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시골이나 지인에게서 단단한 감 한 상자를 받아오는 일이 많다. 겉보기에는 잘 익은 듯 보여도 한입 베어 물면 입안이 바짝 마를 정도로 떫은 경우가 있다. 그대로 두면 홍시가 될 때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고, 보관 중 일부가 먼저 물러 버리기도 쉽다.
이럴 때 집에 남은 소주를 이용하면 단단한 식감을 크게 잃지 않으면서 떫은맛을 줄일 수 있다. 감 전체를 술에 담그는 방식이 아니라 꼭지 주변에 소주를 묻힌 뒤 상자째 밀봉해 두는 방법이다.
지금부터 땡감의 떫은맛을 줄이는 소주 처리법과 상자에 담는 순서, 확인 시점, 처리 후 보관법까지 알아본다.
깨끗이 닦아 꼭지에 소주 묻히기
땡감은 먼저 겉면 상태를 확인한다. 흙이나 먼지가 묻었다면 흐르는 물에 짧게 씻은 뒤 마른행주나 키친타월로 물기를 꼼꼼하게 닦는다. 물기가 남은 채 밀봉하면 상자 안에 습기가 차면서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상자 바닥에는 신문지나 마른 종이를 한 겹 깐다. 그 위에 감 꼭지가 위를 향하도록 놓고, 서로 세게 눌리지 않을 만큼 간격을 둔다. 감을 여러 층으로 쌓아야 한다면 층마다 종이를 한 장씩 넣어 과육이 눌리는 것을 막는다.
이제 소주를 꼭지 주변에 묻힌다. 감 전체가 젖도록 뿌릴 이유는 없다. 분무기로 꼭지 부분만 살짝 적시거나, 작은 그릇에 소주를 덜어 꼭지를 가볍게 찍으면 된다. 소주가 과육을 타고 흘러내릴 정도로 많이 묻히는 것은 피한다.
감 배치를 마쳤다면 위에도 종이를 덮는다. 이후 상자째 큰 비닐봉지에 넣고 입구를 단단히 묶는다. 밀봉한 뒤에는 떫은맛이 빠질 때까지 상자를 자주 열지 않는다.
떫은맛은 사라지고 단맛은 또렷해지는 이유
감의 떫은맛은 과육에 들어 있는 탄닌 성분에서 나온다. 이 탄닌이 침과 만나면 입안이 마르고 혀와 잇몸이 까끌하게 느껴진다. 덜 익은 감을 먹었을 때 입안이 텁텁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주를 이용하면 탄닌이 입안에서 떫게 느껴지지 않는 상태로 바뀐다. 감을 밀봉해 두면 내부 환경이 달라지고, 여기에 꼭지 주변에 묻힌 알코올이 더해지면서 탄닌이 물에 잘 녹지 않는 형태로 변한다.
탄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신 침에 쉽게 녹지 않게 바뀌면서 떫은 느낌이 크게 줄어든다. 떫은맛이 약해지면 그동안 가려져 있던 감의 단맛도 한층 선명하게 느껴진다.
이 방법은 감을 홍시처럼 완전히 무르게 만들지 않고도 달게 먹을 수 있다. 과육은 비교적 단단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떫은맛만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삭한 식감을 좋아한다면 홍시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잘 맞는 방법이다.
4~5일 뒤 한 알 먼저 확인
떫은맛이 빠지는 속도는 실내 온도와 감의 크기, 익은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작은 감은 비교적 빨리 먹기 좋은 상태가 되지만, 크고 단단한 감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상자를 자주 열지 않는다. 밀봉이 반복해서 풀리면 상자 안의 상태가 계속 달라져 떫은맛이 빠지는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중간에 궁금하더라도 처음 정한 날짜까지 그대로 둔다.
4~5일이 지나면 감 한 알만 꺼내 상태를 확인한다. 먼저 손으로 눌러 지나치게 무르지 않았는지 살핀 뒤, 작은 조각을 잘라 맛본다. 입안이 조이거나 텁텁한 느낌이 거의 없다면 먹어도 된다.
아직 떫은맛이 남아 있다면 남은 감을 다시 밀봉해 하루나 이틀 더 둔다. 처음부터 오래 방치하기보다 한 알씩 확인하면서 기간을 조금씩 늘리면 감이 지나치게 무르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상처 난 것 먼저 빼고 떫은맛 빠진 뒤에는 냉장 보관
상자에 넣기 전에는 감을 한 알씩 살펴본다. 껍질이 터졌거나 눌린 자국이 깊은 감, 이미 물러지기 시작한 감은 따로 빼는 편이 좋다. 이런 감을 함께 밀봉하면 상한 부분이 더 빨리 퍼질 수 있다.
소주는 꼭지 주변이 살짝 젖을 정도만 묻힌다. 감 전체가 흠뻑 젖도록 붓거나 상자 바닥에 소주가 고일 만큼 넣으면 오히려 보관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며칠 뒤 상자를 열었을 때는 감 상태도 함께 확인한다. 곰팡이가 보이거나 껍질에 이상한 반점이 생겼다면 골라낸다.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나는 감도 먹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겉보기에 멀쩡한 감은 한 알을 먼저 맛보고 떫은맛이 충분히 빠졌는지 확인한다.
먹기 좋은 상태가 됐다면 상온에 계속 두지 말고 냉장고로 옮긴다. 감을 낱개로 키친타월이나 종이에 감싼 뒤 채소칸에 넣어두면 서로 부딪히거나 눌리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냉장 보관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감은 조금씩 무른다. 단단하고 아삭한 식감을 원한다면 떫은맛을 뺀 뒤 너무 오래 두지 않고 먹는다. 양이 많다면 먼저 무르기 시작한 감부터 골라 먹으면 버리는 양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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