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지능열전] ⑧ 삼성·SK 800조는 시작값···그 뒤에 '두 번째 투자'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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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지능열전] ⑧ 삼성·SK 800조는 시작값···그 뒤에 '두 번째 투자'가 온다

여성경제신문 2026-09-25 14:28:00 신고

3줄요약

인공지능(AI) 혁명이 모니터 속 모델을 넘어 현실의 생산설비로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지능은 소프트웨어만으로 생산되지 않는다. 연산을 수행할 실리콘과 이를 깨울 전력,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이 거대한 생산능력을 계속 늘리려면 장기자본까지 따라붙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쌓아놓은 창고가 아니라 전력을 투입해 지능 연산을 출하하는 공장이고 반도체는 그 공장의 핵심 생산설비다. AI에서 로봇·자율주행·피지컬 AI로 이어지는 산업혁명이 이제 초입에 들어선 만큼 지능생산은 과거 반도체처럼 한 차례 경기 사이클에 올라탔다 내려오는 산업으로만 볼 수 없다.

이재명 정부 역시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확충, 정책금융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국가 전체를 거대한 지능생산 기반으로 전환하는 승부에 들어갔다. 마침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제조능력을 비롯해 파운드리·첨단 패키징·전력산업·데이터센터·통신망까지 지능생산에 필요한 물리적 기반을 두루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다. 그러나 메모리 강국이라는 하나의 좌표만으로는 이 기회를 잡을 수 없다. 메모리와 로직, 파운드리와 패키징이 연결되고, 여기서 생산된 실리콘이 전력·데이터센터·네트워크를 거쳐 실제 연산으로 전환되며 금융이 다시 다음 생산설비의 증설을 뒷받침해야 하나의 산업이 완성된다.

여성경제신문은 2026 산업포럼 '대한민국 지능생산 강국 도약'을 앞두고 설계→파운드리→메모리→패키징→전력→데이터센터→네트워크→금융으로 이어지는 지능의 물리적 생산경로를 추적한다. 총론과 10부작 'K-지능 열전', 포럼 현장 보도를 통해 세계 최강의 메모리 제조기반을 초연결 지능생산 생태계로 확장할 수 있는지, 데이터센터를 전력을 지능으로 바꾸는 공장으로 키울 수 있는지, 천문학적인 투자를 감당할 금융 인프라까지 구축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재명 정부의 메가프로젝트가 위험한 대규모 투자로 끝날지, 대한민국을 AI 소비국에서 세계적인 지능생산 강국으로 끌어올릴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지도 따져본다. [편집자 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장에 투입하는 800조원은 끝이 아니라 시작값이다. 팹을 실제로 가동하려면 전력망과 용수, 소재·부품·장비, 첨단패키징 생산능력이 함께 늘어나야 한다. 생산된 HBM과 D램을 실제 인공지능(AI) 연산으로 바꾸려면 GPU 서버와 AI 데이터센터(AIDC), 변전·배전·냉각·통신망이라는 또 다른 생산설비가 필요하다. 800조원의 1차 설비투자가 산업 전반의 2차 설비투자를 부르고, 그 투자가 다시 새로운 금융수요를 만드는 구조다.

반도체 투자효과는 그동안 생산유발액과 고용, 수출 증가 같은 방식으로 주로 계산됐다.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00조원을 쓰면 다른 기업과 공공 인프라는 생산능력을 맞추기 위해 얼마를 추가로 투자해야 하는가. 기업 장부에 찍힌 최초의 설비투자에서 출발해 전력과 용수, 소부장, 패키징, AIDC까지 뒤따르는 자본지출을 추적하면 거대한 반도체 투자가 금융시장까지 어떻게 확산하는지가 보인다.

