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식 보름여 걸리지만 정작 검거 도움 안돼…무인점포 증가에 경찰력도 '과부하'
(대전=연합뉴스) 변선진 기자 = 지난달 31일 오전 1시 20분께 대전 서구의 한 무인 꽃집에서 생화와 말린 꽃 여러 점이 사라졌다. 피해 금액은 25만원 상당.
업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 과학수사대까지 투입해 지문 감식을 벌였다.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보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거쳐 적발한 피의자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인 중학생 2명이었다.
대전둔산경찰서는 이들을 조만간 법원 소년부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무인점포 업종의 다변화로 소액 절도 사건 처리에 과도한 수사력이 투입되면서 일선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무인점포 절도 현장에서 지문 감식 등 과학수사 투입은 일상화된 절차가 됐다.
감식반 출동부터 지문 채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을 거쳐 최종 결과가 통보되기까지는 보통 15∼16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문제는 무인점포 절도 피의자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10대 청소년의 경우, 이 같은 수사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만 17세 미만 청소년은 주민등록 지문이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 등에 등록돼 있지 않아 긴 시일을 들여 지문을 채취·분석하더라도 즉각적인 신원 조회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향후 피의자 검거 시 혐의 입증을 위해 감식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소액 절도 사건에 지문 감식까지 벌였는데 정작 미성년자라 조회가 안 될 때는 허탈하다"며 "지문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보름 정도 걸리다 보니 수사가 지체되고 행정력 소모도 크다"고 토로했다.
피의자가 모자나 마스크를 쓰고 범행에 나서는 경우 수사 부담은 한층 가중된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면 여러 CCTV를 수일간 눈이 빠질 정도로 돌려봐야 동선을 알 수 있는 경우도 있다"며 "몇만 원, 몇십만 원 소액 절도 하나에 쏟아부어야 하는 시간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무인점포 절도는 늘어나는 추세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대전 지역 무인점포 절도 발생 건수는 지난해 478건으로 전년(361건) 대비 32.4% 증가했다. 하루 평균 1.3건 꼴로 사건이 일어나는 셈이다.
기존 아이스크림 위주에서 최근에는 꽃집, 의류, 애완용품점 등 생활 전반으로 무인 매장이 확대되면서 절도 표적도 다변화하고 있다.
무인점포 업주들 역시 고민이 깊기는 마찬가지다.
대전의 한 무인점포 업주는 "한 달에 한두 건꼴로 절도가 발생하는데, 소액이라도 피해가 반복되면 가게 운영에 큰 타격을 입는다"며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작은 범죄를 방치하면 행태가 대담해질 수 있어 현장 감식을 통한 증거 확보와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당장 조회가 안 되는 미성년자 지문이라도 축적해 두면 추후 여죄나 공범 규명의 결정적 자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정된 치안력이 개인 사업장의 방범을 전적으로 대체할 수는 없는 만큼 야간 출입 제한이나 선명한 CCTV 확보, 미결제 경고음 시스템 도입 등 업주 차원의 최소한의 자체 방범 장치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by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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