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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인터뷰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2024년에 봤던 전시가 스쳤다. 배우 류덕환이 기획한 'NONFUNGIBLE: 대체 불가한 당신의 이야기'라는 전시였다. 해당 전시의 인터뷰에서 지창욱은 "나는 큰 소리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라고 고백한다. 그 고백은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배우 지창욱'을 돌아보게 한다. 시리즈 '강남 비-사이드', '조각 도시', 영화 '리볼버', '군체' 등의 작품을 지나오며, "기필코 끝을 봐야겠습니다"라는 대사 그대로의 '지창욱'을 말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조씨부인(손예진)과 조원(지창욱)의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희연(나나)의 이야기를 담는다. 소설 ‘위험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 이어, 시리즈의 호흡으로 인물들의 관계를 확장했다. 세 사람 사이에는 한층 촘촘한 서사가 더해졌지만, 그 감정이 향하는 곳은 명확한 선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지창욱은 그 모호함과 여백에서 "문학적인 작품"이라고 느꼈다.
그 여백을 표현하는 것은 배우의 몫이었다. 정지우 감독은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오래도록 현장을 응시했다. 한 테이크가 10분을 넘기기도 했던 작업을 돌아보며 지창욱은 “지치기도 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동시에 계산해 둔 연기 밖에서 새로운 행동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얻었다. 익숙한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시도와 그 과정에서 겪는 좌절까지, 그는 배우로서 자신의 얼굴을 찾아가고 있었다. “수없이 뜨거웠고, 수없이 좌절했고, 수없이 도전한 시기.” 지창욱이 돌아본 자신의 30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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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캔들’ 공개 후, 반응을 살펴봤나. 소감이 궁금하다.
"너무 감격스럽다. 지난해 이맘때 촬영을 마쳤는데 벌써 1년이 지나 공개됐구나 싶다. 작품 자체에 호불호가 있지 않을지 짐작했는데, 그런 반응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호평과 혹평 모두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모든 반응이 기분 좋은 것은 아니지만, 예상했던 반응도 예상하지 못한 반응도 흥미롭다."
Q. '스캔들'의 호불호를 짐작했다면, 어떤 지점에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단 저는 '스캔들'이라는 작품 자체가 그동안에 요즘 대중이 접할 극적 요소보다 문학적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글이나 대사뿐 아니라 작품의 구성과 여백, 카메라 앵글과 빠르지 않은 호흡에서 그렇게 느꼈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거나 헷갈리게 다가갈 수도 있다. 배우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조차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점들이 문학적이고, 정지우 감독님만의 색이라고 생각했다. 시대극에서 평소 쓰지 않는 표현을 새로운 복장과 공간 안에서 연기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Q. 원작이 있는 작품이고,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그림자도 짙다. 노출 부담감도 있었을 거고, 원작 배우들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 어떤 매력에서 합류를 결정했나.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매력은 인물과의 관계였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 사랑의 뒤틀림. 조원의 복합적인 지점을 개인적으로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의 부담감은 없지 않았다. 배우 이미숙, 배용준, 전도연이라는 내로라하는 선배님들의 작품을 시리즈로 만드는 자체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노출도 있고, 수위에 대한 염려도 있었지만, 결국 지금, 이 나이에 '조원'을 해보는 건, 배우로서 큰 도전이자,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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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조씨부인(손예진)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하다.
"조원(지창욱)은 사랑이 무엇인지,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았을 법한 나이에 조윤(손예진)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조차 정말 사랑일까 생각하기도 했다. 조윤은 조원의 성장에 부모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 저는 '조원이 스스로 조윤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이 아닐까'라고까지 생각했다. 그가 조윤을 사랑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랑과 색이 다르다. 갖고 싶어 하지만 뒤로 갈수록 짙어지는 건 복수에 가까운 색이라고 느꼈다. 나중에는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치지 못하고, 그런 자신에게 좌절한다. 조윤이 조원의 갓끈을 묶어주는 장면이 있다. 조원은 말을 타고 가며, 답답한 듯 갓끈을 풀어버리는데 그 장면에서, 명확하진 않지만 답답함이 느껴졌다. 이런 표현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기에 더 재미있었다. 모호한 지점들이 분명히 있다. 양가적인 감정도 있다. 다 드러나 있다.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만 도망치고 싶고. 그런 것들을 계속 테이크를 가면서, 감독님이 그런 지점을 찾으려고 하신 것 같다"
Q. 그렇다면 희연(나나)을 향한 마음은 사랑이었을까.
"조원이 희연에게 느낀 것은 따뜻함이었다. 조윤에게 희연을 이야기하며 “따뜻하더이다”라고 하는 대사가 있었던 것 같다. 조원은 따뜻한 사랑을 느껴본 적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 조윤에게 느낀 감정도 다른 성질의 사랑이었고, 상처받고 방탕해진 뒤의 사랑도 쾌락에 가까웠다. 희연에게 따뜻함을 느끼면서 사랑의 본질에 혼란이 생긴 것이다. 그녀를 사랑했느냐고 묻는다면 모호하다. 사랑을 느꼈지만 사랑하지 않았고, 살리고 싶었지만 함께 떠나지는 못한다. 감독님과도 조원의 감정이 무엇인지 많이 이야기했다. 명확한 답을 주시지는 않았다. 나 역시 ‘희연을 사랑하고 있다’라는 하나의 감정으로 연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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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조원의 마지막은 어떻게 받아들였나.