이를 ‘두 번째 투자(Second-order CAPEX)’로 볼 수 있다. 선도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생산체계의 다른 기업과 인프라 사업자에게 추가로 발생시키는 설비투자다. 원청기업이 장비를 구매한 금액을 다시 더하는 개념과 달리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장비업체가 새 공장을 짓고 소재기업이 생산라인을 늘리며 전력·용수 사업자가 새로운 인프라를 건설하는 투자만 따로 잡는다. AIDC 역시 최초 800조원 밖에서 AI 반도체를 실제 계산능력으로 전환하기 위해 새로 건설되는 생산설비라는 점에서 두 번째 투자에 포함한다. 하나의 CAPEX가 다음 CAPEX를 호출하는 구조다.

800조원을 돈 아닌 물리량으로
팹 4기 가동조건부터 다시 계산
전력·용수망이 생산능력을 결정

800조원을 그대로 화폐 단위로 놓으면 실제 산업 변화가 잘 보이지 않는다. 팹 4기라는 물리적 생산설비로 바꾸면 필요한 조건이 달라진다. 반도체 공장은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고 공정용 초순수와 산업용 가스, 케미컬, 웨이퍼가 끊임없이 들어와야 한다. 수천 대의 공정장비가 설치되고 생산된 웨이퍼를 AI 메모리와 첨단 패키지로 완성할 후공정 능력도 따라붙는다.

다만 800조원과 팹 4기는 같은 숫자가 아니다. 800조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시한 장기 반도체 투자계획을 묶은 자본지출 규모이고, 팹 4기는 이를 실제 생산설비 단위에서 추적하기 위한 기준이다. 기업별 투자기간과 공장별 건설비, 장비투입 시점이 다른 만큼 800조원을 단순히 4로 나눠 팹 한 기의 가격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실제 팹별 투자계획과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전력·용수·소부장 등 외부 CAPEX를 붙여야 한다.

HVDC 컨버터 밸브홀 내부. 여러 층으로 쌓인 전력반도체 밸브가 고전압·대용량 전력의 흐름을 빠르게 스위칭하며 제어한다. GPU에서는 트랜지스터가 계산을 위해 전류를 켜고 끄지만 HVDC에서는 거대한 컨버터가 송전망의 전력 흐름을 제어한다. /Siemens
HVDC 컨버터 밸브홀 내부. 여러 층으로 쌓인 전력반도체 밸브가 고전압·대용량 전력의 흐름을 빠르게 스위칭하며 제어한다. GPU에서는 트랜지스터가 계산을 위해 전류를 켜고 끄지만 HVDC에서는 거대한 컨버터가 송전망의 전력 흐름을 제어한다. /Siemens

첫 번째 두 번째 투자는 전력에서 시작된다. 신규 팹이 요구하는 전력을 기존 계통에서 단순히 나눠 쓰기 어렵다면 발전설비와 송전망, 변전소, 변압기, 배전반이 추가돼야 한다. 반도체 공장에 공급할 전력량이 커질수록 전력 인프라 자체가 하나의 별도 산업 프로젝트가 된다.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가 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 일렉트릭과 전선업체, 발전·송전 사업자의 생산능력 투자까지 연결되는 이유다.

용수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생산에는 막대한 양의 초순수가 필요하다. 원수를 확보하고 정수한 뒤 반도체 공정에 맞는 초순수로 바꾸고 사용한 물을 처리·재이용하는 설비가 필요하다. 공장 부지와 클린룸을 확보했다고 생산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전력과 용수가 붙지 않으면 수백조원의 팹도 가동할 수 없다. 반도체 투자의 실제 규모를 보려면 공장 바깥의 전력망과 용수망까지 함께 장부에 올려야 한다. [분석] 반도체가 마시는 물···AI 증설 경쟁, 용수가 공장 속도 가른다

반도체 생산시설 내부의 용수·유틸리티 설비. 반도체 팹은 공정에 필요한 물을 정수·초순수화하고 사용한 물을 처리·재이용하는 별도 설비가 필요하다. 팹 투자가 공장 건물 밖 용수 인프라 투자까지 확대되는 이유다. /여성경제신문DB
반도체 생산시설 내부의 용수·유틸리티 설비. 반도체 팹은 공정에 필요한 물을 정수·초순수화하고 사용한 물을 처리·재이용하는 별도 설비가 필요하다. 팹 투자가 공장 건물 밖 용수 인프라 투자까지 확대되는 이유다. /여성경제신문DB

