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수사·수사기관별 맞춤대응 중요해져…공소청 단계 '설득' 새로운 승부처"
내달 법무법인 린과의 합병법인 출범…"신뢰 유지해야 진정한 결합 가능해져"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이미령 기자 = "새로운 제도 속에서도 의뢰인의 권리가 온전히 보호받도록 하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동훈빌딩 법무법인 대륙아주 사무실에서 만난 이규철(62·사법연수원 22기) 대표는 내달 2일부터 이뤄질 형사 체계 변화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대륙아주 이 대표는 1993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판사로 재직하다 2016∼2017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 특검보로 공보 업무를 맡은 이력이 있다.
그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의 수사 기능이 폐지되면서 경찰·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의 수사 결과가 사실상 사건의 향방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에는 검찰이 사건을 걸러내고 직접 보완수사를 했지만, 앞으로는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권리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수사 초기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각 수사 기관별 맞춤별로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이규철 대표는 "수사 초기에 사실관계와 법리를 정확하게 정리해두지 않으면 이후 공소청 단계에서 바로잡을 기회가 줄어든다"며 "수사기관마다 수사 대상·방식이 다른 만큼 이를 깊이 이해하는 전문 인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또 기소 여부 판단하는 공소청에 설득력 있는 의견과 자료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공소청 단계의 '설득'이 새로운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불송치 결정이 나더라도 재수사 요구가 이어질 수 있어 사건 종결을 섣불리 단정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수사 절차적 적법성을 위협하는 요인도 늘어나 이로부터 의뢰인을 보호하는 변호사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검사는 법으로 신분이 보장되는 만큼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구조였으나, 상대적으로 경찰과 중수청 수사관들은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법률가의 통제, 수사 독립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대륙아주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운영 중이다.
이 대표는 "바뀐 제도하에서 로펌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하고 앞서나갈 수 있는지 연구해보도록 했다"며 "변화한 제도에 로펌도 빨리 적응해서 의뢰인들의 니즈를 해결해주는 게 가장 시급한 임무"라고 했다.
내달 출범하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린의 통합 법인을 조기에 안착시키는 것도 이 대표에게 주어진 임무다.
이규철 대표는 린과의 합병을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양극화되는 법률시장 구조를 꼽았다.
그는 "한쪽에서는 전국에 지점을 둔 네트워크 로펌이 등장해 개인·중소기업 사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굵직한 사건들이 여전히 소수의 메이저 로펌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대형 로펌은 지금 위아래의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며 "규모와 전문성을 한 번에 갖출 수 있는 합병이 현실적인 해법으로 떠오른 이유"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린은 물밑에서 합병을 논의해오다 지난 4월 업무협약을 체결해 결합 계획을 공식화했다.
내달 새 이름의 법무법인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결합 후 법무법인은 국내 변호사 수 기준 6위, 매출 기준 8위권 로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대륙아주와 린이 강점을 가진 분야가 서로 달라 합병을 통해 얻는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형사·행정 등 송무와 해외 법무 등에 강점을 둔 대륙아주와 인수·합병(M&A), 금융, 플랫폼·테크 분야 기업 자문에 강점을 둔 린이 만나는 만큼 중첩된 고객이 적어 손실은 적고 결합 효과는 크다는 것이다.
앞으로 두 로펌의 화학적 결합을 주도할 이 대표는 무엇보다 서로 간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병은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한 조직이 되는 일"이라며 "보상 체계, 업무방식, 의사결정 구조 어느 하나에서라도 '우리가 손해를 본다'는 불신이 생기면 핵심 인력이 이탈하고 간판만 하나인 물리적 결합에만 머물게 된다"고 했다.
합병추진위원회를 양측 동수로 구성하고, 만장일치 원칙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하도록 한 것은 이처럼 신뢰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이 대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느 한쪽이 흡수된다고 느끼게 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빠른 길"이라며 "그래야만 진정한 화학적 결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이미 2009년 한차례 합병을 경험한 바 있다.
법무법인 아주와 대륙이 결합하며 송무, 기업 자문 등에 전문성을 가진 10위권 종합 로펌으로 자리매김했다.
법률 시장 전반에 인공지능(AI) 활용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내부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AI 활용을 권장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보안이 확보된 상황에서 리서치, 문서 검토, 초안 작성 등 반복 업무에 AI를 적극 활용해 변호사들이 판단과 전략에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AI를 활용한 법률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규제 보완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앞서 대륙아주는 AI 법률 서비스 'AI 대륙아주' 공급을 시도하다 대한변호사협회에 가로막혀 중단한 바 있다.
이 대표는 "현행 변호사법은 AI 시대 이전에 만들어져 광고 규정, 비변호사와의 동업·이익분배 금지 규정을 AI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할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무엇이 허용되고 금지되는지 알 수 없으니 로펌도 기업도 과감하게 투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시장이 규제에 묶여 있는 사이 해외 AI 서비스가 시장을 잠식한다면 이용자 보호, 사법주권 측면에서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변호사 직역의 공공성과 이용자 보호라는 가치도 중요한 만큼 혁신·신뢰가 함께 가는 균형 잡힌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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