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금융·보증으로 국적선사 지원…위기 때 긴급자금으로 유동성 공급
미국·유럽에 물류 거점 확보…글로벌 공급망 위기 대응까지
[※ 편집자 주 =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가 올해 출범 30주년을 맞았습니다. 바다 안전부터 해양 연구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해양수산 행정을 펼치고 있지만 그 역할과 중요성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연합뉴스는 해양수산부와 소속 기관의 업무를 하나씩 '분해'해 살펴보는 기획 기사를 매주 1차례 송고합니다.]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2017년 우리나라 1위이자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했다.
당시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큰 위기에 직면했다.
알짜배기 노선과 해외 자산이 흩어지고 숙련된 해운 전문인력도 빠져나갔다.
국적 선사들의 선박 지배력 역시 급격히 약화했다.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가던 국적 대형 컨테이너선사인 당시 현대상선마저 막대한 누적 적자와 유동성 위기로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황에 놓였다.
한국 해운이 무너지면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해외 선사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때 해운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국내 해운 생태계 복원에 나섰다.
공사는 현대상선의 체질 개선을 위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건조할 수 있도록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보증을 지원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출범 이후 과거 현대상선이었던 HMM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대형 컨테이너 선대를 갖추고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우량 선사로 거듭났다"며 "이외에도 여러 국적 선사를 지원함으로써 외국 선사들이 운임을 크게 올릴 때 우리 수출 기업들이 발을 구르지 않도록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지원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진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나 해상 운임 폭락으로 시황이 나쁠 때는 선박을 사들인 뒤 다시 빌려주는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해운사의 유동성을 지원한다.
해운사가 자금 부족으로 선박을 사들이기 어려울 때는 금융을 지원하거나 보증을 서주고, 필요하면 직접 지분을 투자하기도 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중소형 선사들은 민간은행에서 대출 심사를 받아도 승인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공사가 보증을 서 해당 선사들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중소선사인 팬스타 라인의 '팬스타 미라클'호다.
팬스타라인은 한일 노선에 투입할 대형 크루즈급 여객선을 국내 조선소에서 새로 건조하려 했지만, 막대한 자금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이에 공사는 선박 도입 보증을 지원해 금융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도왔다.
팬스타라인은 별도의 고금리 후순위 대출 없이 자기자본 20%를 투입해 신조선 건조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다.
그 결과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된 2만2천t급 대형 크루즈페리 '팬스타 미라클호'를 성공적으로 취항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당시 해상 운임이 급등했을 때나 최근처럼 국제 정세가 불안할 때는 공사의 위기 대응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가장 최근 중동전쟁 사태에서는 피해를 본 선사에 최대 25억원의 무담보 신용보증을 새로 지원해 담보 없이 단기 운영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긴급경영안정자금의 지원 절차를 개선해 소요 기간을 최대 3주 단축하고 비용 부담도 줄이는 한편 선사당 최대 30억원을 지원했다.
공사의 역할은 금융 지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물류 거점에 물류창고와 터미널 등 핵심 인프라를 확보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도 우리 기업이 안정적으로 화물을 보관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해운업은 먼바다를 오가는 거대한 화물선이나 컨테이너를 떠올리게 해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수많은 수입 물품과 직결돼 있다"며 "공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경제위기 때 국내 해운사들이 파산하고 배를 구하지 못해 수출 물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며, 결국 장바구니 경제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해양 경쟁력을 강화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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