원청 800조에 소부장 증설 붙어
장비구매액 아닌 협력사 CAPEX
중복계상 빼야 두 번째 투자 보인다

소재·부품·장비에서는 두 번째 투자의 경계가 더 분명해진다. 삼성전자가 장비업체에서 1조원어치 장비를 구매했다고 해서 그 1조원을 다시 추가 투자로 계산하면 원청의 800조원과 중복된다. 봐야 할 숫자는 장비업체가 삼성·SK의 신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새 공장이나 생산라인을 만드는 데 쓰는 자기자본이다.

장비업체가 증착·식각·세정 장비 생산능력을 늘리고 웨이퍼 업체가 신규 라인을 세우며 산업가스와 케미컬 업체가 공장을 증설하는 순간 2차 CAPEX가 발생한다. 반도체 팹의 수요가 협력사 매출 증가에서 끝나지 않고 협력사의 생산설비 자체를 키우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이 구조를 산업별로 전수하면 기존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다른 숫자를 만들 수 있다. 고용이나 매출이 얼마나 늘어날지를 추정하는 대신 실제 발표된 신규 공장과 증설계획만 합산하는 방식이다. 전력·용수·장비·소재·패키징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능력 확대에 대응해 새로 들어가는 CAPEX를 더하면 800조원 뒤에 따라붙는 최소한의 두 번째 투자 규모를 계산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에 구축된 GPU 클러스터. AIDC는 GPU와 HBM 등 AI 반도체와 전력을 투입해 학습·추론에 필요한 계산능력을 생산한다. SK텔레콤은 가산 AIDC에 엔비디아 B200 1000장 이상으로 구성된 GPU 클러스터 ‘해인’을 구축해 GPUaaS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에 구축된 GPU 클러스터. AIDC는 GPU와 HBM 등 AI 반도체와 전력을 투입해 학습·추론에 필요한 계산능력을 생산한다. SK텔레콤은 가산 AIDC에 엔비디아 B200 1000장 이상으로 구성된 GPU 클러스터 ‘해인’을 구축해 GPUaaS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

HBM 늘면 패키징도 다시 투자
생산된 칩은 AIDC로 이동
지능팩토리 CAPEX 다시 발생

HBM으로 갈수록 후공정 투자도 커진다. D램 웨이퍼를 생산했다고 HBM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개의 D램 다이를 적층하고 본딩하고 테스트해야 하며 HBM4부터는 로직 베이스다이와 첨단패키징 기술의 중요성도 커진다. 메모리 생산능력이 늘면 패키징과 테스트 생산능력도 함께 확대돼야 한다.

반도체 생산체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HBM과 D램은 계산능력을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생산된 메모리가 GPU와 결합해 서버에 들어가고 수천~수만 대의 서버가 AI 데이터센터(AIDC)에 설치돼야 실제 AI 계산능력으로 전환된다. 반도체 팹이 칩을 생산하는 공장이라면 AIDC는 반도체와 전력을 투입해 계산능력을 생산하는 ‘지능팩토리’다. AIDC 안에서는 다시 변전·배전설비와 전력변환장치, 냉각설비, 광통신망이 필요하다.

여기서 칩 공급이 데이터센터 수요를 저절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AI 모델의 학습·추론 수요가 커지면서 반도체 생산능력이 확대되면 이를 실제 계산능력으로 전환하는 AIDC의 서버·전력 수용능력도 함께 확대돼야 한다. 같은 AI 수요가 반도체 팹과 AIDC 양쪽의 생산설비 투자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팹의 생산량이 늘면 그 칩을 실제 계산능력으로 전환할 AIDC의 생산능력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 반도체 공장의 CAPEX가 공급망을 통해 두 번째 투자를 만들고, 완성된 반도체가 AIDC라는 또 다른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를 요구한다. 반도체에서 시작된 자본지출이 AIDC와 전력·냉각·통신 인프라까지 이어지면서 하나의 지능생산 체계가 만들어진다.