"감독님과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개인적인 해석이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조원이 끝까지 새장 밖으로 나가지 못했고, 조윤에게서 도망치지도 어떤 선택을 하지도 못한 인생의 마지막처럼 느꼈다. 그 와중에 뱃사공이 '양반으로 태어나는 것이 얼마나 힘든데'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 대사도 풍자처럼 들렸다. 그럴싸해 보이던 세 사람의 이야기를 별것 아닌 일처럼 풀어버리는 느낌이었다. 북촌 양반들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색다르고 재미있었다. 내게 조원은 결국 새장 안에서 죽은 인물이었다."
Q. 한 장면을 위해 10분이 넘게 연기를 이어가야 했던 롱테이크 촬영(카메라를 끊지 않고 연기를 이어가는 기법)도 있었다. 정지우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조윤(손예진)과의 테이크가 그렇게 긴 적이 많았다. 지치기도 하고, 많은 집중력과 긴장도가 필요한 장면이 많았다. 공연과 달리, 카메라 앞에서는 미세한 디테일이 집중이 필요한데, 롱테이크 장면에서는 제가 계산한 것 외적으로 들어올 때가 있다. 중요한 장면에서는 '끊어서 읽을 타이밍, 눈을 깜빡일 타이밍' 등을 계산할 때도 있는데, 테이크가 길어질수록 계산 밖의 행동이 나온다. 배우로서 색다른 경험이고 재미있는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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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도연(리볼버), 전지현(군체, 인간X구미호)에 이어 손예진과 호흡을 맞췄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배우들과의 호흡을 통해 느낀 지점이 있을 것 같다.
"선배님들과 작업을 하면서 쭉 느낀 건 '내가 진짜 행운아다, 어떻게 어릴 때부터 동경해 온 선배님들과 함께 작업하는 환경에 왔을까'라는 생각이다. 너무 감사하다. 그때를 조금 더 오래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요즘에는 전지현 선배님과 함께 ('인간X구미호'를) 촬영 중이다. 손예진 선배님과의 작업은 긴장감이 굉장히 높았다. 제가 유난히 준비를 많이 했다. 둘의 균형이 중요한 작품에서, 누구 하나 뒤처지면, 확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고, 동시에 후배로서, 동료로서, 부끄럽지 않고 싶다고 생각했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고생했지만 잘 버텼다.' 싶었다."
Q. '스캔들'을 비롯해 굉장히 극성이 강한 작품이 30대 지창욱의 필모그래피를 장식했다. 그런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을까.
"솔직히 말하면, 개인적으로 껍데기를 깨고 나가려는 많은 두드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대중에게 '알아봐 주세요'라는 건 부끄럽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연기자로서 배우로서 제가 가진 이미지를 깨려고 수없이 많이 노력한 지점이 있다. 박수만 받아서는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넘어져서 아픈 건 모두 같겠지만, 거기에서부터 일어서서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연습해야 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시도를 한 것 같다. 이제야 비로소 표현할 때 그 맛을 조금이라도, 선배님들처럼 흉내 낼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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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런 시점에서 '30대의 지창욱'을 돌아보면 어떤가.
"수없이 도전했고, 수없이 좌절했고, 수없이 뜨거웠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40대로 가기 위한 발악의 나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청년에서 남자, 혹은 어른이 되는 과정에 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저에게 그것은 사람이 아닌 배우로서의 과정이었다. 제가 30대 때 한 작품을 돌아보면, 두서없고, 선택에 질문하게 된다. 그런데 나중에 6~70대가 된 후 돌이켜보면, 정말 재미있는 시도를 많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Q. 2024년 배우 류덕환이 기획한 전시 'NONFUNGIBLE: 대체 불가한 당신의 이야기' 속 지창욱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당시 인터뷰에서 "큰 소리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라고 했는데, 도전을 거듭한 끝에 '지창욱의 얼굴'을 찾아낸 것 같다.
"그 전시에서는 본래 제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턱시도를 입고, 그럴싸한 모습에서 한 꺼풀 벗어젖히고, 메이크업까지 벗고 드러나는 제 모습들. 나중에 '안녕하세요, 지창욱입니다'라는 표현까지. 배우로서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이 점점 나를 드러내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본래의 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좀 더 배우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게 저예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배우로서 성장해 가는 거로 생각한다. 그러면서 바뀌고, 또 바뀌어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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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현 객원기자 midol13@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