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현장 조사를 둘러싸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한동훈 의원은 사고 발생 나흘째인 25일까지 현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증거 유실 가능성을 제기했고, 김병주 의원은 추가 지뢰가 있을 수 있는 사고 현장에 조사 인력을 즉시 투입하는 것은 장병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박했다. 양측은 현장 조사의 시급성과 안전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김병주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의원의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육군 대장 출신인 김 의원은 “정신이 있나. 정쟁을 이유로 우리 장병들을 지뢰가 깔린 밭으로 뛰어들라고 하나”라고 적었다.
김 의원은 전투와 사고 현장 감식은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적이 도발하면 군은 연휴나 한밤중에도 즉각 대응해야 하지만, 폭발 사고 현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추가 폭발 위험을 먼저 확인하고 안전한 이동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인 시위 중인 한동훈 의원 / 뉴스1
그는 “지뢰가 추가로 매설돼 있을지 모르는 땅에 한 걸음씩 조심을 다해 안전을 확인하며 길을 내야 한다”며 “전투태세와 사고 현장 감식을 뒤섞는 일은 부하를 죽음의 길로 전진하라는 말”이라고 했다.
김 의원이 현장 조사의 위험성을 강조한 데에는 이번 사고의 발생 과정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50분쯤 파주시 서부전선 DMZ에서 수색로를 개척하던 과정에서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고 공병 중사가 다쳤다. 이후 수색대대장이 부상자를 확인하고 안전조치를 위해 접근하는 과정에서 추가 폭발이 발생해 중상을 입었다. 다른 장병 1명도 경상을 입었다.
사고 지점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의심되는 지역에서 수십m 떨어진 곳으로 파악됐다. 당시 장병들은 유엔군사령부의 현장 조사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폭발물이 북한군 지뢰인지, 우리 군이 사용한 지뢰인지, 유실된 지뢰인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2015년 목함지뢰 사건과 이번 사고의 현장 여건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우리 군이 평소 이용하던 통로에서 사고가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탐지기를 이용해 처음 수색로를 개척하던 상황이었던 만큼 현장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고 당시 작전에 참여했던 장병들의 진술과 안전 확인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스1
그는 “투입된 장병들은 전우가 쓰러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본 사람들”이라며 병력의 회복 상태를 살피고 이동로의 안정성을 다시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와 현장 진입 절차를 조율하는 것도 조사 과정에 포함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한 의원이 군 장성들을 ‘똥별’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서도 반응했다. 그는 “한 의원이 우리 장군들을 ‘똥별’이라고 불렀다”며 “저는 같은 저렴하고 무식한 말로 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표현을 두고 자신은 “지뢰밭에서 부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지휘관과 그 곁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임무를 수행해 온 수많은 장병의 시간과 희생 위에서 달려진 애국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로서 사고 조사 과정을 점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장병의 안전보다 조사 속도를 우선할 수는 없다며 “다친 장병들을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삼는 일은 여야를 떠나 없어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의원은 전날인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열고 즉각적인 현장 조사를 요구했다. 한 의원은 ‘지뢰 폭발 조사를 연휴 뒤에’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사고 현장에 바로 조사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사고나 범죄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조사에 착수하는 것은 증거 유실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고 현장에 비가 내릴 경우 화약 잔존물이나 파편 등의 위치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25일에는 파주 지역에 비가 예보된 점을 거론하며 현장 조사를 더욱 서둘러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한 의원은 정부와 군 당국이 조사에 착수하지 않는 사이 증거가 사라질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지 따져 물었다.
한동훈 의원 / 뉴스1
한 의원은 사고 현장에 투입된 장병들이 다친 점을 들어 군 지휘부의 책임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사고가 난 지 4일째 현장 조사를 안 하고, 추석 연휴 내내 현장 조사 못 할 정도로 위험해서 들어가지도 못할 곳이라면 왜 대책 없이 우리 군 장병들을 보내 발목을 절단하게 만들었나”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또 군 수뇌부를 향해 ‘현장 조사 막는 똥별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현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증거가 사라진다면 직무유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24일 1인 시위에서도 “증거 확보는 시간 싸움”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사고 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사고 직후부터 당시 작전에 참여한 장병들의 진술을 토대로 상황을 확인하고 있으며, 부상자 장구류와 화약흔 채취 거즈, 수술 과정에서 제거된 파편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스1
현장 조사를 위해서는 사고 지점까지 이동하는 경로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조사 인력을 편성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유엔군사령부와의 합동 현장 조사 역시 안전대책을 마련한 뒤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도 25일 논평을 통해 군이 이미 사고 조사에 착수했으며, 충분한 위험 평가와 안전대책이 전제돼야 현장 조사 과정에서 장병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사고 현장에 대한 조사를 언제 시작할 것인지와 조사 과정에서 장병의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로 나뉜다. 한 의원은 사고 현장의 증거 보존과 신속한 확인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김 의원과 민주당은 추가 지뢰 위험이 있는 지역에 조사 인력을 투입하기 전 안전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폭발 원인과 폭발물의 종류, 북한군 지뢰 여부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과 현장 조사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 단계다. 군 당국은 사고 당시 확보한 장병 진술과 장구류, 파편 등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와의 합동 현장 조사 절차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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