽힌다. 하지만 수정과가 명절상에 오르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궁중 잔칫상에서 시작해 일반 가정의 명절 후식으로 자리 잡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지금부터 수정과에 얽힌 기록과 이야기를 알아본다.

궁중 연회상에도 올랐던 수정과

수정과와 비슷한 음료에 관한 기록은 조선 시대 음식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조선 후기 궁중 잔치를 기록한 의궤에는 수정과류가 연회 음식 가운데 하나로 등장한다. 

다만 당시 수정과가 지금처럼 생강과 계피를 달인 물에 곶감을 띄운 모습으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조선 시대에는 배나 유자, 곶감 등을 꿀물이나 단맛을 낸 물에 담가 만든 음료도 수정과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여러 형태로 만들어지던 수정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생강과 계피를 달인 국물에 곶감을 넣는 방식이 널리 퍼졌다.

당시에는 설탕과 계피 같은 재료를 지금처럼 쉽게 구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단맛과 향을 충분히 낸 수정과는 궁중이나 형편이 넉넉한 집안의 잔칫상에서 주로 볼 수 있었다. 이후 설탕과 계피가 이전보다 널리 유통되면서 일반 가정에서도 수정과를 만들어 먹는 일이 늘었다.

그렇게 궁중과 잔칫상에서 즐기던 수정과는 점차 일반 가정으로 퍼졌고, 명절 식사 뒤에 곁들이는 익숙한 후식으로 자리 잡았다.

수정과 맛을 좌우하는 생강과 계피

수정과의 맛을 좌우하는 핵심 재료는 생강과 계피다. 생강은 코끝까지 퍼지는 알싸한 향을 내고, 계피는 은은한 단맛과 짙은 향을 더한다. 두 재료를 달여 차갑게 식히면 처음에는 달콤한 맛이 느껴지고, 끝에는 생강과 계피의 향이 길게 남는다.

집에서 수정과를 만들 때는 생강과 계피를 한 냄비에 함께 끓이기보다 각각 따로 달이는 편이 좋다. 계피는 너무 오래 끓이면 떫고 쓴맛이 강해질 수 있고, 생강 역시 양이 많거나 오래 끓이면 매운맛이 지나치게 두드러질 수 있어서다. 

생강은 얇게 썰어 물에 넣고 충분히 끓여 향을 우려낸다. 계피도 다른 냄비에서 물과 함께 끓인 뒤 각각 체에 걸러 건더기를 없앤다. 이렇게 만든 생강물과 계피물을 섞고 설탕이나 꿀을 더해 단맛을 맞추면 수정과 국물이 완성된다. 이후 충분히 식혀 차갑게 두면 생강과 계피의 향이 한층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곶감은 따로 불려야 국물이 맑다

수정과에 띄우는 곶감은 보기 좋게 올리는 고명에 그치지 않는다. 생강과 계피에서 나오는 알싸한 향 사이에 부드러운 단맛을 더해 전체 맛을 한결 편안하게 잡아준다. 잘 익은 감을 말려 만든 곶감은 생감보다 당도가 높아 수정과 국물에 담가두면 단맛이 천천히 스며든다.

곶감은 수정과를 끓일 때 처음부터 넣지 않는다. 오래 끓이면 과육이 풀어지면서 국물이 탁해지고 곶감 모양도 쉽게 흐트러질 수 있어서다. 생강과 계피를 달여 만든 국물을 충분히 식힌 뒤 곶감을 넣고 냉장고에서 천천히 불리면 모양은 그대로 살리면서 국물에 은은한 단맛을 더할 수 있다.

곶감 겉면에 생기는 흰 가루를 곰팡이로 착각할 수도 있다. 감을 말리는 동안 속에 있던 당분이 겉으로 나오면서 하얗게 굳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표면에 고르게 묻어 있고 냄새나 질감에 이상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생긴 당분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솜털처럼 퍼져 있거나 불쾌한 냄새가 난다면 먹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잣을 몇 알 띄우면 갈색빛 수정과 위에 밝은 색이 더해져 보기에도 한층 깔끔해진다. 씹을 때 고소한 맛이 더해져 곶감의 달콤함과도 잘 어울린다.

명절 끝에 수정과를 내놓았던 까닭

명절상에는 전과 산적, 갈비, 잡채, 떡처럼 기름을 많이 쓰거나 간이 센 음식이 한꺼번에 오른다. 여러 음식을 차례로 먹다 보면 식사를 마친 뒤에도 입안에 기름진 맛과 짠맛이 오래 남기 쉽다.

이때 차갑게 식힌 수정과를 곁들이면 앞서 먹은 음식과 전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달콤한 국물에 생강과 계피의 알싸한 향이 더해져 입안에 남아 있던 느끼한 맛을 덜어준다. 식사의 마지막에 성격이 다른 음료를 내놓아 입맛을 바꾸는 이치다.

수정과는 미리 만들어둘 수 있다는 점에서도 명절과 잘 맞는다. 생강과 계피를 달여 단맛을 맞춘 뒤 충분히 식혀 냉장고에 넣어두면 손님이 왔을 때 바로 꺼내기 좋다. 여기에 곶감과 잣만 띄우면 별도로 손이 많이 가지 않아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준비해야 하는 명절에도 부담이 적다.

차가운 수정과에 곶감을 넣어두면 과육이 천천히 부드러워지고, 생강과 계피 향도 시간이 지나면서 한층 편안하게 어우러진다. 이런 이유로 수정과는 오랫동안 명절 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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