두 번째 투자는 두 번째 금융수요
공장마다 대출·PF·지분자본 필요
CAPEX 연쇄 금융자산으로 붙어

설비투자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자금조달도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대기업은 자체 현금과 회사채, 은행 대출을 활용할 수 있지만 협력업체와 인프라 사업자는 상황이 다르다. 신규 공장을 짓는 소재기업에는 기업대출과 정책금융이 붙고 대규모 전력·용수 인프라에는 장기 프로젝트금융이 필요할 수 있다. AIDC라는 지능팩토리에는 다시 PF와 선순위 대출, 인프라펀드, 지분투자가 결합된다.

공장과 AIDC, 전력·용수 인프라가 장기간 가동되며 제품 판매와 전력·용수 공급, 데이터센터 사용료 등 현금흐름을 만들기 시작하면 산업 CAPEX의 성격도 달라진다. 건설 단계에서 투입된 자본은 가동 단계에서 은행 대출과 PF, 채권, 인프라펀드 등이 투자할 수 있는 장기 금융자산으로 바뀐다. 실물 생산설비의 건설이 끝나는 지점에서 금융의 장부가 시작되는 셈이다.

앞서 국내 금융권에서 나타난 ‘컴퓨트 금융’의 확장도 이 생산체계와 맞물린다. 은행과 정책금융의 자금은 이미 데이터센터 건물만 향하지 않는다. GPU 서버와 AI 반도체 기업, 배전설비 생산기업까지 금융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보면 돈이 부동산을 넘어 계산공장의 생산수단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반도체 공장이 만들어지면 전력·용수·소부장·패키징의 추가 CAPEX가 뒤따른다. 생산된 칩을 계산능력으로 바꾸려면 AIDC 투자도 필요하다. 각각의 생산설비에는 새로운 자금조달이 붙는다. 실물 생산설비의 연쇄가 장기 현금흐름을 만들고, 그 현금흐름이 금융시장에 새로운 대출과 PF, 펀드, 지분투자 자산을 만들어낸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대규모 반도체 팹은 생산라인 자체뿐 아니라 전력과 용수, 산업가스, 소재·부품·장비 등 외부 인프라와 공급망의 생산능력을 함께 요구한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대규모 반도체 팹은 생산라인 자체뿐 아니라 전력과 용수, 산업가스, 소재·부품·장비 등 외부 인프라와 공급망의 생산능력을 함께 요구한다. /삼성전자

800조 장부 밖 투자 따로 세야
경제효과 아닌 실제 공장 숫자
실물투자 끝에서 금융문제 시작

이를 측정하려면 기존 투자승수와 다른 장부가 필요하다. 삼성·SK의 800조원을 1차 CAPEX로 놓고 그 수요 때문에 외부 산업에서 새로 발생한 전력·용수·소부장·패키징·AIDC CAPEX를 따로 집계하는 방식이다. 원청의 장비구매액처럼 800조원에 이미 포함된 지출은 제외하고 외부 기업과 인프라 사업자가 새로 지출하는 생산설비 투자만 더해야 한다.

이렇게 계산한 총 생산설비 투자액을 최초 팹 투자와 비교하면 ‘생산설비 CAPEX 배율’도 만들 수 있다.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실제 생산능력으로 전환하고 생산된 반도체를 AI 계산으로 연결하기 위해 외부에서 얼마의 추가 생산수단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숫자는 처음부터 정해놓을 수 없다. 전력망과 용수망, 소부장 증설, 패키징, AIDC 등 실제 발표된 투자계획을 하나씩 더해 최소값부터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800조원을 얼마나 큰 돈인가로 끝내지 않는 것이다. 그 돈이 실제 생산설비로 변하는 순간 다른 산업에 어떤 생산설비를 요구하고, 그 생산설비가 다시 얼마나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지를 따라가야 한다. 기업 하나의 CAPEX가 국가 전체의 전력망과 공급망, 지능팩토리까지 움직이는 과정이 여기서 드러난다.

여성경제신문은 앞서 [K-지능강국] ⑤ 'AI 메가프로젝트' 韓금융 도약 기회될까···초장기 자금조달·민간자본 관건 편을 통해 정책금융이 초기 위험을 분담하고 은행·보험·증권·운용사 등 민간 장기자본을 끌어들이는 금융구조를 짚었다. 팹 하나를 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팹을 가동하기 위한 두 번째 투자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생산된 반도체를 계산능력으로 바꾸기 위한 AIDC까지 건설되면서 금융수요 자체가 커진다.

두 번째 투자가 커질수록 문제는 생산에서 자본으로 넘어간다. 팹을 따라붙는 전력·용수·소부장·패키징과 AIDC가 각각 장기간 가동되는 생산설비가 되면 누가 이 자본을 공급하고 어느 위험을 부담할 것인지가 남는다. 아직 현금흐름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은 초기 생산설비와 장기 인프라에 민간 금융회사가 처음부터 모든 위험을 부담하기는 어렵다. 산업은행과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금융이 어느 구간의 위험을 먼저 맡고 은행·증권·보험·운용사의 민간자본이 어느 구간부터 들어올지가 그 다음 장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원은 반도체 공장 안에서 끝나는 숫자가 아니다. 팹이 요구하는 전력과 물, 장비와 소재가 또 다른 공장을 만들고 생산된 AI 반도체는 AIDC라는 또 다른 공장을 부른다. 이 생산설비들이 장기간 현금흐름을 만들기 시작하면 다시 금융자산이 된다. 공장이 공장을 부른 다음에는 누가 그 공장에 돈을 댈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800조원 뒤에 오는 ‘두 번째 투자’를 세기 시작해야 한국 AI 산업에 실제로 필요한 자본의 전체 크기와 이를 감당할 금융의 크기도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원 규모 반도체 설비투자가 전력·용수·소부장·첨단패키징과 AI 데이터센터(AIDC)의 추가 설비투자로 이어지고, 다시 정책금융과 민간 장기자본의 금융수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나타낸 인포그래픽. 반도체 팹에서 시작한 1차 CAPEX가 다른 생산설비를 부르는 ‘두 번째 투자’로 확장되는 구조다. /여성경제신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원 규모 반도체 설비투자가 전력·용수·소부장·첨단패키징과 AI 데이터센터(AIDC)의 추가 설비투자로 이어지고, 다시 정책금융과 민간 장기자본의 금융수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나타낸 인포그래픽. 반도체 팹에서 시작한 1차 CAPEX가 다른 생산설비를 부르는 ‘두 번째 투자’로 확장되는 구조다. /여성경제신문

☞지능팩토리(Intelligence Factory) = AI 데이터센터(AIDC)를 단순한 서버 보관시설이 아니라 지능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보는 개념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확산시킨 ‘AI 팩토리’ 개념에서는 기존 공장이 원료와 에너지를 투입해 제품을 만들듯 GPU·CPU·HBM·네트워크·스토리지와 전력을 결합해 AI 학습·추론 결과를 생산한다. 엔비디아는 AI 팩토리의 핵심 산출물을 ‘지능’으로 규정하고 토큰 처리량을 생산성의 주요 척도로 제시한다. 

한국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 개념을 제조업까지 확장하고 있다. SK는 엔비디아와 5만개 이상의 GPU를 기반으로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디지털트윈과 피지컬 AI를 국내 제조현장에 연결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2026년에는 SK텔레콤과 엔비디아가 기가와트(GW)급 AI 클라우드와 AI 팩토리 구축 계획까지 내놨다. 반도체 팹이 칩을 생산한다면 AIDC는 칩과 전력을 받아 지능을 생산하고, 다시 그 지능을 제조현장에 투입하는 공장으로 진화하는 셈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또는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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